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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그림자 5 > 자유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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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얀 그림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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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언홍 댓글 1건 조회 22회 작성일 20-09-1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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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은 폭염이 내리쬐도 해가 지고 나면 견딜만 했다. 걸음을 빨리해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자주 오가던 곳이건만  일을 시작하려니  낮선 땅에 발을 디딘 이방인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술 두병을 주고 구해입은  노숙자의 색바랜 티셔츠가 튿어진 틈새로 허연살을 드러내어  자꾸 신경이 쓰였다.  변신은 완벽했다.  헝크러진 머리, 끈 떨어진 샌들, 냄새나는 바지와 티셔츠 ,사람들이 흘금거리며 지나갔다. 멀직이 서서 지켜보는  조현우가 얼굴을 묘하게 일그러트렸다.

 막차가 들어와 한떼의 사람들을 쏟아낸 역사안은 저벅이는 소리로 한동안 시끄러웠지만 그 소리들도 이내  멀어졌다. 지축을 흔들던 레일도 층계를 오르내리던  발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하루의 부산스러움을 내려 놓은 역사안 여기저기에 마른 기침소리, 신문지 바스락 거리는 소리 극적이는 소리, 몸을 뒤채는 소리들로 범벅이다. 기둥뒤에 자리를 잡고누어 신문지를 머리위까지 끌어당겼다.  

 -이봐 형씨 못보던 친구네.

  수염이 더부룩한 옆자리의 사내가  덥고있는 신문지를 들추고  나를 빤히 들여다 봤다

 -네? 아네,,,

적당히 대꾸할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 누운채로  어께를 으쓱 했다.

 -죄송합니다.

-머 나한테 죄송할건 없고,,,그나저나  이사람 참 운좋은 친구구만. 그 자리 먼저임자가 이틀전에 자다가  심장 마비로 죽었어. 안그랬으면 택도 없지 이래뵈도 여기 자리 다 임자가 있다고..

 임자가 있다는 말보다 사람이 죽어나간 자리라는 말에 가슴이 덜컥했다. .....

-그사람 참 좋은 친구였는데 나한테 이따금 술도 잘 샀거던...

-네에...

묻지도 않은 말을  휭설 수설 늘어놓는 사내에게선   술냄새가 진동했다. 사내의 긴 사설을 들으며 계획했던 대로 알약을 입안으로털어넣었다.  소리, 소리 들이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창틈으로 비껴드는 낮선 새소리에 눈을 뜨니 사방이 온통 회색이다.  성공인가?  몸을 이르켜 보려해도   팔다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 빽빽한 쇠창살 틈으로 담쟁이 넝쿨이 방안을 기웃거렸다. 오후의 따가운 햇살이 담쟁이 잎사귀 위에서 반짝거렸다.. 창너머  숲 키큰 나무 우듬지에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귀에 닿을듯 가까웠다 . 그때였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방문이 덜컥 열리며 누군가 방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순간 반사적으로도 이불자락을  머리위로 끌어당겼다. 

 - 그새 새로들어온 손님이 있었군.

 누군가 얼굴을 덮은 이불 자락을살그머니 들추며 중얼거렸다.  낯익은 목소리였다.목소리뿐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나는 냄세도 낮설지가 않았다. 맞다. 그 냄세.  강태구 박사였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불과 열흘전에 경찰서에서 마주친 적이 있지 않았던가.

-네 이틀전 실려왔는데 행려병자입니다.

-행려병자? 신원파악은 해봤나?

-네, 서류상엔 주거지가 불분명한  행려병자로 분류되 있던데요.

 -오 그래요. 우선 깨나면 옷부터 갈아입히세요. 어이구 냄세..

-네 실려오자 마자 갈아입히려구 했지만 제 혼자 힘으론 감당이 안되서...

