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반거충이 말밭산책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0-02-20 16:19
  • 반거충이 말밭산책
  • 한판암
  • 어원, 예절, 풍속
  • 2019년 04월 05일
  • 신국판
  • 979-11-5634-335-5
  • 16,000원

본문

말밭을 산책하며 우리말의 묘미를 한껏 즐긴다


우리말이 세계적으로 우수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낱말 하나에 시대적 배경이 담겼고, 삶의 흔적과 인생철학이 담긴 게 우리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우리 이름이 있다. 심지어 성장 단계에 따라 달리 부르는 이름들도 수두룩하다.

예컨대 ‘명태’에 붙은 이름만 보더라도 우리말이 얼마나 섬세한지 알 수 있다.
강원도와 경기도 이남에서는 북어(北魚), 동해연안에서는 동태(凍太)라고도 부른다. 한편, 갓 잡아 자연 그대로의 싱싱한 상태를 생태(生太) 혹은 선태(鮮太), 주낙으로 잡으면 조태(釣太), 낚시로 잡으면 낚시태, 유자망(流刺網)으로 잡으면 그물태 혹은 망태(網太)로 호칭한다.
또한 명태의 새끼를 노가리 혹은 앵치라고 한다. 이처럼 성어와 새끼의 이름이 다른 몇 가지 예이다. 숭어 새끼를 모쟁이, 가오리 새끼를 간자미, 농어 새끼를 껄떼기, 갈치 새끼를 풀치, 방어 새끼를 마래미, 고등어 새끼를 고도리, 전어 새끼를 전어사리라고 부른다.
명태를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바람이 많이 불어와서 육질이 흐물흐물해진 찐태, 기온이 높은 날이 오래 지속되어 검게 변한 먹태, 기온이 높아 충분히 얼부풀기가 반복되지 않고 곧바로 건조되어 딱딱한 깡태, 속살이 딱딱하여 부드럽지 못한 골태(骨太), 건조과정에서 기온이 곤두박질하여 제대로 건조되지 않고 꽁꽁 얼어붙은 채 말라버린 백태(白太),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건조시킨 통태(統太), 건조과정에서 몸통에 흠집이 생긴 파태(破太), 부주의나 관리 부실로 건조시키다가 땅에 떨어진 낙태(落太) 등이 있다.

이런 걸 보면 우리 민족은 가히 언어학자나 다름없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평소 우리말 지식에 대한 부족함을 느껴왔다. 그때마다 뜨끔하여 심적 갈등을 겪은 것이다. 이따금 우리 말 의미의 친교가 절절하여 말밭을 이따금 들쑤셨다. 그 길에서 생각이 미친다 싶으면 진지한 자세로 넘겨다보던 화두들을 모으고 갈래지은 결과를 묶어 이번 책 ‘말밭 산책’으로 묶었다.
학문적 업적이나 연구의 형형한 결실은 아니다. 수필을 쓰면서 수필처럼 읽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정리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해진 입말 가운데 생각이 미치는 대로 말밭을 훑으며 캐낸 알갱이 앙금들을 나름대로 가르고 그러모아 정리한 것이다.

어원이나 말의 쓰임새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러모로 부족하다. 하지만 연이 이어지거나 사고의 범주에서 의미를 부여해도 무리가 따르지 않아 탈이 없을 내용을 골라 간추린 글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이번 ‘말밭 산책’에는 차례로 나이의 별칭, 명태의 또 다른 이름, 황희 정승과 끽다거(喫茶去), 화랑유녀, 친족 어른의 호칭, 조와 종이라는 작은 이름표를 달아 서로를 구별토록 했다

펴내는 글- ---------- 4

Ⅰ. 나이의 별칭
나이의 별칭---------- 12
구름의 진경---------- 17
잠의 백태- ---------- 21
바람 얘기- ---------- 25
비의 이름 찾아 만보---- 30
달과 친해지기- ------- 34
실개천에서 강으로----- 39
돌 이야기- ---------- 42
눈을 기리며---------- 46
결혼기념일 이름 ------ 49
텃새와 철새---------- 52
고개 소고- ---------- 56

