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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20 17:19
  • 하루 또 하루
  • 오기환
  • 할빠, 그림, 여행,
  • 2019년 06월 12일
  • 변형 신국판
  • 979-11-5634-346-2
  • 15,000원

본문

불혹의 문학’ 진수를 보여주는 오기환 수필집 ‘하루 또 하루’

중견수필가 오기환의 수필집 ‘하루 또 하루’를 읽다보면 수필의 대명사처럼 쓰는 ‘볼혹의 문학’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수필을 볼혹의 문학이라고 하는 이유는, 삶의 깊은 연륜과 그 연륜에서 나오는 사물의 관조 그리고 사유의 숙성이 주를 이루는 데서 수필이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술성과 문학성이 뛰어난 수필을 쓰는 젊은 수필가라도, 그만한 연륜이 있어야 만 물 흐르듯 나오는 관조나 사유는 서술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30대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70대의 삶을 그려낼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물론 저자가 지금 불혹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불혹을 훨씬 지났으니 더욱 그윽한 빛깔의 색조가 깔렸다.
이번 수필집의 첫 작품으로 실린 ‘벽에 글 읽어주기’에서부터 이런 연륜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이는 수필가로서의 저자가 독서를 생활화하는 모습이나 독서가 주는 삶의 아름다운 여유를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각박한 틀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우리가 깊이 음미해 볼 작품이다.

[………………선풍기가 더운 바람을 토해내면 에어컨을 틀고 책을 읽는다. 2,30분 읽으면 또 눈이 침침해진다. 한참을 쉬었다가 읽는다. 책 한 권을 가지고 여러 날 씨름하지만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외출할 때면 책을 들고 나간다. 책은 손때가 묻어있다. 종일 가야 전화 한 통 오지 않고 걸 데도 없다. 나의 공간은 절간 같다. 이럴 때면 책을 들고 벽을 바라보며 소리 높여 읽는다. 책 읽기는 고독을 쫓는 유일한 길이요 생각과 생각을 잇는 다리다. 쓸쓸한 적막에 묻혀 지낸다. 여행의 진수는 밖에서 안으로 떠나는 것이라면 글 읽기의 진수는 홀로 벽을 바라보며 읽는 것이다.
책을 들고 집은 나선다. 빈손으로 길을 걷다 보면 무언인가를 잃어버린 듯 허전하고 어깨가 한편으로 쳐진듯하다. 어깨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책을 들고 다닌다.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손때 묻은 책을 들고 다닌다. ‘걸어가는 사람’을 조각한 알 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는 “인간은 걸어 다닐 때면 자신의 몸무게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가볍게 걷는다.”고 했다. 나도 책을 들고 걸을 때는 몸무게를 잊는다. 그런데 뒤에서 오는 사람이 앞지른다. 걷기가 전만 못함을 인정해야하는 순간이다. 힘에 부치면 찻집에 들러 다리를 쉰다. 창밖을 바라보다가 책을 편다. 책을 읽다가 눈이 침침해지면 웅얼웅얼하며 눈을 쉰다. 갓난아기가 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나의 책 읽기는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행위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영혼을 읽는 것이요 저자의 생각을 알아내는 일이다. 영혼의 소리를 들으며 읽다가 생각이 머물면 밑줄을 긋는다. 우리 집 서가에는 여러 권의 책이 꽂혀있다. 책을 통해 그리던 도시나 나라를 찾아가 그 시대를 살던 사람을 만나는 유일한 기회다.

………………스승을 모시듯 친구를 사귀듯 책을 사들이고 책을 통해서 저자를 만나고 나를 만난다. 서가에는 책을 분야별로 분류해 놓았다. 같이 글공부하는 동인들의 책과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별도로 꽂아놓고 수시로 펴본다. 홀로 뜨거운 여름나기가 버겁지만, 쓸쓸하지만 책을 통해서 위로받으며 여름과 친해지고 있다. 친해질 만하니 입추가 내일모레다.
음식을 고루 먹어야 균형 있는 육신을 유지하듯 책을 통해서 맑은 영혼과 건강한 나를 만든다. 내가 글을 읽으면 벽은 듣는다. 유일한 관객이다. 오늘도 서가에서 책을 골라 목청껏 읽는다. 눈이 침침해 지면 찻물 한 모금 물고 북한산을 바라보다 벽에게도 차를 권한다.
“차 한 잔 드실래요?”] -‘벽에 글 읽어주기’ 중에서

물론 이런 정조의 수필만 묶은 것은 아니다. 손주를 향하는 할아버지의 각별한 사랑이나, 일상 또는 여행에서 적바림한 소재들이 다정다감하게 들어앉아 때로는 심금을 울리곤 한다.

