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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11-04 13:30
  • 어머니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
  • 이승훈
  • 수필in
  • 2022년 11월 13일
  • 신국판
  • 979-11-978643-9-1
  • 15,000원

본문

어머니, 고맙습니다

 

어머니,

오늘은 축하보다 감사한 마음이 앞섭니다.

90세 생신을 맞아 이만큼 건강한 어머니를 마주할 수 있어서 더없이 감사할 뿐입니다.

어머니를 보호하고 지켜주신 어머니의 부처님과 저의 하느님께 감사의 두 손을 가슴에서 모읍니다.

또한, 어머니를 늘 귀히 여기는 누나네와 아우 용욱 그리고 형수님, 어머니의 유일한 친정 혈육인 주형 아우네를 비롯해 사랑하는 조카들과 외눈부처 같은 모든 손주까지도 오늘 새삼 고맙습니다. 어머니께는 모두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오늘은 어머니의 90세 생신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100세 생신을 기원하는 자리요, 100세 시대를 향한 어머니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건강은 우리에게 축복입니다.

평소 자식이 잘 챙겨드려서가 아니라 어머니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하신 덕분입니다. 나이 들어 아프면 자식에게 짐이 된다며 조금이라도 몸이 불편하면 혼자 병원을 찾으셨지요. 허리도, 다리도, 손도 불편한 몸으로 버스를 타고 다니시면서 말입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우리 어머니는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가 자식에게 효도한다고 합니다. 험난한 세월을 겪으면서도 어머니는 항상 지혜롭고 강단이 있었습니다. 그런 성정이 어머니를 이만큼 건강하게 지켰다는 생각입니다.

비록 제 삶이 애옥살이로 점철된 나날이었지만, 어머니가 건강하셔서 저는 일하는 데 열정을 쏟을 수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는 제가 살아가는 데 보이지 않은 힘이었습니다. 쓰러질 듯 숱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당신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회사 일로 힘들 때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엄마를 외쳤지요. 부르기만 해도 힘이 되는 분이 당신이었습니다.

 

어머니,

제가 본의 아니게 장남이 되었지만, 그 역할 한 번 제대로 못 하였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합니다. 또한. 부족한 형을 탓하는 일 없이 묵묵히 당신을 챙겨 온 아우, 윤후 아빠와 제수씨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합니다.

어머니,

제가 지난 10여 년 어머니 이야기를 써온 까닭은, 어머니와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습니다. 이젠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를 보살피며 살아야 하는데, 사업한답시고 허둥대다 보니 어머니 곁으로 가는 길이 멀어져만 갔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 마음은 초조해졌고, 그럴 때마다 어머니와 대화하듯, 때로는 죄스러운 마음으로 몇 줄씩 메모하곤 하였습니다. 한편으론 어머니 이야기를 쓰는 시간만큼은, 어머니와 함께 있는 듯한 위안을 받았습니다. 저는 항상 어머니 홀로 계신 고향 집을 그리워하였습니다.

 

어머니,

이 글이 대단해서 책으로 묶은 것은 아닙니다.

어머니에게 들은, 어머니에게 느낀 어머니의 자취소리 하나하나가 제게는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당신의 미소가 되어야 하는데 늘 근심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염려가 기도되어 이만큼 살았습니다. 피땀 흘리며 비손하신 그 마음으로 저희가 살아왔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먼저이신 분,

좋은 일 생기면 제일 먼저 알리고 싶은 분,

제 삶의 축복이신 분,

눈을 뜨면 자식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

세상에서 저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분,

감사 그 자체이신 분,

하느님의 사랑과 부처님 자비를 깨닫게 하신 분,

그분이 바로 어머니 당신입니다.

 

아들로서 제 역할을 못해 늘 죄송하지만, 더욱 열심히 살아 당신의 미소가 되겠습니다.

어머니,

앞으로 더 기쁜 시간 마련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어머니의 90세 생신을 축하드리고 사랑하며 존경합니다.

 

펴내는 글어머니, 고맙습니다 4

 

1.

어머니라는 존재 14

다시 영등포역에서 21

가는귀 25

트라우마 39

어버이날 41

어머니 집에서 1 44

딸을 찾아서 46

생일 48

어머니 집에서 2 52

엄마 없는 결혼 55

궂은 생각 57

당신에게 남은 시간 60

작은 케이크 62

어머니가 메시지를 읽다 65

순천에서 서울로, 다시 순천으로 68

케이크 초를 거꾸로 꽂으며 74

셈으로 따질 수 없는 일 80

자식 냄새 풍겨주기 83

새마을호에서 KTX88

병원에서 탈출하다 95

 

2.

당신이 참 고맙습니다 102

어머니의 밥상 1 107

어머니의 밥상 2 111

외딴섬의 신음 113

새벽닭이 자처울어 쌓는다 118

동생이 사라지다 121

그곳에 가면 행복하다 127

오늘처럼 바람이 불어쌓면 133

동강떡새 137

어머니가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 140

빼앗긴 명당 146

깡다리 149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152

반딧불이 155

아들이 죽는 꿈 158

싹수없는 아들을 보면서 162

무릎 수술 165

엄니의 기억 공장이 풀가동되다 172

노모를 버리다 175

성희 178

 

3.

