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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엘 시스테마(2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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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창우 댓글 1건 조회 20회 작성일 20-07-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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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의 괴물이라 불리는 조윤범이라는 음악가가 요즘 많이 알려지고 있다. 내가 몇 달 전, 밤에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떤 젊은 남자가 유창한 언변으로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장면을 얼핏 봤는데, 잠시 유심히 들어보니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가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마치 6.25 때 북괴군이 따발총 쏘듯 말투도 빠르고 거침이 없었다. 며칠 지나서야 그가 조윤범이라는 것을 알았고, 클래식 관련 책을 몇 권 썼다는 기사를 보고 당장 그 책을 모조리(세 권) 구입해서 읽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 음악 상식이 절대 부족한 내가 조윤범이 쓴 책을 통해 위대한 작곡가들의 생애와 그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조윤범은 말도 잘하고 글도 여간 잘 쓰는 게 아니다. 조윤범은 전국에 강연도 많이 다니고 공연도 많이 다니고 글도 열심히 쓰기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일 것이다. 내가 읽은 책의 저자가 친히 대전에 공연을 오신다는데, 내가 안 가면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콰르텟X의 연주 자체보다는 조윤범의 작품 해설 말솜씨에 넋을 빼앗긴 시간이었다.

 

1111일에는 금노상 선생이 지휘하는 대전시립교향악단의 드보르작 특집 공연을 보러 갔다. 금노상 선생은 금난새 선생의 친동생이라고 한다.

이날 연주 곡목은 드보르작/카니발 서곡드보르작/첼로 협주곡(첼로 협연:정명화), 드보르작/교향곡 제8번 등이었다.

드보르작, 하면 우리는 교향곡 9신세계를 작곡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드보르작은 체코 사람이다. 체코 사람을 보헤미안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럼 조윤범이 쓴 책 조윤범의 파워클래식205~206 페이지에 실린 글을 중심으로 정리를 해보겠다.

 

-체코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공화국에서 슬로바키아와 함께 두 개의 공화국으로 분리, 독립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참 한이 많은 나라다. 오랜 옛날 유럽의 북쪽에서 내려온 슬라브족은 세 지방에 나누어 정착했다.

 

그 세 지방은 체히, 모라비아, 슬로바키아인데 이 중에서 체히는 라틴어로 보헤미안이라 불린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체코 사람을 보헤미안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세 지방을 모라비아가 통일했고, 얼마간은 모라비아 왕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큰 나라가 된 것도 잠깐, 이웃나라 헝가리가 슬로바키아 지방을 점령했고, 나머지 3분의 2는 프라하를 수도로 하는 보헤미아 왕국이 된다. 물론 이 나라도 얼마 후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고, 무려 300년간 지속되어 1900년대까지 오게 된다.

                                                                          ..... 중략 ....

 

당시의 체코 출신 음악가들은 불안한 정세의 고국 대신 세계로 나아가 활동했다. 피아노 학원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체르니, 거대 교향곡을 좋아한 구스타프 말러 또한 체코 사람이다.

스메타나 역시 파란의 체코를 조국으로 둔 작곡가였다 -

 

이외에 야나체크라는 작곡가도 체코 사람이다. 오늘 드보르작의 작품 중 두 번째 곡인 첼로 협주곡에 대해 역시 조윤범이 쓴 책 조윤범의 파워클래식231~232 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최고의 협주곡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바로 여기에 있다. 드보르작은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피아노 협주곡이 아닌 첼로 협주곡에서 그 왕의 자리를 탈환했다. 이 곡을 연주해본 첼리스트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바로 이 곡이 최고라고.

교향곡과도 같은 웅장함, 느린 악장에서는 목관 앙상블을 다른 파트에서 감상하게끔 쉬게 하는 여유,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을 담고 있는 빠른 악장들은 이 곡의 미덕일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등장하는 바이올린과 플루트의 이중주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매력적이다. 브람스는 이 곡을 듣고 난 후 저런 첼로 협주곡이 가능하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라고 땅을 치며 후회했다. 브람스는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같은 곡을 쓰느라 정작 첼로 협주곡은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

 

오늘 첼로 협연자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정명화였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서나 접하던 그 유명한 정명화의 첼로 연주를 몇 미터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잊지 못할 밤이었다.

이번 드보르작 특집 공연에는 아내와 함께했다. 아내는 내가 평소에 집에서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감상하고 있으면 졸졸 쫓아다니며 나에게 제발 음악 볼륨 좀 낮춰요. 귀먹은 노인네마냥 그렇게 크게 틀어놓으면 되겠어요? 시끄러워서 못살겠어요라며 잔소리를 해댄다.


