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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불 / 민 혜 > 출간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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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중] 어머니의 불 / 민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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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84회 작성일 21-06-18 13:50

진행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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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2월 9일
귀여운 숙이 졸업식이다. 마음이 우울하다. 학교로 가보니 벌써 꽃장수들이 꽃과 졸업장 통을 들고 열을 지어 팔고 있다. 돈은 없지만 나도 엄마인데 어찌 꽃 한 송이 없이 졸업식에 갈 수 있으랴 싶어 인공 카네이션 두 송이를 사들고 갔다. 학생들은 모두 입장하였다. 다 기쁜 표정에 옷들도 새로 사 입고 왔다. 숙이는 누굴 찾는지 두리번거린다. 엄마를 찾는 모양이다. 나하고 눈이 마주쳤다. 숙은 생긋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이윽고 졸업 노래가 들려온다. 노래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여러 학부형들도 다 운다. 흘러간 세월이 너무나도 허무하고 빠르다.

졸업식은 끝나고 엄마 아빠 언니 모두들 와서 기뻐해주고 점심을 먹으러 명동으로 뿔뿔이 헤어져 간다. 우리 모녀는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영진 어머니가 밥을 사겠다고 함께 가자고 해서 같이 가서 숙의 기분을 살려주었다.



1962년 3월 5일
먼 산에 아지랑이가 끼고 죽었던 나무에 새싹이 나는 봄. 과연 글자 그대로 봄이 온 모양이다. 우중충한 오바코트를 벗고 산뜻한 옷차림. 봄바람은 여인의 치맛자락에서 온다는 말도 그럴듯하다. 나는 갈피를 못 잡고 어쩔 줄을 모르고 그날그날 날짜만 멍하니 세어본다.
오늘은 여기저기 청소를 한다. 꽃밭을 쳐다보니 엉클어진 흙에서 파란 싹이 돋아난다. 참 신기하다. 추위 속에서 얼어 죽지 않고 제 철을 찾아서 잎이 돋아난다. 꽃의 한 철이 부러워진다. 변함없는 꽃은 제 철만 되면 오색의 꽃을 피워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늙은이도 젊은이도 꽃만 보면 자기의 사라진 추억을 더듬는다. 나도 파란 많았던 흘러간 날을 다시 회상한다. 앞으로 닥쳐올 나의 운명은 어떠할까. 모든 사람이 앞날의 운명은 모르고 속아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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