‘하루 또 하루’는 현재 프랑스에서 그림 공부 중인 손주의 그림과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곁들인 예쁜 컬러 수필집으로, 수필 한 편이 대부분 고즈넉한 분량이어서 그야말로 독서감을 만끽할 수 있다

책을 내면서 6


1부 벽에 글 읽어주기
벽에 글 읽어주기 16
‘여’에 대하여 22
손자의 여자친구 28
보따리 인생 34
아내의 여름휴가 39
멍 때리기 45
등 긁어주는 사람 50
연륜年輪 55
그리움 그리기 59
5년과 10년 사이 66



2부 밑줄 긋는 남자
꽃구경 74
이름으로 살아가기 80
나도 한때는 ‘할빠’였다 86
밑줄 긋는 남자 91
지금 어느 계절을 살고 있나요? 96
집으로 102
때죽나무 꽃이 피면 109
던킨도너츠 응암역점 113
가을 햇살 119


3부 뒷모습
기다림 126
하루 134
뒷모습 141
가장 소중한 것은 공짜다 145
단답형短答形 시대 153
해무海霧 기행 157
이쪽도 저쪽도 아닌… 165
나이롱환자 169
오보와 돌무더기 172


4부 비밀의 신화를 만나다
비밀의 신화를 만나다 180
-코카서스 기행-
금빛에 홀딱 빠졌다 200
-미얀마 기행-

일죽 오기환
충청남도 대덕군 기성면 봉곡리에서 태어났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군에도 다녀왔고 대학도 마쳤다. 공직에서 퇴임한 뒤에야 수필 쓰기를 시작했다. ‘안경다리’가 『창작수필』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길을 걸으면서 읽고 쓰고 생각하고 남의 말 귀담아들으면서 홀로 길을 걷고 있다. 때로는 내가 쓴 글이 걸작으로 보일대도 있지만, 꼬락서니가 보기 싫을 때가 많다. 이럴 때면 ‘삭제’하면서 내가 나를 다독여 준다.
저서로는 『뿌리』 『여름 그 뜨거운 여름』 『셋이서 두 그릇』 『겨울나무 그 뿌리처럼』 『빗소리 바람소리 숨소리』 『그리움 그리기』와 여행 산문집 『바람이 가는 길』 그리고 수필선집 『나를 꿈꾸게 하는』 등을 출간했다.
책을 낼 때마다 ‘자신에게 덜 부끄러운 세상을 살아갈 작정’이라고 말했는데 더 부끄러운 일만 생기니 이 또한 ‘삭제’해야 할 것 같다.


그림 오태석
서울문정고등학교 졸업하고 파리에 건너가 에꼴 프레빠(École prép'art)에서 준비과정을 수료한 후 헨느 보자르(École Européenne Supérieure d'art de bretagne_Renne)에 입학해 1학년을 마치고 파리 국립 보자르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de Paris ) 입학하여 현재 2학년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서울 AP갤러리에서 제1회 개인전(2015). 파리 갤러리 아홍디에서 4인 전 (2018)을 개최하였다






 








할아버지가 쓰고 손자가 그리고

오기환 수필가는 제 할아버지십니다. 할머니는 길러주셨고 할아버지는 교육시켜주셨습니다. 그 힘으로 파리에 와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파리에 오래 머물면서 ‘끝없는 여행’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두 분이 오래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산문집에 제 작품이 쓰여서 기쁩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림 그리는 오태석

2015년 겨울, 서울 AP 갤러리에서 ‘끝없는 여행의 시작’을 본지 벌써 5년. 파리에서의 성장이 보고 싶어 할아버지(오기환 선생)와 함께 손꼽아 기다렸죠.
시 쓰는 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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