드보르작 특집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 아내에게 물었다. “집에서 컴퓨터 동영상으로 감상하는 것보다 소리가 훨씬 컸을 텐데, 시끄러운 음악을 한 시간 반 동안 감상하느라 얼마나 힘드셨소?” 그러자 아내가 힘들긴요. 소리가 더 커질수록 눈이 더 크게 떠지던데요. 그리고 나는 무대 제일 뒤에서 열정적인 몸짓으로 팀파니를 두드리던 남자 연주자가 제일 멋져보였다우.”라고 화답하는 걸로 봐서는 아내도 직접 공연장에 와서 연주를 듣고 조금은 클래식의 매력에 빠진 듯하다.


얼마 전 KBS 유정아 아나운서가 쓴 클래식 에세이 마주침을 읽다가 눈에 번쩍 띄는 구절이 있어 꼭 소개를 하고 싶다. 마주침231~233 페이지에서 저자는 베네수엘라 사회운동의 하나인 음악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가이자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33년 전인 1975, 빈곤과 마약, 범죄 속에 뒹굴고 있는 조국의 소년들을 위해 시작한 사회운동이다. 가난한 집안의 10대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린 채 죽음을 맞기도 하고 갱이나 마약중독자로 성장하는 것을 보다 못한 아브레우는 뒷마당 주차장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악기를 손에 쥐여주었다. 그러니까 사회구제가 1차 목표, 음악은 수단이자 2차 목표였다. 엘 시스테마는 시작부터 무료로 악기를 빌려주고 레슨도 무료였다.

 

강도와 마약 복용으로 몇 차례나 체포되었던 소년 레나르는 처음 클라리넷을 받았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고 회상한다. 일단 자신이 악기를 가지고 달아나지 않을 거라 믿어준 데 놀랐고 클라리넷을 잡은 손의 느낌이 총을 잡았을 때보다 좋다는 것에 놀랐다. 음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레나르 같은 청소년들 덕분에 베네수엘라의 거리는 깨끗해지고 베네수엘라의 음악은 풍성해졌다.

 

시작 때 십수 명이던 아이들은 20여 명이 되고 50, 100명이 되었다. 지난 30여 년간 이 아이들이 기초를 다지면 더 나이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제 전국 백여 개 학교의 방과후 음악교실로 자리잡았다. 어른들은 일터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날 때까지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맡아주니 믿고 일할 수 있었다. 현재 베네수엘라 전역에는 25만 젊은 음악인들이 110여 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1970년 베네수엘라의 직업 오케스트라는 동유럽과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로 구성된 단 2곳뿐이었다).

 

그중 베네수엘라의 독립 영웅이자 2,3대 대통령을 지낸 역사적 인물인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딴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가장 대표적인 단체이다. 2백 명 남짓으로 구성된 젊은 단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친구는 여기 오지 않았다면 벌써 죽었을 거예요”.

 

엘 시스테마를 통해 뿌리내린 음악은 베네수엘라의 사망률이나 어린이와 청소년의 매일의 삶에 있어 구세주였으리라는 것은 그 안에서 연주하는 단원이나 그 연주를 한번 들어본 사람이거나 이런저런 루트로 알게 된 이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게 된다. 1994년부터 이 오케스트라에서 프렌치호른을 연주해온 라파엘은 말한다.

 

어느 날 침실에서 클래식 음악이 들려오는 거였어요. 1812년 서곡의 호른 팡파르 부분을 연주하는 내 동생의 바순 연주가 참 듣기에 좋았어요. 그래서 동생이 나를 오케스트라에 데려갔고 전 호른을 받았지요. 이 오케스트라는 꼭 커다란 기차 같아요. 그 안에 올라타면 그냥 우리를 실어가죠.” -

 

, 이건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지금 수많은 청소년들이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그중 일부는 범죄의 늪에 빠져 열심히 교도소.소년원을 드나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엘 시스테마가 절실히 필요하다. 길거리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쥐어 주고 음악을 가르치자. 그러면 전국 방방곡곡에 음악의 향기가 퍼져나갈 것이고 우리나라는 그만큼 살기 좋은 나라, 밝은 나라가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예에서 보듯 음악의 힘은 세상을 바꿀 만큼 위대하지 않은가.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낙엽이 떨어져 쌓여가며 쓸쓸해지는 계절,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애인과 함께 클래식의 향연에 빠져도 좋을 계절이다.

가을이 가고 있다.

                                     ('마라토너와 사형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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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사람이 자기가 몸 담고 일생의 업으로 하는 일 외에 다른 분야에 괌심을 가지고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분명 축복이지 싶습니다.

취미를 위해 빠듯한 일상에서 틈을 내어 투자하면서 즐길 줄 아는 삶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어도 그렇게 행하지 못하고 오늘까지 왔답니다.

바람으로 머물 생각이지만 만일 젊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생의 반쯤은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맛과 멋을 즐겨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