Ⅱ. 명태의 또 다른 이름
명태의 또 다른 이름---- 63
서리- -------------- 67
쓰임새와 돈의 이름- --- 71
담----------------- 76
동물 새끼의 명칭------ 81
땔거리 ------------- 85
굿----------------- 88
벼의 고찰- ---------- 93
가택신 ------------- 97
기우제 ------------- 101
떼 - --------------- 105
밥의 민낯 ----------- 109

Ⅲ. 황희 정승과 끽다거
황희 정승과 끽다거- --- 115
이름과 자와 호 - ------ 119
헷갈리는 교수 명칭- --- 123
니트족 ------------- 128
고집의 승화 - -------- 132
붓을 생각함 - -------- 135
오관게와 식시오관 - --- 140
소인배 ------------- 144
이별- -------------- 147
눈을 돌아봄 - -------- 151
도장의 명칭과 쓰임새--- 155
친구- -------------- 160

Ⅳ. 화랑유녀
화랑유녀------------ 165
궁녀의 뿌리---------- 171
교여지제------------ 175
로드 레이지---------- 180
혼례 훑어보기- ------- 184
궁녀의 층층시하 ------ 189
홀어미와 보쌈 -------- 193
전통혼례 혼인홀기----- 197
뫼 이야기- ---------- 201
식구에 대한 소고------ 205
젓갈 탐구- ---------- 211
사자성어와 키스 심리--- 215
커닝- -------------- 220

Ⅴ. 친족 어른의 호칭
친족 어른의 호칭------ 228
아내의 호칭---------- 233
외척의 호칭---------- 238
동기간과 수하의 호칭--- 244
증조에서 일가까지 호칭- 250
어버이의 호칭- ------- 256
아들의 통칭---------- 261
다양한 사람 묘사------ 267
특정 상황의 사람 묘사-- 275
사람의 비유적 묘사- --- 279
사람의 조롱과 속된 묘사- 284
비하를 함축하는 표현--- 287

Ⅵ. 조와 종
조와 종------------- 293
나눔 문화를 생각하다가- 296
한자어로 길의 표현- --- 300
길에 대한 단상 - ------ 304
왕자와 공주 - -------- 308
수를 세는 말(Ⅰ)- ----- 312
수를 세는 말(Ⅱ)- ----- 317
상사와 제- ---------- 321
상사에서 언사- ------- 325
제사의 기억---------- 328
전통 신발 얘기-------- 332
짚신과 만남---------- 337
노비- -------------- 341

저자는 경남 마산의 경남대학교에서 평생 젊은이들을 가르치다 정년퇴임했다.
공과대학 교수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듯하지만, 일찍이 15년 여 전 수필가로 데뷔하여 어느 덧 중견 수필가로도 문단에 자리하였다.
그간, [우연], [월영지의 숨결], [행복으로 초대], [절기와 습속 들춰보기], [8년의 숨가쁜 동행](2014년 세종도서 선정), [가고파의 고향 마산] 등 13권 여 에세이집 등을 발표했다.
현재, 마산문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적을 두고 있으며, 문예지 [시와늪] 명예고문 및 심사위원, [문예감성] 심사위원, [출판과 문학] 편집고문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경남신문 객원논설위원과 경남IT포럼 회장을 역임했다.
경남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경영학 박사)이다.

