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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들의 향기, 백비(白碑) / 임병식 > 출간 작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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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중] 빈 들의 향기, 백비(白碑) / 임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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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65회 작성일 21-06-18 14:50

진행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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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모습

 

 

 나는 유독 땅거미 지던 때, 겨울철이면 서쪽 하늘에 유난히 모습을 드러내던 개밥바라기와 여름철 그즈음에 박꽃이 피던 정경을 잊지 못한다. 어렸을 적에 보면 중천에 떠있던 해가 차차로 기울어 서산에 넘어갈 즈음에 붉은 노을 깔린 함지(咸池)로 해가 풍덩 빠지고 나면 이내 땅거미가 져왔는데 그러면 어둠은 차츰 발목을 적시고 위로 올라와 흐릿하게 시야를 좁혀 놓았다.

 그런 때 특히 겨울철이면 유독 개밥바라기별이 서쪽 하늘에서 반짝였다. 그 시기가 음력으로 3, 4일이면 초승달과 가까운 곳에서 나 여기 있다. 얼굴을 내밀었다이름이 개밥바라기인 것은 그 느낌과 무관치 않게, 사람이 먼저 밥을 먹고 나서 먹이를 주기 때문에, 목을 빼고 기다리는 동안 그만큼 시간이 흘러서 땅거미가 져 내린 뒤가 되어 그리 이름 붙여진 것이다

 그리고 여름밤이면 가까운 초가지붕에 박꽃이 피었다. 박넝쿨이 올려진 지붕마다 에는 망사처럼 뻗어나간 줄기에서 하얀 암꽃과 수꽃이 피었다. 그것은 땅거미가 지는 시간에 맞추어 일제히 피어났다. 그중에서도 암꽃은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꽃받침 아래 방울 같은 작은 열매를 매달았다.

 그리하여 그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차로 자라서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 보름달만큼이나 커졌다. 이때면 농가에서는 행여 떨어질까 봐 아래에다 똬리를 받히고 나무못을 박아 고정시켜 주었다.

 나는 그 광경을 잊지 못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 마당에다 멍석을 펴놓고 주변에다 모깃불을 피우고 나서 허청의 지붕을 바라보면 영글어 가는 박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선지 나는 초가지붕에 열리던 박을 잊지 못한다.

 어려서 보면 박은 버릴 것이 없었다. 박은 켜서 바가지 쓰고 박속은 나물을 무쳐 먹는, 풍미가 있었다. 살짝 데친 다음 양념 된장에 버무려서 먹으면 훌륭한 반찬이 되었다. 줄기는 거두어 퇴비로 썼다.

 고향이 그리워질 때 가 초가지붕에 매달린 박을 생각한다. 그리고 다문다문 피어나던 박꽃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일찍 세상을 뜬 누나 생각을 해본다. 수줍음이 많은 모습 때문일까. 누나는 웃는 게 부끄러워 밤에만 피어난 박꽃처럼 늘 수줍어했는데, 많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선지 모른다.

 오늘도 나는 하얀 박꽃을 생각하다가 그 속에서 누나의 그리운 얼굴을 떠올린다. 유년의 강을 건너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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