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틀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0-02-20 15:15
  • 정명숙
  • 서정적 수필
  • 2018-11-11
  • 변형신국판
  • 979-11-5634-313-4
  • 15,000원

본문

폐쇄적인 사회에서 보여주는 수필의 개방성

인터넷 시대에서 수필은 어떤 의미일까.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 다수와도 손쉽고 빠르게 정보를 퍼트리며 소통할 수 있는 시대, 특히 SNS 발달로 개인 간 교류가 유성처럼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시대에서 ‘혼자’, ‘고독’, ‘외로움’이란 단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물 흐르듯 소통이 이루어져도 현대인은 갈수록 외로운 존재로 전락해 간다. 사이버 상에서 아무리 친교를 나눈 대상이라 해도 일방적일 뿐이다. 날마다 댓글을 주고받으며 상대방 일상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해도 어느 날 SNS 활동을 그만두면 그대로 끝이다.
글 또한 마찬가지다. 인터넷에는 작자 미상의 ‘좋은 글’이라는 타이틀로 하루에도 수많은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온다. 그런 글은 즉흥적 감흥은 있을지언정 수필집처럼 그 행간을 따라가며 정신적 정서적 소통을 맛보기에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자신이 직접 써서 올린 글이 아니라 여기저기 떠다니는 글을 퍼 올리는 글이 대부분이어서, 정명숙 수필집 [틀]에서처럼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성찰하며, 체험하고 깨달은 이야기를 조근 조근 나눌 수는 없다. 수필집을 펼쳐들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소리 내어 넘기며 차분하게 행간에서 저자의 숨결과 그가 가만히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공감하는, 읽는 맛, 손 맛, 사유의 맛, 풍요로운 정서의 맛이 없는 것이다.

생각이 사라져가는 시대의 정명숙 수필의 완만한 생각

생각을 일으켜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독서가 바로 수필집이다. 정명숙 수필집 [틀]에는 좋은 생각들이 행간마다 들어 차 있다. 즉, 행간에서 좋은 기운들이 흐르는 수필들이다. 인간의 영육에는 늘 좋은 기운이 순환해야 한다. 좋은 생각은 좋은 기운을 가져오고, 좋은 기운은 삶이 막힌 데 없이 잘 흐르도록 한다.
인터넷 문명시대가 깊어지면서 점점 사람들의 ‘생각’이 사라져 간다. 이 문명의 상징적 아이콘인 스마트폰, 바야흐로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없이 길을 나서면 자신의 전부를 두고 나서는 것인 양 공허해 한다. 마치 인생의 내비게이션이라도 되는 듯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그것이 없으면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집중하지 못하며 또한 예민해 진다. 두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는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영혼을 빨아들여 생각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간은 신의 선물이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권한 이유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즉흥적인 것들, 감각적인 것들, 편의적인 것들, 충동적인 것들, 단순하게 정리된 글들로 가득 찬 스마트폰에서는 생각에 필요한 시간마저 귀찮다. 인간의 선천적 욕망을 더욱 부추기는 인터넷 문명의 해악은, 무언가 생각할 여유를 없애 버린다는 것이다. 요즘 사회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도 그와 무관하지 아니하다. 참을 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듯이, 조금만 더 생각한다면 삶을 파괴하는 충동을 눌러 참을 수 있을 텐데, 감정이 일어나는 대로 앞뒤 생각 없이 실행해 버린다.
생각의 힘이 부족하다 보니 쉽게 삶을 내려놓거나, 고귀한 생명을 앗아버리거나, 타인의 영육을 파괴하는 데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 역시 파멸의 길로 들어선다. 생각이 사라졌다는 것은 정서가 결핍되어 있다는 의미다.
육감만 발달되고 생각의 발전이 없으니 폭력이든 무엇이든 아무 때나, 아무 데나 감정과 육신을 먼저 들이대는 것 아닐까. 생각이 부족하니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어 보인다. 이번 정명숙 수필집 [틀]의 특징은, 사이버 상의 충동적 정서를 치유하는 좋은 생각과 좋은 기운들이 흐른다는 것이다.

