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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일본인과 한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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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9회 작성일 20-11-2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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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한바탕

윤복순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는 114일 한일여성 전통문화 국제교류 행사를 가졌다.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다라클럽 회원들과 양국을 오가며 전통문화 교류를 해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그녀들이 전주에 오지 못했다. 그래서 도민과 도내 거주 일본인들과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첫 시간은 한복과 장구 체험이다. 일본인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사진 찍는 모습에서 설렘을 보았다. 외국인 같지 않고 한복이 참으로 잘 어울린다. 그들도 오랜만의 만남인지 시끌벅적 행복한 모습을 보며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 잘 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장구는 사물놀이의 기본이다. 무형문화제 선생의 똑 소리 나는 수업으로 신바람이 났다. 덩덩궁따궁, 궁따따궁따궁 등 흥이 나는 장단에 몸이 들썩들썩했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강약과 박자에 제법 선수가 된 듯 즐길 수 있었다. 일본인들도 잘 따라 했다. 정신없이 두두리다 보니 땀이 후줄근히 나며 스트레스도 날라 갔다. 기본가락치기 4종류와 인사굿을 배웠다. 흥이 오를 만 하니 시간이 다 되었단다. 전통문화 교류를 하려면 우리 회원들도 사물놀이 한가락은 공연할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

둘째시간은 키모노와 일본 전통무용 체험이다. 유카타는 키모노의 약식으로 우리의 생활한복과 같다. 사이즈가 작아 나 같은 뚱보는 숨만 쉬어도 오비(おび)를 묶는 허리띠가 풀어졌다. 통도 좁아 앉으면 앞이 벌어지고 무릎 꿇는 게 많이 불편했다. 일본의 문화이니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무릎을 꿇고 앉아 보겠는가. 유카타가 아닌 정통 키모노를 입는 체험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봉오도리 춤은 오봉이란 일본의 전통 명절에 돌아온 조상들의 영을 위로하는 의식이었다. 이 춤은 4가지 동작이 간단하고 반복되기 때문에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우리의 강강술래나 아리랑 같이 원을 크게 그리며 일본인 선생 구령에 맞춰 하나가 되었다. 내 뒤에 있던 일본인이 자기를 보며 따라하라고 앞으로 왔다. 유카타 입을 때 앞여밈이 반대로 되었다고 잡아준 사람이다.

장구를 배울 때도 봉오도리 춤을 출 때도 일본인과 사이사이 있어서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그들이 한국인 남편과 아이를 낳고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서 우리말을 잘하고 문화도 많이 알고 있다. 알아야 소통할 수 있다.

점심은 전주를 대표하는 황태콩나물국밥이다. 일본인들도 우리만큼이나 좋아한다. 모두가 밥그릇을 비울만큼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후는 오방다식과 말차 체험이다. 100년이 넘은 한옥에서 일본인과 한 조가 되어 배웠다. 다식은 차에서 유래하며 쌀 밤 콩 등 곡물을 가루 내어 꿀 조청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서 만드는 음식이다.

오방 중 황색은 토()로 우리 몸의 비장이다. 송화 가루로 색을 냈다. 청색은 목()으로 간에 이롭다. 서리태로 색을 냈다. 백색은 금()으로 폐다. 찹쌀을 쪄서 말린 다음 볶아서 만든다. 적색은 화()로 심장이며 오미자로 색을 냈다. 흑색은 수()로 신장에 이롭고 검은깨로 색을 냈다.

다식판에는 수() () 물고기 나비 꽃 등이 음각되어 있다. 오방색의 반죽을 다식판의 구멍에 넣고 눌러 찍으면 표면에 위의 모양이 새겨진 다식이 만들어진다. 색이 옅은 것부터 만든다. 노란 반죽은 너무 돼서 잘 눌러지지 않았는데 적색은 질어서 쉬웠지만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오방다식은 우리 몸의 오장에 두루 이로운 전통 참살이 음식이다.

같은 조였던 히루코상은 손이 빨라 잘 만들 뿐 아니라 질문도 많다. 양반들만 만들었느냐, 언제 만드느냐, 양반은 양반끼리만 결혼하느냐, 우리 집에도 이런 다식판이 있느냐 등등. 장구나 봉오도리를 배울 때는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는데, 프로그램이 조화롭게 짜여졌다.

다식과 어울리는 말차체험이다. 말차는 우전차 잎을 증기로 찐 다음 건조시켜 입자가 고운 분말로 만든 차다. 말차는 일본 다도의 뼈대를 이뤄 그녀들도 잘 알고 있다.

먼저 공수하고 차 자리를 펼쳤다. 우리가 초대했으니 분명 내가 팽주를 해야 하는데 일본인에게 먼저 해보라고 했다. 탕수를 다완에 따라 차솔을 안쪽으로 돌려 다완을 예열한다. 다음은 차를 넣고 다화피우기다. 다섯 명 분량 여섯 수저를 넣고 뜨거운 탕수를 반쯤 부었다. 차가 풀어지도록 차솔로 중앙을 3번 찍은 다음 위에서 아래로 손목스냅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왔다 갔다 한다. 다화가 피도록 서로 마음을 모은다. 소심해서 조심스럽게 하다 보니 전혀 거품이 일지 않았다. 다도를 배운 사람이 있어 거품을 꽃처럼 만들어냈다.

다화를 감상한 후 팽주가 두 손으로 다완을 감싸들고 오른편 사람에게 건네준다. 각자 잔에 조금씩 따르고 마지막에 팽주 잔에도 따른다. 다화가 똑같이 가도록 다시 한 번 더 따른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차 맛을 음미한다. 먼저 만들어 놓은 다식도 같이 나눈다. 오른손으로 찻잔을 들고 왼손으로 받쳐 들고 마신다. 다 마신 잔에 백탕으로 입안을 깔끔하게 해준다. 양반은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꼭 잔을 들어 마셔야 한다.

차와 다식을 나누며 대화와 소통을 시간을 가졌다. 커피가 일상이 된 요즘에 다도를 익힐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옥의 티라면 인원에 비해 장소가 협소했다는 점이다.

식전행사로 판소리 사철가와 일본민요 가야금 병창을 했다. 식후행사로 비빔밥 퍼포먼스와 손에 손을 잡고 아리랑 춤을 추었다. 오늘의 주제, 화합과 조화에 딱 맞는 비빔밥을 나눠 먹었다. 11월의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자리였다.

도지사님이 2023 새만금 제 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D-1000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코로나19로 일본인을 많이 초대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일본 회장이 축사에서 양국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가정에 근심이 많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고향 방문도 어려운데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줘서 정말 고맙단다. 우리 단체에서 좀 더 일찍 이런 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첫발을 띠었으니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한일 여성친선협회의 이런 행사가 냉각된 양국이 가까운 이웃이 되는데 불쏘시개가 되리란 희망을 가져본다.

 

2020.11.7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민간교류를 통한 이웃 나라 문화를 이해하려는 교류의 장, 참으로 의미있는 자리 매우 보람되고 즐거우셨겠습니다.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이해의 장이 널리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역사적 아픔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계기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