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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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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창우 댓글 2건 조회 915회 작성일 20-06-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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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내가 서울하고도 강남, 강남 중에서도 청담동에 갔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 유행의 첨단을 걷는, 연예인이 많이 산다는, 말로만 듣던 그 청담동입니다. 난생처음 강남에 발을 디딘 것인데, , 강남이 처음은 아니군요. 강남에 몇 번 가긴 갔었군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고속버스 타러 몇 번 들른 적이 있군요.

 

청담동에서 오늘 조카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진주에서 서울 강남까지 버스로 왕복 여덟 시간 걸린다는데, 여덟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생긴 것입니다. 여덟 시간이면 하나의 문명이 발생하고도 남을 장구한 시간 아니겠습니까? 고민 끝에 책 한 권하고 헤드세트를 챙겨 버스에 올랐습니다. 차에서 책 읽다가 음악 듣다가 졸리면 스르르 잠들면 되는 것입니다. 내가 몇 년 전 거금 30만 원 가까이 들여 성능 좋은 헤드세트를 구입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헤드세트를 출근할 때도 챙겨 가서 직장에서 점심시간에 헤드세트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클래식 음악을 듣습니다.

시간 난다고 동료들과 한담을 나누며 시간 보내느니 차라리 혼자 조용히 음악이라도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나는 음악에 관해서라면, 서양음악이든 우리 대중가요든 철저히 복고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버스 안에서는 교향곡을 몇 곡 선택하여 집중 감상했습니다. 교향곡은 연주 시간이 길기 때문에 평소 집에서나 직장에서 감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버스 안에서 맘놓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교향곡을 감상하기로 한 것입니다. 책과 음악 덕분에 오늘 버스에서 보낸 여덟 시간이 11초도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서울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TV를 시청하는데, 맛집 코너에서 충북 보은 순대소개하는 것을 봤습니다. TV에서 보은 순대를 얼마나 맛있게 홍보를 하는지 그놈의 보은 순대랑 막걸리 한 병 먹으면 죽어도 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순대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하는군요. 당장 그 순대집을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언제 보은 근처를 지나게 되면 반드시, , 필히, 기필코, 그 순대집에 들러서 순대전골을 먹어치울 것입니다. , 보은 순대 먹고 싶다!

 

결혼식이 진행되는데 주례 선생님이 누군가 했는데 놀랍게도 스님이 주례자로 등장을 하시더군요. 스님이 주례를 서는 광경은 처음 봅니다. 충남 공주의 모 사찰 주지스님이라는 주례 선생님은 신랑의 부친(나의 매제)과 대학교 친구라고 합니다. 신랑 부친이 독실한 불교 신자입니다.

스님이 주례 말씀을 하시기 시작합니다. 나는, 스님이 혹시 법정 스님의 주례사를 소개하는 것은 아닐까 숨 죽이며 경청하는데 그것과는 상관없는 주례사였습니다.

서로 이해와 사랑으로라거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같은 극히 형식적이고 상투적이고 무책임하고 하나 마나 한 말씀은 일절 없는 간결하고 훌륭한 말씀이었습니다.

스님의 주례 말씀 요지는, “많이 벌고 높은 위치에 올라가고 많이 갖는 것이 행복이 아니다. 만족할 줄 알고 베풀고 나누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스님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주례 말씀을 마무리하시더군요. 그런데 나는 스님이 나태주 시인을 언급하실 때 깜짝 놀랐습니다. 혹시 스님이 궁예의 관심법(觀心法)을 배우셨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바로 며칠 전, 장선숙이라는 여자 교도관이 쓴 왜 하필 교도관이야?라는 책이 세상에 나왔는데, 그 책 추천사를 나태주 시인이 멋있게 써 주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로 며칠 전 왜 하필 교도관이야?를 구입하여 이번 서울 여행에 그 책을 껴안고 버스에 올랐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스님 외모도 ‘TV드라마 왕건에 나오는 궁예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랑이 양가 부모님께는 물론 하객들에게도 엎드려 큰절로 인사하자 스님이 오리지널 충청도 말투로 신랑이 충청도 양반이라 인사성이 참 밝어유.”라고 멘트를 하자 식장에 일순 폭소가 터졌습니다.

신랑 부친이 한의학 교수로 재직 중이니 스님도 대학 시절에는 같이 한의학을 공부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스님에게 스님은 대학교씩이나 다니셨는데, 한의사의 길로 안 가시고 대체 어떤 연유로 출가하시게 되었습니까?”라고 물어보려다 꾸욱 참았습니다.

 

내가 청담동에서 결혼식 참석한 오늘, 이곳 근처 잠실 종합운동장 앞에서는 오전에 중앙마라톤이 개최되었을 것입니다. 잠실 종합운동장 앞을 출발하여 경기도 성남까지 달려갔다 오는 중앙마라톤에 내가 마지막으로 출전한 지가 5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중앙마라톤명칭이 작년부터 ‘JTBC 서울마라톤으로 바뀌었다는데, 도대체 왜 이름을 발음하기도 어려운 괴상한 이름으로 바꾸었는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방송국 이름을 따서 바꾼 모양인데, 그런 식이라면 춘마 이름도 ‘TV조선 서울마라톤으로 바꿔야 할 것이고, 서울 동아마라톤은 채널A 서울마라톤이라 바꿔야 할까요?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부르기 쉽고 정감 가는 이름이 좋은 것 아닌가요? 절박한 사정이 없는 한 그렇게 함부로 이름을 바꾸면 되겠어요? 대체 중앙마라톤 이름이 뭐가 어때서 그렇게 어려운 이름으로 바꿨는지 모르겠어요. 영어가 들어가야 품위가 좀 있어 보인다는 썩어빠진 사고방식 때문 아닐까요? 그래서 나는 누가 뭐래도 JTBC 서울마라톤을 종전대로 중앙마라톤이라 부르겠어요. JTBC는 자판기로 치기도 어려워요.

 

정말로 진짜로 참말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경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의 할머니가 작년 5월에 별세하셨습니다. 그런데 저의 할머니 이름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할머니 이름이, 아뢰옵기 민망하오나, ‘최죽자였습니다. 아무리 옛날사람들 이름이 촌스럽다 하더라도 어쩜 그리 안 좋은 이름이었을까 내가 생각해도 참.......

할머니 상을 당했다고 직장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고인의 이름을 차마 그대로 적어 낼 수가 없어서 최죽자최선자로 고쳐서 신고해야 했습니다. 할머니가 옛날분이라 안 좋은 이름을 고칠 생각을 안 하시고 평생 사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름에 안 어울리게 할머니는 96세까지 장수를 누리셨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오늘 내가 있을 곳은 결혼식장이 아니고, 가슴이 뛰고 심장이 뛰는 중앙마라톤 현장이라는 생각에 심란한 하루였습니다.

, , 여러분! ‘보은 순대잊지 않으셨지유?


('마라토너와 사형수' 중에서)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조카 결혼식에 참석차 서울을 오가며 보낸 8시간 가끼이 참으로 알차고 보람된 시간이셨습니다. 여행 동반 친구로 헤드셑과 책.... 오가는 버스 속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감상하는 교행곡, 읽고 싶은 책을 독서하며 여유와 멋, 결혼식 참석과 주례스님, 우연하게 나태주 시인과 정신적 교류, 우연히 시청하며 알게 된 보은순대, 청담동(그 동네에 디스크 치료(추나요법)로 유명한 S박사가 운영하는 S한방 병원이 있는 데요), JTBC마라톤대회 등에 대한 단상 때문에 결코 무의미할 수 없는 하루 였을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보은 순대에 소주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