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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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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3건 조회 986회 작성일 20-08-15 20:02

본문

웃었다

윤복순

 

연일 계속되는 비로 온 나라가 홍수 폭우와의 전쟁이다. 가뜩이나 웃을 일이 없는데 답답하고 근심스럽고 활기 없는 나날이다. 어느 한 곳 빼놓지 않고 강타한 집중호우는 차마 볼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인명피해도 커 자꾸 한숨만 짓게 한다.

아침운동을 나가야 할 시간에 무섭게 비가 쏟아진다. 생략하기로 했다. 운동 나가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데 가지 않으니 그대로 있다. 출근길에 버리려는데 남편이 비 사이로 조심해 출근이나 하라고 한다. 자기가 버리겠단다.

퇴근해 보니 그냥이다. 여름이라 바로바로 버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냄새가 난다고, 괜히 내가 버린다고 하니까 못 버리게 하더니, 잔소리를 했다.

다음날도 비가 내린다. 이런 날 운동가면 큰 일 난다고 못 가게 한다. 나도 살짝 걱정스러웠다. 비가 오는 날엔 약국도 한가해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우선 먹기는 곶감이 좋다고 늦잠을 잤다.

출근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나오려니 남편이 하겠다고 손사래를 친다. 또 잊고 안 버리면 어떻게 해? “오빠 한 번 믿어봐.” 몸까지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한바탕 웃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숙면도 문제지만 어쩌다 하루씩 잠이 잘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가만히 빠져나와 거실에서 장감장감 걷는다. 그러다 졸리면 다시 들어간다. 이러니 상대방을 배려해 부부가 각방을 쓰게 되는가 보다. 아직은 같은 방을 쓴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잔다. 남편도 그렇다. 남편이 자꾸자꾸 내 옆으로 온다. 갑갑한 것은 둘째고 이러다간 떨어지게 생겼다.

자기야, 니 자리로 가. 나 땅바닥에 떨어지겠어.”

그러니까 당신은 왜 이렇게 이뻐가지고.”

자다가도 웃는다더니 정말 자다가 웃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동생들도 후배들도 크게 웃었다. 나는 예쁜 것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너무 멀다. 내가 진짜 예쁘다면 듣는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폭소를 할까 질투를 하지.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변비가 왔다 아직 노인성 변비가 올 나이도 아닌데. 출근 시간이 다 되어가고 샤워도 해야 하는데 마음이 바쁘다.

여보 나 변비 왔나 봐. 응원 좀 해줘.”

주식시세를 보고 있던 남편이 화장실로 오더니 손바닥을 펴 내 손바닥과 마주치며 파이팅, 파이팅 O양손 하이파이브를 날려준다. 마지막 손에 힘이 들어갔다. 큰 웃음 때문이었는지 성공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아들딸이 내려오지 못한다. 손자들의 재롱도 못 본다. 설상가상 홍수 장마로 온 나라가 난리다. 식구들과 가까운 곳의 휴가도 포기했다. 집에서 약국, 약국에서 집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시계추 같은 일상이다. 일탈을 꿈꾸지만 꿈으로 끝나고 만다. 코로나블루 레인블루인데 남편의 유머 덕에 웃었다.

비나 그만 왔으면 좋겠다. 뉴스는 온통 홍수 폭우 얘기다. 집도 농경지도 하천도, 전국이 입은 피해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나야 복구가 될까.

2020.8.8

 


댓글목록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감사합니다.
장마와 폭우에 별 일 없으신지요?
정망 웃을 일이 없어 치부까지 드러내는 글을 써 봤습니다.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위에 몸조심 하세요.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오랜동안 등산을 할 수없게 장맛비를 핑계대고 등산을 외면 했습니다.
그저께부터 날이들었는데도 아직 미적 거리며 등산에 나서지 않았는데
이제는 안 될것 같습니다. 30도를 훌쩍 넘는 한 낮에 등산을 어불성설이고
내일새벽(대충 4시 조금 지나)부터 등산에 나설 요량 이랍니다.

참,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 어쩌다가 제 담당이 되었는데
매일 저녁 8시 쯤에 깜깜해지고 사람들이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도둑질하듯 살짝 버리는데, 중간에 이웃집 아줌마라도 만나면 겸연쩍어
바보처럼 싱긋 웃으며 인사를 하면서도 부끄러워지기도 하던데요!

박래여님의 댓글

박래여 작성일

윤 선생님, 잘 사시는 것 같아요. 노인이 될수록 부부애가 돈독해야 만사형통이지 싶어요.^^ 저도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나고 자란 농부라 시부와 비슷한데 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상해서 곱게 봐주려고 애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