힐링과 정신적 신분 상승의 기운

정명숙 수필가는 여전히 아나로그의 정서적 소통을 수필을 통해 즐긴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이면 그녀는 집에 있어도 갈 곳 없는 사람처럼 마음이 서늘해졌다. 마음 한편으로 바람이 불어가는 것이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속엣 말을 꺼내고 싶었다. 글을 쓰는 것은 그리운 누군가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는 일이다. 그 누군가와 자연을 노래하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었다는 그녀이다. 글 속에서 사람과 자연과 사물을 만나 사유하는 것을 가장 큰 만족으로 생각하였다.
따라서 정명숙 수필에는 쉼이 있고 위안이 있으며, 흙냄새와 바람 냄새가 난다. 티 없이 맑은 향수가 있고, 아버지와 같은 포근한 사람 냄새와 별들이 있는 하늘 냄새가 난다. 반듯한 인성으로 살아온 향기와 고즈넉한 인생의 미학이 있으며, 한 템포 생각의 스페이스를 두는 여유가 있다. 거기에서 나온 청기(淸氣)가 독서 에너지로 독자에게 전이됨으로써, 인터넷 문명의 역기능에서 야기되는 정서의 결핍을 순치(馴致)할 청량제인 것이다.
힐링이라는 말이 회자될 때는, 그만큼 세상 사람들의 정서가 아프다는 뜻이다. 요즘 실시간 올라오는 인터넷 기사를 보면 마치 귀신에 씌인 듯한 비정상적 영혼이 우리 주변을 불안하게 몰아간다. 한동안 수필에서도 힐링이라는 말이 회자 되었다. [틀]과 같은 서정적인 정서의 보고(寶庫)인 수필집이야 말로, 진정한 힐링 문학이다.

펴내는 글 4


1부 내려앉은 별

내려앉은 별 14
제비 19
길을 내다 23
절을 받다 27
봄 향 32
사랑해 주세요 37
밥상머리 수다 42
공짜는 없다 46
안단테(andante) 51
버스 안의 풍경 56
피어있다 60



2부 흔적

흔적 66
오래된 풍경 71
새싹 76
황소개구리 80
안부 85
잘 가고 있어 89
어느 봄날 93
들꽃 97
내 안의 남자 102
불청객 106



3부 소나기

소나기 113
향단이의 깃발 119
현규 123
하룻밤 127
뒷집 여자 131
졸모(卒母) 136
거짓말 140
마지막 선물 144
편지 148
내연관계 153


4부 눈은 내리는데

눈은 내리는데 160
목욕 164
그분 170
불편한 진실 175
애인 180
홍게 185
어머님 날 낳으시고 선생님 날 만드시고 189
저녁 193
쓰다듬는 일 197
세 번째 남편 201
봄바람 살랑살랑 207


5부 틀

틀 219
부담 224
조카 228
이화주(梨花酒) 233
부탁 238
올갱이 242
젊어서 고생 246
복권 251
장갑 255
갈바람 불면 260

2005년 한국문인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청주문인협회. 푸른솔문인협회. 여백회. 충북수필문학회 회원이며, 2012년 수필집 『무인도』를 출간했다.
청주문학상. 홍은문학상. 푸른솔문학상. 청주예술공로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충청타임즈 「생의 한가운데」 고정필진,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 중이다.

높다. 이렇게 높은 곳은 처음이다. 눈을 크게 뜨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이 발아래다. 앞에 보이는 우암산 자락도, 옆의 백화산도 공손하게 엎드려 한껏 푸르러진 머리를 조아린다. 움직이는 것들의 대부분은 등을 보이고 공손하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리기 직전, 짧은 시간에 바라보는 주변의 풍경이 경이롭다. 이내 어둠이 사방을 덮는다. 남쪽의 먼 하늘에 작은 별이 희미하게 빛난다. 서쪽의 도심에는 수많은 별이 뜨기 시작하고 흐르는 은하수는 역동적이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