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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공모전 금상- 한 발 한 발 걸어가기 | 한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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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1,060회 작성일 19-11-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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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한 발 걸어가기>
한수련

꿈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처럼 어렸을 때부터 분명한 직업적 목표를 가지고 그것에 매진하기를 바라는 사회에서는 꿈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적어도 아무런 말도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의이든, 타의이든 간에 '○○ 가 되겠다' 라고 무슨 말이라도 내뱉어야 바르고,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수필집을 펼쳐보기 전, 잠시 망설임이 들었다. 오랫동안 합격을 그려왔던 시험을 포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과 몸이 모두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테마수필집의 집필 작가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모두 다 문학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신 분들일텐데, 그 분들이 하시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지금 시기의 나에겐 와 닿지 않을 내용일 것 같았다. '꿈을 크게 가져라' ' 노력이 부족하다' 등등의 나 자신을 채찍질 하는 내용은 시험 준비 시절 수없이 읽었던 합격수기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약간의 불안함과 기대를 안고 한 장 한 장 읽어나가기 시작한 책은, 페이지가 점차 줄어드는 것을 너무나도 아쉽게 만들더니 끝내는 나를 울리고 말았다. 책을 읽기 전 내가 처음에 가졌던 생각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어떤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그 사람과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스물 네 분의 작가님들과 소통을 하면서, 나는 적잖이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김지안 님의 『스물한 살이 되었어요』 에서는 길 잃은 아이들이 나온다. 입시를 위한 공부에 떠밀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인생들이다. 꼭 지금의 나와 같다. 스물한 살 무렵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김수영 씨를 소개하고자 한다는 내용에서는 작가님 역시 스물한 살 무렵에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똑같이 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생에서 꿈을 이루는데 늦은 때란 없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오래된 진리를 세상에 떠밀려 요새 잊고 살았다.

나는 대학 입시 이후로 심적으로 방황을 많이 했다. 하나의 목표만 보고 달려왔던 학창 시절과는 달리 갑작스레 목표가 사라진 삶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뭔가 준비를 하긴 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손바닥 뒤집듯 ‘어른’ 으로 척척 행동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학생과 사회인의 중간 지점에서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래서 일까.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일』의 이승훈 님처럼 내가 원하는 하나의 꿈을 소망하여 적바림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나의 꿈 ․ 나의 바람이 아닌 부모님의 꿈과 바람을 짊어지고 너무 오래 달렸다.

강경란 님의 『반음』 중 ‘꿈은 생명을 알차게 해주는 보배’ 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정말로 과거의 내 삶을 돌아보면 뭔가를 진심으로 이루고 싶어서 노력했을 때 삶이 제일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던 것 같다. 내 실패는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이 없고, 하고자 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소망을 짊어지고 나아갔기 때문이 아니었을지. 『책 뒷면의 문구처럼 ‘꿈은 바람을 먹고 산다’』는데,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소망이었기 때문에 절실히 바라지 못했던 것이 패인이었던 것 같다.

문득 내 나이면 너무 늦었나 싶다가도 또 다시 책장을 넘기며 마음을 다잡게 된다. 임영숙 님의 『통증』에서는 손주를 보시고 난 이후에 사역자로서의 꿈을 시작하고 계시고, 유호승 님의 『오늘도 바람이 분다』 에서는 끊임없이 꿈을 재설정 하시며 열정 가득한 삶을 사시는 모습이 보인다. 장은초 님의 『꿈꾸는 자들의 섬에서』에서는 심지어 84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신 할머님도 계시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내 진로와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뭔가 실행을 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인생(人生)을 사는 거니까. 20대의 삶만 삶이 아니므로. 내가 죽기 전까지만 내가 정말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게 성공한 인생 아닐까.

스물 네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저마다의 꿈을 소중하게 품고 있었다. 강경자 님의 『내 안에 부는 바람』에서는 산티아고 행에 대한 꿈이 있고 김영태 님의 『달콤한 바람에 흔들리는 흰 꽃잎』 에서는 손자 ․ 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미래를 그리는 꿈이 있다. 또 소현숙 님의 『북극성과 남십자성이 빛나던 밤하늘』 에서는 텃밭을 가꾸며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삶에 대한 꿈이 있다. 꿈이 거창하거나 김은미 님의 표현대로 ‘명사’ 가 아니어도 내가 절실하게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의 꿈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이 추상적인 꿈이 아니라 내가 다가갈 수 있는 꿈, 이룰 수 있는 꿈. 김창애 님의 『노벨상과 BMW』에서 BMW의 의미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은연중에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참 많이 의식하며 인생을 살아왔다.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내게 기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저버리기 싫어 항상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이 아닌 것 같은 미래의 모습을 ‘명사’ 로 말하곤 했다. 이제는 좀 변해야겠다. 궁극적으로 내 행복을 바라시기 때문에 당신들의 소망을 권하신 만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만족스러워 해주시지 않을까.

『책의 제목인 ‘오늘도 바람이 분다’』 에서의 바람은 매일 매일 하늘에서 부는 ‘바람’ 이기도 하지만 내가 소망하는 일 이라는 뜻인 ‘바람’ 이기도 한 것 같다. 매일 매일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굳이 커다란 목표가 아니더라도 나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며 날마다 하나씩 이루어 가는 일들이 ‘바람’ 이자 곧 ‘꿈’ 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한 발 한 발 그 꿈들을 찾으며 걸어 나가야 겠다. 그러다보면 문득 뒤돌아 봤을 때 보잘 것 없어 보이던 내 인생도 내가 바랐던 소망들로 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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