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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 하얀 그림자 (제 1부 > 자유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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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제> 하얀 그림자 (제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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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언홍 댓글 5건 조회 31회 작성일 20-07-16 17:46

본문

   내가 산매실 마을을 찾아간 것은 주간지 기자인 배기자를 만난지 일주일쯤 지나서였다. 그가 어렵사리 찾아냈다며 건네준 낡은 신문지 사회면에는 잿더미가 된 가옥앞에 한 여자가 넋을 잃고 앉아있었다.

 

  예전에는 나지막한 산에 매실 나무가 많아 산매실 마을이라 불렸다는 동리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았으나 신문에서 보았던 불탄 집이 어디쯤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얼마쯤 더 걸어들어가자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며 낮은 건물들 사이로  화살표가 그려진 약수터  푯말이 눈에 들어왔.  길가의 작은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좁은 가게 안은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다.  전봇대에 매달려 기우뚱 거리는 등산로 안내판을 눈으로 훑으며 캔 두개를 꺼내 들었다. 캔의 마개를 따  가게 노인에게 하나 내미니 뒷걸음하며 손사레를 친다.

   -아 아니우. 먹고 싶음 내가 먹지.

   -제가 사드리는 거에요. 저도 어르신 연세쯤의 아버님이 계시거든요.

   못이기는 척 노인이 캔을 받아들었다. 닳아서 반질반질 해진 가게 앞 나무의자에  노인과 같이 엉덩이를 걸쳤다.

   -여기 오래 사셨나요?

   -글쎄, 얼마쯤 살아야 오래 살았다고 하는 건지...

   -한 십년쯤, 아니 그보다 좀 더 오래?

   -그렇게는 안됐구. 좀 떠나 있다가 돌아왔지요. 젊을 때는 돈 번다고 돌아다니다가 다시 들어온 지 한 칠년쯤?. 그 전에는 형님이 여기서 장사를 하시다가 재작년에 돌아가셨다우. 이 가게 맡은 지는 형님 돌아가시고 부터니까 이년쯤 됐구요.

   -그럼 십여 년 전 여기 어디서 불이 크게 나서 아이가 죽었다던데 그 사건에 대해선 잘 모르시겠네요.

   -아이가 죽었다...십여 년 전쯤,,아 그 사건 말인가...

   노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뭐 좀 아시는 게 있으세요?

  -그 사건인가. 무슨 박사라고 했는데..

  -네 맞아요. 의학박사.

  -아 그건 여기 사람이면 모르는 이가 없어요. 그때 동네가 떠들썩했어요. 마을사람들도 불려 다니고 . 범인을 끝내 못 잡았다지 아마..

  -더 아시는 건....

  - 자세한 내막은, 잘 몰라요. 돌아가신 형님한테 들은 이야기뿐이라서. 그런데 이 동네가 아니고 이길, 이 길로 쭉 가다보면 약수터 가는 길이라고 나와요.

 -약수터요.?

 -예전엔 물이 참 좋았지요. 그런데 지금은 말이 약수터지 사람들이 물을 베려놨다니까요.

 -그런데 그 약수터가 아직도 있나요?

 -아 그럼요. 여기 사람들은 안 떠다 먹는데 타지 사람들이 줄곧 드나들더라고요. 시에서 수질 검산가 뭔가 했는데 부적합으로 나왔다더만. 그런데도 사람이 끊이질 않는 게 이상해 참 이상해.....

  -그래서요 그 약수터 가는 길로 가다보면 그 집이 나오나요?

 -나오긴 나오지요. 그런데 그 집 허물어버리고 유치원인가 뭔가가 들어섰어요. 지금도 마당을 파보면 불에 탄 집기 나부랭이들이 나온다고 해요. 정말인지 아닌지  그것까진 확인해보진 못했지만.

 -어르신 거기 좀 찾아가 보려고 하는데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이리로 죽 올라가기만 하면 동네가 나와요. 그 동네.. 그러니까 마을이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앞쪽으로는 지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전원 가옥들이고, 뒤쪽으로는 요즘 한창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말이 많은 원주민 동네가 나온 다우. 어쨌든 거기 가서 물어봐요. 아마 십 분이나 십오 분쯤 더 올라가야 할 거유. 모르지 젊은 사람 걸음으로는 그보다 더 빠를지도.