메시지 184

썹써구를 아시나요 189

볏단 소녀 196

어머니의 아침잠 202

사랑할 수 없는 불빛 211

어머니와 코로나 214

당신 곁으로 가고 싶다 217

별에서 향기가 난다 220

어머니와 아들 둘만 제사를 지내다 225

재난지원금 231

설날 전, 어머니의 자비출판이 통하다 234

미스터트롯니들이 효자다 237

어머니의 하늘은 높아만 가는데 242

이명 244

어머니가 둘이다 249

우리 집 효자, 막내 253

클레멘타인 257

가을 모기 262

북두칠성 267

 

ㆍ순천 생

ㆍ경남대학교에서 법학 전공

ㆍ수필가·시인

ㆍ한국문인협회 회원

ㆍ부정기 간행테마수필발행인

ㆍ계간출판과 문학발행인

ㆍ해드림출판사·도서출판 수필in 대표

 

저서

산문집 :어머니,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2022)

실용서 :자비출판(2018)

실용서 :국어사전에 숨은 예쁜 낱말(2017)

산문집 :외삼촌의 편지(2016)

수필집 :가족별곡(2010)

사랑할 수 없는 불빛

 

시골에 내려가면 가슴이 시리도록 좋은 것이 어둠 깊은 밤이다.

고향 마을 덕산에서 밤을 맞이하면 사춘기 소년처럼 가슴이 설렌다. 다가오는 모든 것이 시요, 수필이요, 짝사랑이요, 연애편지다. 어렸을 때도 휘영청 밝은 밤에는 쉬 잠들지 못한 채 달빛에 몸을 적시곤 하였다.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골목 어디쯤에서 서성거릴 듯한 달밤을 여전히 나는 지금도 만나고 있다.

어느덧 오십 중반을 넘어서면서도 상쾌하고, 맑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골 밤과 만나게 되면, 칠흑 같은 두려움에도 마을 앞으로 산책하러 나간다. 묵주 하나 들고서 가로등도 없는 어둠 속을 묵상하며 걷는 것이다.

개펄 바다를 낀 들판의 고요한 숨소리, 맑디맑은 밤하늘의 소리 없는 미소들, 스스럼없이 스쳐오는 갯냄새의 바람, 마을 앞의 이 정조(情操)는 다름 아닌 그분의 축복이다. 운 좋은 날, 나는 여기서 내 영혼을 지나 가슴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날은 어둠 속에서 나의 환희도 유성처럼 길게 빛난다.

 

오목한 산등성 아래 놓인 마을의 사립문을 열고 나오듯이, 신작로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면 금방이라도 기적이 울릴 듯한 철길과 어린 시절 부옇게 먼지를 일으키곤 하던 한길이 가로놓여 있다. 한길 곁에는 간척지 들판이 이어지는데 들판 너머는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개펄 바다가 펼쳐져 있다.

어둠 속에서 홀로 강둑에 서면 멀리 떨어진 섬에서 보내오는 불빛이 나를 눈물짓게 한다. 시커먼 섬 아래 드문드문 켜있는 불빛들은 내가 사랑할 수 없는 여인이 나의 그리움을 위해 밤새 켜 둔 불빛이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 사랑할 수 없는 사람, 나에게 돌아올 수 없는 그녀가 사는 섬의 나의 불빛들, 그 불빛 아래 서 있는 그녀도 내가 이곳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자주 강둑을 서성거린다는 것을 안다.

아무리 그리워도 그녀가 사는 섬으로 갈 수가 없다. 개펄이 드러나는 썰물 때라도 광활한 개펄 위를 걸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둑 벙벙하게 차오르는 찬물때라도 섬으로 가는 뱃길이 없는 데다, 다닐 배조차 없으니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득하고 아련한 섬이다. 하지만 하늘의 별빛처럼 막연하게 떨어진 곳이 아니라, 어떻게든 가는 길을 찾아보면 있을 듯한 거리여서 어둠 속에서 빛나는 그녀의 불빛이 더 설레고 아프고 그리운 것이다.

더는 사랑할 수 없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녀……, 컴컴한 바닷가 강둑에서 신파극 같은 상상을 하면서도 멀리 떨어진 섬의 꺼질 듯 가물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면 시린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머니 홀로 사는 덕산으로 내려온 어느 날, 깊은 밤 강둑을 걷다가 수평선 끝에서 흔들리는 섬들의 불빛을 바라보며 문득 더는 사랑할 수 없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여인을 상상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사랑하였던 그녀가 나를 떠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섬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생각하니, 섬들의 불빛이 한없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문득문득 덕산으로 내려가고 싶고, 그곳에서 어둠이 깊어지면 섬이 보이는 그곳으로 나가고 싶어 잠 못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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