말밭을 산책하다가
고해성사 같은 고백의 편린으로 부스러기이다. 나는 모든 면에서 반거충이다. 성격이 대차거나 심지가 굳지 못해 똑 부러지게 내 세울 이룸이나 얻음도 없다. 이런 무르고 매가리 없는 성격 때문에 남과 어울려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길을 행복이라고 치부했기에 엿돈이와 호형호제할 계제의 밥쇠가 틀림없다. 따라서 매사에 매서운 각오로 맞서거나 신념을 펼치려는 예지와 패기를 앞세우기 보다는 현실에 동화를 겨냥하는 간보기가 먼저였다.
입에 담는 말이나 쓰는 글도 매한가지였다. 따라서 내 말과 글의 민낯은 부실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럼에도 부족함을 넉넉하게 채우거나 벌충할 각고의 노력이나 정진은 뒤로한 채 낯 두껍게 현실에 안주할 묘수 찾기에 연연했다. 이런 까닭에 글의 세계에서도 어리바리 꼴을 면치 못하고 세월만 갉아먹는 처지에서, 우리말에 대해 턱없이 부족한 일그러진 꼬락서니와 맞닥뜨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때마다 뜨끔하여 심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머물 뿐 그 민망한 수준을 벗어나려는 다부진 노력을 통해 실천에 옮기려 했던 적이 없다.
결연한 결기가 없고 맺고 끊음이 흐리멍덩해도 이따금 절절한 심정을 잠재우기 어려울 때가 더러 있었다. 그 경우 우리말과 가까워질 요량에서 무턱대고 말밭을 이따금 들쑤셨었다. 그 길에서 생각이 미친다 싶으면 깜냥에는 진지한 자세로 넘겨다보던 화두들을 모으고 갈래지은 결과를 묶어 책으로 펴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거창한 학문적 업적이나 연구의 형형한 결실과는 뿌리와 격이 판이하고 초라하다. 그래도 내게 익숙해진 입말 가운데 생각이 미치는 대로 말밭을 훑으며 어정대다가 캐낸 알갱이 앙금들을 나름대로 가르고 그러모아 정리했다.
어원이나 말의 쓰임새라는 관점에서 보면 허접스러운 얼치기들로서 덜 여물어 태반이 쭉정이인 데다가 함량 미달로 시거나 떫은맛으로 칠갑한 모양새일러라. 하지만 연이 이어지거나 사고의 범주에서 의미를 부여해도 무리가 따르지 않아 탈이 없을 내용을 골라 간추린 글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을 요량이었다.
최선을 다하는 신실한 아우라를 보이지 못했던 지난날에 대한 반성과 되새김의 뜻을 담아 책의 이름을 ‘반거충이의 말밭 산책’으로 짓기로 했다. 한편, 그동안 틈틈이 모아 두었던 글 중에서 일흔네 개를 골라 여섯 마당으로 무리 지었다. 그 여섯 마당에는 차례로 나이의 별칭, 명태의 또 다른 이름, 황희 정승과 끽다거(喫茶去), 화랑유녀, 친족 어른의 호칭, 조와 종이라는 작은 이름표를 달아 서로를 구별토록 했다.
기왕 세상에 얼굴을 내밀 바엔 옥동자의 반듯한 자태였다면 좋겠다는 황홀한 꿈에 빠져 허우적대며 달콤한 상상을 탐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쩌랴! 내 삶이나 앎이 공감이나 공명을 불러일으킬 구석이 당최 없으니 말이다. 이런 까닭에 그들이 빛을 발하거나 널리 사랑받을 여지가 거의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나름대로 생각이 머물며 말밭에서 건져 낸 아람들을 정성껏 줄 세우고 꿰어서 책으로 만듦은 화조재리(禍棗災梨)를 자초하는 꼴이라도 미쁘기 그지없다. 그래서 타인의 눈에 가당찮은 무녀리 몰골로 각인된다 해도 섧다거나 떫다고 푸념하지 않으리라. 왜냐하면 먼 훗날 지금 내 정신세계 수준과 깊이와 폭의 실체를 더덜이 없이 가늠해 볼 물증 중에 하나라는 사실에 의미를 새기면서 자족하려고 마음을 다졌기 때문이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