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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아버지 세대를 위한 치열한 성장소설 [땡크노미] 독후감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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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1,058회 작성일 19-11-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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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금상]  
성장의 대가
김세정 
 
 
 
 
성장엔 언제나 대가가 필요한 것일까.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저절로 어른이 되었다는 아이가 없듯이 우리는 매일 매일을 합당하거나 혹은 억울하리만치 넘치는 것들을 지불하며 살아가고, 또 성장하고 그러므로 죽어간다. 그러니 생각해볼 수밖에. 죽음이 없는 곳에선 성장도 불가능한 것일까. 
 
 패거리 중에서 ‘깡’하나는 남부럽지 않은 ‘나’와 상호를 비롯한 고만고만한 녀석들이 한 겨울, 제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으로 담배 피는 시늉을 하더니, 나아가 매우 귀한 것인 냥 양말 속에 은밀하게 숨겨둔 청자담배를 꺼내 물며 어른 흉내를 내는 모습으로 시작된 이 소설이, 그리고 허락되지 않은 것들을 골라서 오히려 도전처럼 행하는 녀석들의 모습이, 사뭇 유쾌했다. 이른 바 ‘삥’을 뜯자는, 역시 비도덕적인 제안이건만 ‘깡’이 있는 사나이들이라면 으레 해볼 만한 일인 냥 너스레를 떠는 상호의 모습에서, 나는 호기로운 반항아 이면에 숨은 짓궂은 소년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다소 발랄하게 시작된 이 소설이 그러나 종국에는 나의 마음을 이렇게나 안타깝게 할 줄 미처 알지 못했다.  
 
누구나 겪어야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겪어봤다는 이유만으로는 아무에게도 함부로 정의 내려 줄 수 없으며 또한 섣부른 조언조차 녹녹치 않은, 짧지 않은 인생의 한 시절. 너무도 유명한 나머지 오히려 빛바랜 수사가 되어 버린 ‘질풍노도’, 그 시기를 담은 이 소설에 대하여 표지에 쓰인 짤막한 설명은 ‘서울내기의 치열한 성장소설’이었다. 매우 짧은 문장이건만 몹시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치열한’이라는 어휘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땡크’라는 별명을 지녔으며 그 별명에 걸맞게 친구들 사이에서 불량기 다분한 ‘상호’에 이어 2인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단단한 인물이다. 그러나 ‘땡크’라는 그 별명만으로는 ‘나’에 대한 모든 설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저돌적이고 다부져 보이는 모습 내면엔 섬세한 감성이 존재하고 또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깊이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들로서의 그는 아버지의 부재로 자신의 여성성은 제쳐두고 자식들 먹고 입히는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엄마의 마음을 읽을 줄도 알기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자식이기도 하다.  
 
그의 친구들 역시 풍족치 못한 가정형편을 지녔거나 혹은 다른 이유들로 모두 조금씩의 결핍을 지닌 인물들이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하는 듯 보이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반항심이 있고 불량해 보이는 상호, 순수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일까 약간 모자란 아이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 인구, 부모님이 불법으로 밀주를 담가 생활을 하는 부용이, 가난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용택이, 배다른 누나가 있는 재홍이, 여자 같은 곱상한 외모와 행동 때문에 친구들과의 사귐이 쉽지 않은 장경이 등, ‘땡크’와 그 주변의 친구들은 무언가 조금씩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것은 ‘땡크’와 그 친구들만의 공통점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훈계하고 교육시키는 ‘악바리 선생님’이나 ‘개다리 선생님’도 마찬가지며 자식을 굶기지 않기 위해서, 법을 지키지 못하거나 더러운 꼴 보아가며 일을 해야만 하는 부모님들 또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모두 다 완벽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서로의 빈 부분을 지적하고 또 때로는 채워주며 투닥투닥 살아가는 게 삶이니까. 
 
 ‘땡크’와 친구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금지된 것들에 호기심을 보이고, 아직은 배우지 않아도 될 세상의 단면들을 보고 또 깨우쳐가며 보낸 1969년의 이야기들이, 나는 마치 우리 삶의 축소판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숱한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부분은 ‘땡크’가 전해준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누구나 겪는 게 생로병사라지만 이 소설에선 그들 청춘의 발랄함만큼이나 유독 죽음의 이미지, 상실에 대한 그리움 같은 감정들이 자주 읽힌다. 그것은 잃어버린 것, 혹은 애초부터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할 테지만 결국은 누구나 겪어야하는 성장통과도 같은 것이다.    
 
죽음을 전하는 ‘땡크’의 목소리는 비교적 담담했지만 그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며 결코 치루고 싶지 않은 성장의 대가였다. 강요된 펜팔을 통해 알게 된 전하사의 갑작스런 죽음이나 기차에 치여 목이 잘려 죽은 술 취한 노인의 이야기, 비행기의 오착륙으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성이던 가장들이 동시에 세상을 떠난 이야기들 말이다. 그리고 아직 인생의 꽃을 채 피우지 못한 나이의, ‘땡크’의 표현에 의하면 간을 내주어도 아프지 않을 친구 ‘상호’의 죽음에 이르면 안타까움과 슬픔이 복받쳐 ‘도대체 왜’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정말로, 대가 없이 우리는 성장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누가 누구의 대가가 되어줄 것이란 말인가. 러시안 룰렛처럼 인과관계가 뚜렷치 않은, 도처에 깔린 삶과 죽음에 대하여 그리고 잃은 것과 남은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언젠가 어느 유명한 소설가의 처녀작에서 자신이 누군가의 핏 값으로 산다는 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말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사실이건, 설령 위선이 섞인 치기어린 감정이건 간에, 분명한 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사는 게 고단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오늘을 산다는 것은 그 만큼의 대가를 치러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삶이 내게 호의적으로 느껴지지 않거나, 때로는 고통과 실망만을 안겨주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여겨진다 할지라도, 오늘을 결코 방만하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내일은 오늘을 살아낸 결과일 것이므로.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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