  노인의 말대로 십 분쯤 더 걸어가자 아주 작은 나무 팻말에 녹색 페인트로 쓴 약수터란 푯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정표대로라면 약수터는 거기서도 200미터쯤 더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예전엔 나무가 우거졌을 도롯가 안쪽으로 전원가옥들이 숲을 등지고 앉아 마을을 형성했다.  낮은 언덕 위에 노인의 말대로 아람유치원이라 쓰인 간판이 올려다 보였다.  돌층계를 올라 안을 드려다 보니 휴일이라서인지 유치원은 조용했다. 담장을 두르고 있는 낮은 휀스 너머로 곱게 다듬은 잔디마당이 성큼 눈에 들어왔다. 작동이 멈춘 작은 분수대 안에서 몇 마리의 물고기가 한가로이 유영을 하고 누렇게 말라버린 꽃잎 몇 개가 물위를 동동 떠다녔다.  연못곁에 서있는커다란 목련나무 아래에 하얀 등받이가 눈부신 의자 몇 개가 놓여있다.

 -계세요. 누구 안계세요

  한참 뒤에야  누군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여맨 중년의 여자가  손차양을 하고  이쪽을 쳐다봤다.

  -누굴 찾아오셨나요?

  -네 안녕하세요. 뭐 좀 알아볼게 있어서요..

  -뭔데요?

  -우선 제가 좀 들어가도 될까요?

  -아니 아니 그냥 거기서 물어보세요.

마당을 에두른  낮은 철책  안으로  발을 들여 놓으려다 여자의 손짓에 그만 머쓱했다.

  -별거 아니구요. 십여 년 전 여기서 났던 화재 사건에 대해 좀 알고 싶어서요.

  -네?  나원참 또 그얘기야...

 여자가 창문을  거칠게 닫았다. 창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발길을 되돌릴까 하다가 마을길을 따라 좀더 올라가 보기로했다.

 유치원 뒤쪽은 원주민마을이라고 했지.’

 유치원을 끼고 돌아 조붓한 동네길로 들어서자 노인의 말처럼 오래되 보이는 집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꽤 여러 채였다. 낡은 전봇대에 가로 질러 걸린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토지를 수용해 시에서 마을을 개발하려해도 주민들 의견이 분분해 애를 먹는 모양이었다.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의 문구가 이를 증명하듯 과격한 표어들로 펄럭였다.

  ‘죽이든가 포기 하든가 둘 중 하나만 택하라’ ‘돈 없는 백성은 사람도 아니냐!

  걸음을 빨리해 골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마을은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조용했다. 어데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울음소리는 낡은 대문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계세요." 문을 조금 밀어보았다. 삐걱하는 소리에  안에서 개가 냅다 짖어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늙수그레한 남자가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뭐요 또. 우린 돈 없어서 여길 못 떠난다니께. 그라니. 제발 우릴 가만 내버려둬요.

   한 올 머리도 없는 민둥머리의 노인이었다 수상쩍다는 듯  힐끔 힐끔 나를 쳐다봤다.

  -아네요 전 그 일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노인이 연방 내 위아래를 훑었다.

  -그라요? 정말이요?

  확인이라도 하듯  몇번이고 되물었다

 -아! 네 정말이구말구요. 어르신한테 장난하겠습니까?

 그제야 노인이  바지자락에 손을 문질러대며 밖으로 나왔다.

 -내가 실례를 했구만요, 첨 뵙는 분 같은데...그럼 어디서 오셨슈?

 -, 전 장영기라는 사람입니다. 뭘 좀 알아볼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누구?..

 -장 영 기요.  장 영기, 그런데 마을이 텅 비었네요.

 노인이 안경을 고쳐 쓰는 사이  재빨리 물었다.

 -어르신 여기 어디 술 한 잔 나눌 곳 없나요?

 술이 라는 말에 노인이 얼굴을 바짝 치켜들었다.

  -? 젊은이가 사려고? 아 있지..그란디 뭔 일로 술을 사?

 -아 좀 알고 싶은 게 있어서요.

 -그랴.. 어쨌든 따라오슈

 노인이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다음 회로~~~~~~~ 

댓글목록

김언홍님의 댓글

김언홍 작성일

게을러지는 나를 추스르려 글쓰기를 시작해 보려합니다
혹시라도 미흡한 부분이나 엉성한 부분이 보이시면
주저마시고 조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아이구! 김 선생님...
오랫만에 나들이 하셨습니다.
글을 쓰시려고 첫걸음을 하신다고요...
부지런히 쓰세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그동안

잘 계시고 건강하시지요.
언제 자리가 마련되면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남창우님의 댓글

남창우 작성일

다음 이야기 궁금해집니다.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언홍 샘은 안 늙나봐요. 소설 쓸 때는 이십대로 돌아가는 건가요? 잘 읽었습니다. ^^

김언홍님의 댓글의 댓글

김언홍 작성일

나이가 있는데 안늙을수가 있나요.
실물보면 놀라실걸요. ㅎㅎ
응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