 속으로 웃었다.  팔십키로가 넘는 나를 저 깡마른 절름 발이 영감이 혼자 다루긴 무리였을 것이다. 갑자기 등이 따끔거렸다. 잊고있던 며칠전의 기억이 한꺼번에 되살아나며 온몸이 근질 거리기 시작했다.   

  수면제 몇알에 골아떨어져 지낸 지난 이틀밤은 의문의 밤이었다. 어디를 어떻게 돌아 이곳으로 무사히 올수있었던 걸까. 예견했던 대로 주머닌 텅빈채였다. 필시 조현우가 챙겼을 것이다. 갑자기 세상과의 소통이 뚝 끊어진 느낌이었다. 겁이 와락 났다. 하지만 견뎌야해.


 

병실은 1.2층과 3,4층이 분리돼 있는듯 했다.

일이층환자들은 비교적 행동의 제약을 덜받는듯 했다. 한달에 한번 에 정해진 날짜에 가족들이 면회를 오기도 했고 퇴원도 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삼사층 환자들은 신원이 불확실한 행려병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병원의 허락이나 병원 종사자 의 동반없인 절대로 외출을 할수 없었다. 일이층환자와 삼사층 환자를 지칭하는 언어는 확연히 달랐다. 일이층 환자이름끝엔 늘 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지만 삼사층 환자들에겐 이름대신  몇호실 몇번이라는 번호가 따라다녔다.

 삼사층 환자를 돌보는 일은 절른발이 노씨 몫이었다. 병원에 한명뿐인 늙은 간호사가 오전 열시쯤 병실을 한바퀴 돌아보고 내려가면 온종일 노씨가 복도끝에 있는 작은 방안에서 유리 쪽문을 통해 복도를 살피는 일이 다였다.

  원장의 먼친척이라는  늙은 간호사는 눈이 매처럼 날카롭게 생긴데다가  턱을 약간 늘어트린채 눈을 치뜨고 사람을 올려다 보곤 하는지라 마주 서 있기가 웬지 꺼려지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특히 말을 아꼈는데. 병실에 들어와도  한번 쓰윽 둘러본뒤 유리창에 두른 쇠창살이 흔들리지나 않는지 한번 흔들어보고 나가는게 다였다.

 

  직사각형의 병실 천장에  형광등 네개가 달려있지만 그중 입구쪽의 한개에만 불이 들어왔다.  출입구를 가운데 두고 좌우 각각 침대가  세개씩 놓여있는 육인용 병실로 제일 안쪽 창가곁에 나는 누어있엇다. 환자를 위한 사물함이라던가 음료수따위를 쟁겨두는 냉장고 따윈 아예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옆병실에서 잔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출입구 바로 곁 침대위에 누운 사내의 흰 머리카락이  그가 뒤척일때마다 끙 하는 소리와 함께 미세하게 흔들거렸다. 하얀 병실에 누운 사내의 흰머리카락이 선뜩했다.  목이 말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려  문고리를 잡아 당겼는데 오래동안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던듯  금속성의 날카로운 파생음이  복도로 퍼져나갔다. 간신히 문을 밀고 밖으로 한발작 내디뎠는데 복도끝 작은 방안에서 노씨가 고개를 내밀었다.  

'뭐야?

처음 병원을 염탐하던날  숲에서 지켜보았던 절름발이 사내다. 다리에 힘이 풀려  맥없이 주져앉자 -어어어? 왜 그래?

절룩거리며 다가온 그가 내 팔을 잡았다. 약기운 탓인지 혀가 풀리지 않아 더듬 더듬  물마시는 시늉을 해보였다

-무 무..물

 더듬 더듬 물마시는 시늉을 해보이지 사내가 이마를 잔득 찌프렸다.

-반벙어린가 보군.

순간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반벙어리?  좋아 반벙어리 행세를 하면  경계도 덜 할거고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거야.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잘 감상했습니다.
요 며칠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져
가을을 실감하게 하네요.
이 가을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쓰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