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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20 14:39
  • 불량품
  • 이정아
  • 문학/에세이
  • 2018년 08월 30일
  • 변형 신국판
  • 979-11-5634-299-1
  • 13,000원

본문

아버지의 유언 같기도 한 “매일 글쓰기를 연습하라.” 대로 매일 쓰는 일기는 내 글쓰기의 큰 원천이다. 어려서부터의 습관인 독서도 글쓰기의 큰 밑천이라 생각한다. 앞으론 사물을 열심히 관찰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며 좀 더 진지하고 문학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다.
글도 안 쓰면서, 단체에 얼굴 알리고 감투 좋아하는 속물 근성을 경계하라는 아버지의 문단에서의 처신에 대한 조언을 명심해야겠다. 더불어 아무 상이나 주는 대로 받는 탐욕도 경계하면서 품위 있는 문인이 되고 싶다.

여는 글 4

1장 또 다른 첫돌을 맞으며
016 불량품
021 특별한 새해맞이
025 대보름의 素交
028 나태주 선생님
032 또 다른 첫 돌을 맞으며
036 애물단지
040 새 옷
044 남편이 조종하는 비행기를 타다
048 여름 손님
053 커다란 모시조각이불


2장 혼자 가야 할 길
060 장 보는 남편들
064 ‘삼숙이’ 남편 ‘삼식이’
068 25센트 붕어들의 생명력
072 아, 세월호
076 오 마이 갓, 할리
080 자린고비 남편
084 퀴즈와 함께 봄날을
088 우렁 각시
092 ‘젊어 보이기’ 프로젝트
096 혼자 가야 할 길


3장 연꽃, 돌아오다
102 BS & AS
107 연꽃, 돌아오다
111 나성으로 휴가 오세요
115 열심히 들은 죄
119 개 팔자 상팔자
123 조련사와 곰탱이
127 민폐 유럽 여행을 가다
131 오블라디 오블라다
135 신문을 보면 떡이 생긴다?
139 입의 십계명


4장 허공에 던지는 사랑 고백
146 내가 장애인이 되어보니
150 여기도 문인, 저기도 작가
154 지름신이 강림하다
158 허공에 던지는 사랑 고백
162 “나 가정대학 나온 여자야”
166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170 화장실을 도둑맞다
174 무심한 듯 유심하게
178 파피꽃 동네에서 날아온 호박죽
182 실향민 아버지의 눈물


5장 2인자를 위하여
188 숫자의 시대, 스마트하게 사는 길
192 편견의 날들 속에서
196 철이 넘치는 5월의 신부
200 염불보다 잿밥
204 2인자를 위하여
208 June Drop
212 아름다운 배경으로 살기
216 식혜보다 더 달콤한 인연
220 나의 수필 쓰기

이정아
(본명 林晶雅)
- 경기여고,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한국 고등학교 교직(가정과 교사) 7년
- 1985 도미
1991 교민백일장 장원-미주크리스찬문협 회원
1997년 한국수필 등단(꽃시장 가는 길, 여자나이)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이사장 역임
한국 수필 작가회, 국제펜클럽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피오 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 후원 회장 역임.

- 수필집 『낯선 숲을 지나며』 『선물』
『자카란다 꽃잎이 날리는 날』
- 5인 동인집 『참 좋다』

- 2004년 제 2회 해외한국수필 문학상
- 2007년 미주 펜 문학상
- 2012년 조경희 문학상(해외작가상)
- 2014년 국제 펜 문학상(해외작가상) 수상
- 한국일보 (미주) 문예공모전 심사위원
한국일보 칼럼 집필(1998년-2012년)
현재 중앙일보 미주판 칼럼(이 아침에) 집필

June Drop
백수로 지낸 지 2년이 넘었다. 외출이라곤 병원에 검사하러 가거나 수영하러 스포츠센터에 가는 정도이다. 책 읽고 컴퓨터 하고, 글도 쓰면 하루가 쉽게 갈 줄 알았는데 오래 놀다 보니 지루하다. 30분 일을 하면 한 시간은 쉬어야 하는 저질 체력이 되어버려서, 앞으로도 일해서 돈을 벌 기회는 없는 셈이다.
작은 텃밭을 만들어 물주고 들여다보는 재미가 생겼는데, 하필이면 올해 캘리포니아는 극심한 가뭄이어서 정원 놀이도 즐겁지만은 않다. 화초도 물을 덜 먹는 다육식물이나 선인장류로 바꾸길 권하고, 잔디도 인공 잔디로 교체하면 수도전력국에서 비용 일부를 보조해준다고 한다. 우리 집도 스프링클러를 잠그고 호스로 물을 주기 시작했고, 설거지물을 모았다가 텃밭에 준다. 회사의 잔디밭은 인조 잔디로 바꾼다고 신청해 두었다.
나처럼 장기이식을 한 환자는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는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는 되도록 삼가고, 정원 일이나 분갈이도 하지 말라는 퇴원 시의 주의사항이 있었다. 그걸 깜빡하고 흙을 만졌더니 피부에 가려움증이 생겨 고생 중이다. 봉지 흙에 퇴비가 섞였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가만있는 게 돕는 거라며 사고 치지 말라는 남편의 잔소리 들었다.
텃밭을 돌보러 뒷마당에 자주 내려가다 보니 평소에 관심없던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에 물을 주다가
자세히 관찰을 하니 여물지 않은 아기 열매가 무수히 나무 주변에 떨어져 있는걸 보게 되었다. 꼭지까지 달린채로 사과, 복숭아, 자두, 감나무, 무화과, 아보카도 등 우리 집의 유실수 전체가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며칠 사이 점점 더해서 달린 것보다 떨어지는 게 많아 보였다. 물을 덜 주어서 생긴 병인가 싶어 내 탓인 양 덜컹했다.
퇴근해 들어온 남편에게 물었더니, 이 집에 25년도 넘게 살도록 그걸 처음 봤냐며 혀를 찬다. 해마다 6월경에 과일나무에 있는 일이라며 그래서 ‘June Drop’이라고 한다나? 나무의 다이어트 방법이란다. 과일을 먹기만 했지 도통 돌보지 않았으니 전혀 몰랐다.
가드닝 전문회사인 허드슨 밸리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같은 답변이 나와 있다.
“It’s also time for the fruit trees to do a little selfpruning. Over the next few weeks, you should start to see some of the small fruits dropping and littering the ground. Don’t panic. This is normal. They’ve even given it a name. It’s called June Drop.”
놀라지 말란다. 그게 정상이라고. 나무의 스스로 걸러내기 방법, 더 튼실한 열매를 위한 약한 것의 희생인 것이다. 자연의 질서유지 방법은 신기하다. 당연한 듯 비우고 내려놓기를 하고 있다.
앞다투어 선두에 서려는 사람들은 남들을 밟고 일어서야 승리의 쾌감을 느낀다.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은 돌보지 않는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산다. ‘죽으면 살리라’를 온몸으로 실천할 줄 아는 나무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보다 낫지 않은가?
내 인생의 6월도 비울 줄 아는 순한 나무 같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 모든 것에 담긴 뜻을 헤아려보며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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