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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11-04 13:09
  • 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
  • 김경만
  • 수필in
  • 2022년 11월 02일
  • 신국판
  • 979-11-978643-8-4
  • 15,000원

본문

례자의 길

 

겨울 산, 그 끝없는 능선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가시들이 공중을 향해 자라고 있다. 허허로움이 눈물처럼 흘러내린다. 동그란 이슬이 햇살에 녹아드는 시간, 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밖에 없는 나무, 먼 나무부터 나에게 걸어온다.

유익한 글은 우연히 쓰이지 않음을 안다. 작품은 인격의 최상을 나타내기에 삶에 진솔하게 임해야 함도 안다. 그러기에 모든 문장은 인생을 살며 경험하는 시련의 결과물일 터이다. 작가의 길은 철학자의 길이어야 하고 또한, 순례자의 길이어야 할 것이다. 글쟁이가 글을 써내려가는 것은 꼭 할 말이 없어도 습관처럼 펜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젠 희망이란 단어를 좀체 글에 담지 못한다. 하지만, 숲에서 나무에게 배운다. 늙어가지 말고 어른으로 계속 커 가야 한다는 것을.

이번 책에는 귀향 전 일상에서 사유하였던 것들과 고향 거제도로 돌아와서 바다와 숲과 더불어 사계를 지내며 찾아든 상념을 담았다. 이 책이 사랑의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많은 것과 관계하며 사유한 것에 대한 그리고 사랑한 것을 기억하였다.

걸으며 떨쳐내지 못할 상념은 없다. 평소 느리게 걷기를 즐긴다. 숲길을 걷고 있는 시간만큼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나 스스로 세운 목표에 대한 중압감 같은 감정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 붉게 물든 석양 아래 자주 선다. 우린 어둠에서 아침을 배워야 하기에 오늘도 설익은 눈을 비빈다. 세상에 남은 온기 채집하며.

기어이 어머니 품에 안긴다.

 

작가의 말 순례자의 길 4

 

1부 어제의 나를 만나는 시간들

-미완은 반성이자, 새로움을 위한 여정의 노래

바다에 서서 10

바이올렛 연가 15

쉬고 싶지만 쉬지 못하는 이에게 17

시계를 돌리는 사람 23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25

자라투스트라를 다시 기억하며 29

나그네 되어 31

왜 위반해야만 하는가 33

길을 떠나야 할 때 35

혼자 걷는 길은 없다 39

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 42

 

2부 바다와 바람과 숲의 날들

숲속 일기 51

회상 316

 

3부 숲속 삶, 그 이후

고향을 추억하다 기어이 들어선 나의 길 368

행복한 숲에서의 삶 370

그 이후 372

그리고 빨랫감376

시인, 소설가, 수필가, 독서전문가, 심리상담사

 

늘 푸른 거제도에서 태어나 초, , 고를 마치고 부산으로 건너와 부경대학교에서 공부하였다.

젊은 날, 불현듯 맞이한 중도장애라는 삶의 고빗사위를 걸림돌 아닌 삶의 디딤돌로 여기고 글 쓰며 재기하였다.

2002년 산재수기 당선하고 2003년 문학저널 신인문학상 수상하며 문단 생활 시작하여 테마수필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아이들 독서, 논술 지도를 10여 년 하다 사단법인 한국독서문화재단 상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독서, 논술 지도자 양성하고 독서 전문가로 활동하였다.

40여 년을 대처에서 생활하다 2021년 귀향하여 고향 언덕에 조그마한 집필실 마련하여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2019출판과 문학소설 부문,문학도시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하며 문단에 재 입문하였다.

2017 부산문학상 우수상 수상하였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그래도 동그랗게 웃기산문집 점멸등에 걸린 바람장편소설소설 거제도가 있다.

 

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수상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거제문인협회 회원, 테마수필 필진

1026

북병산이 파스텔 톤북병산이 톤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연한 홍조 띤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니 계곡 물소리가 청량감을 보탠다. 수채화 유화는 지고 모자이크로 그려낸 가을 가지마다 팔 색 단풍 달리고 화들짝 불을 지른다. 흙은 더 단단한 뿌리로 내린다. 갈바람에 창살은 기어이 울음소리를 낸다. 바람과 나뭇잎의 조우. 산책길 위 그 사내는 기꺼이 세상과 하나가 되고 주체할 수 없었던 뜨거운 마음 식어 내린다.

걸으며 명상에 젖어든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느린 걸음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내 생각을 한다. 때로는 느리게 걸음으로서 특별한 풍경을 응시한다. 허상도 기만도 없이 내 숨소리와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듣는다. 가벼운 먼지와 동류의식을 느낄 정도로 작아진 나를 그제야 만난다. 인간은 고독의 경지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자신의 실존에 탐닉하게 되고 살아 있음을 체득하게 된다.

잎 떨어지기 시작한 나무들이 일렬로 서있는 산등성이의 산새가 낙엽의 운명을 걱정한다. 가을빛 가득 내려 오동나무 늙어가고 흰 구름 서산에 걸어둔 채 스산한 갈바람 앞세우고 걷는다. 툭툭 떨어지는 허공에 곤두박질치는 세월의 아픔이 서럽다. 아래로 내리던 슬픔은 낙엽 되어 땅에 내린다. 떨어짐은 기다림이다. 한 개 점 되어 오롯이 고독을 채집하고 있다. 자잘한 슬픔이 북받쳐 올라 마음이 자꾸만 안쪽으로 밀린다. 본향을 찾아가는 목적의식분명하다. 기어이 한 점 섬이 되고 만다.

아라, 너에게 간다. 새 살 돋울 힘 얻을까. 가을 깊어가자 냄새나는 눈물이 돌돌돌 흐른다. 빛 고운 숨결은 기어이 눈부신 하루를 내려놓는다. 모두 외롭진 말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하늘 담은 고추잠자리 어깨 위 가만히 내리니 우리를 더욱 사무치게 한다. 저 파란 공간은 무엇이 있기에 저리도 그리울까.

어머니, 당신이 계셔서 마냥 행복합니다. 차가운 바람 내치시고 황홀한 노을만 품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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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벤허가 재방영된다. 다시 눈길 멈추어 집중해 본다. 명화 중 최고로 꼽는 것이 벤허이다. 벤허의 웅장한 서사 중에서도 주인공 벤허와 메살라가 말 다루는 장면이 나온다. 둘 다 말을 잘 다루지만 방법은 다르다. 메사라가 말을 채찍으로 후려치는 반면 벤허는 안짱다리 힘만으로 잘 달리게 한다. 벤허는 시합 전날 말과 눈 맞추고 어루만지며 정서적으로 교감하여 이미 하나가 된다. 그의 용인술이 한 수 위였던 것이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최고의 용인술이다. 누군가와 진실하게 마음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면.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찾았다.

 

만약 내가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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