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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자랑거리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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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2건 조회 46회 작성일 20-09-2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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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거리 하나 생겼다

윤복순

 

추석을 앞두고 아들딸이 벌초하러 왔다. 한낮엔 덥다고 아침 7시에 산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들은 새벽 4시에 출발했다는데 고속도로가 막혀 10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딸은 애들 다섯을 데리고 오려면 그 시간에 맞출 수 없다고 금요일 밤 12시에 왔다. 온라인으로 연수를 받고 오니 늦는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명절도 조용히 거리두기를 하라고 하니 내려오지 말라고 했는데 남편 혼자 고생한다고 내려왔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을 아들 사위 덕분에 빨리 끝냈다. 식당에 갈수도 없는데 마침 지난 주 딴 버섯이 있어 반찬 걱정을 덜었다.

가을 특히 백로가 지나면 버섯 따러 다닌다. 친정의 야산에 버섯이 많았다. 나에게 먹는 야생버섯은 솔버섯과 피버섯 뿐이다. 솔버섯은 소나무향이 난다. 피버섯은 자르면 피처럼 선홍빛을 띤다.

야생버섯은 소금물에 담가두었다 씻어야 한다. 영양분이 많아 벌레가 잘 생기기 때문이다. 처서 지나서 심은 배추 시래기로 버섯국을 끊이면 맛이 일품이다. 이 국으로 소복을 해야 가을을 맞이하고 또 가을을 잘 보낼 수 있다.

TV에서 나무위에 달려있는 버섯을 보았다. 여태껏 땅위에서만 버섯을 따는 줄 알았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크기가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모양도 특이했다. 어쩌다 영지나 운지를 따본 적은 있지만 말굽버섯은 그때 처음 알았다.

산에 가면 나무 위를 올려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말굽버섯 한 번 따보고 싶은 욕심에서다. 남편은 설령 발견한다고 해도 높이 붙어있어 장비 없이는 딸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실물로 볼 수만 있어도 행운이란 생각에 자꾸만 위를 바라본다.

말굽버섯은 말발굽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단풍나무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같은 활엽수에 기생한다. 나무의 종류와 장소에 따라 모양과 색깔이 다르다. 기원전 8000년대 유적에서도 발견돼 가장 오래된 버섯중의 하나다. 히포크라테스도 상처의 뜸을 뜨는데 이 버섯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약효가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나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으니 딴다면 무용담과 함께 장식물로 놓고 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느 해 광릉수목원에서 해설사와 함께 구경을 했는데 그곳에서 말굽버섯을 보았다. 큰 나무의 상층부에 TV에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있었다.

그 뒤로 소원성취 했으니 말굽버섯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어렸을 때부터 아는 버섯을 따는 것으로 만족한다. 버섯도 고사리처럼 하나가 있으면 그 주변에 여기저기 무리를 이룬다. 버섯을 따고 온 날, 자려고 누우면 낮에 버섯이 무더기무더기 있던 모습이 눈에 아른아른 한다.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만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혼자 내려온 아들은 한숨 자고 올라갔다. 딸은 하룻밤 더 자고 버섯 따러 가고 싶다고 했다. 손자손녀들의 체험학습시간이 된다. 날씨도 좋다. 고분전시관으로 갔다. 조경으로 소나무를 심었고 고분은 잔디로 조성되어 솔버섯이 자라기 좋은 조건이다. 도착하니 코로나19로 문이 닫혀있다. 야외에서 버섯만 딸 거니까 정문 옆 잔디밭으로 들어갔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말굽버섯을 발견했다. 죽은 나무를 잘라낸 그루터기에 겹으로 나있다. 나무 위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는데 이런 데서도 자라나 보다. 나무와 한 몸이 되어 있다. 바로 옆 살아있는 나무에 더 큰 것이 있다.

손자손녀들이 난리가 났다. 저희들도 따보고 싶다고. 안으로 들어갔다. 꽃무릇이 꽃을 피우고 있다. 주의푯말이 여기저기 꽂혀있다. 꽃들 다칠까봐 특히나 어린손녀가 밟을까봐 조심조심 다녔다. 넓이도 아홉 식구가 돌아다니기엔 좁다. 겨우 한 끼 먹을 만큼 땄다. 그래도 상사화까지 봤으니 일거양득이다.

손녀들이 어려서 산속 깊은 곳으론 못 들어가고 가까이 있는 캠핑장을 거쳐 생활체육수련장까지 갔지만 버섯봉투의 무게는 별로 불어나지 않았다. 대신 손주들은 체육시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고 나도 모처럼 그물망 통과하기, 밧줄 오르기 외줄걷기 등등 유격연습을 했다.

명색이 버섯 따기인데 모두들 아쉬움이 남는 눈치다. 특히 사위가 다른 산에 한 번 더 들러보자고 한다. 한참 달려 옆길로 들어서니 등산하는 사람들의 차가 많다. 숭림사 뒤편으로 방향을 잡았다. 경사가 급하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차 한 대가 도랑에 빠져 옴짝달싹 못한다. 우리 식구들이 다 달라붙어 밀어주었다. 차가 움직였다. 중턱의 산소에 벌초도 하고 성묘까지 하러 온 사람이다.

버섯은 못 따더라도 좋은 일 했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큰 나무를 베어내고 편백나무 심은 곳이 나온다. 요즘 소나무들이 병이 많이 나니 베어낸 것 같다. 그루터기에서 말굽버섯을 땄기에 그쪽으로 발을 돌렸다. 허탕이라 생각이 들었는데 남편이 부른다. 더덕더덕 붙어있다. 그 옆에도 그렇다. 떼어지지 않아 그야말로 부부합심으로 겨우 땄다. 금방 봉투가 꽉 찼다.

부자가 됐다. 소나무향이 가득하다. 말굽버섯이 자작나무 단풍나무 등 활엽수에 기생한다고 했는데 소나무에 난 것도 맞을까. 생김새는 아까 것과 비슷한데. 공부 더 해야 할 것 같다.

남편은 솔버섯 피버섯을 다듬어 저녁 준비를 하고 나는 말굽버섯을 씻었다. 앞 베란다에 쭉 펴 널었다. 채반으로 하나다. 관상용으로 쓸 것은 없지만 귀물을 얻은 듯 보고 또 보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변화 없는 일상에서 자랑거리 하나 생겼다. 가을 내내 자랑할 재미에 벌써부터 신바람이 난다.

코로나19로 아들딸이 내려오지 못한다. 기쁨을 샘솟게 하는 손자들도 못 본다. 말굽버섯에 친손자 외손자 일곱 손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붙여주었다. 손자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말굽버섯과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앞 베란다가 시끌시끌하다.

 

2020.9.22

 


댓글목록

윤복순님의 댓글

윤복순 작성일

추석이 코앞이네요. 행복한 추석 맞으시고 환절기 건강 잘 챙기세요.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벌초에 더해서 버섯 따기 게다가 손주들에게도 좋은 힉습이 되었겠습니다. 저는 올 벌초에 참석하지 않았습느다. 그 이유는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죠. 열흘 전쯤 대전에 사는 사촌 동생이 자기가 동생들 몇 데리고 할터이니 쉬라고 해서 그리 하기로 하고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왠지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 가시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