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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보라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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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1,070회 작성일 21-04-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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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섬 여행

윤복순

 

여행은 정서적 안정을 준다. 느림은 여유를 준다. 자연은 평화를 준다. 이런 것들을 받고 싶어 딸네 식구들과 소풍을 갔다. 작년 압해도 송공산 둘레길을 걸으며 천사대교를 보았다. 날이 따뜻해지면 저 다리를 건너 섬 구경을 하자고 했는데 코로나19로 꼼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토요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더니 일요일까지 이어졌다. 지난 일요일 꽃샘추위로 얼어 죽기 직전까지 고생을 해서 좀 망설여졌다. 추우면 차만 타고 왔다 갔다 하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여행이 고팠고 몸도 마음도 그만큼 지쳤다.

모두 잠든 새벽 딸과 김밥을 쌌다. 딸이 과학반 프로젝트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더니 당선되어 1000만원을 받았는데, 어떻게 잘 활용해 수업해야할지 머리가 복잡하단다. 딸이 다섯 아이를 키우면서 일거리를 자꾸 만드는 것이 걱정되면서도 학생들에게 뭐라도 더 가르치고 추억거리를 만들어 줄뿐 아니라 저의 성취감도 높이려 애쓰는 모습이 대견해 박수를 쳤다.

딸네 학교 화장실에서 담배공초가 발견돼 주의를 줬더니 정서적 학대를 한다고 학생들이 반발했다고 한다. 누군지 다 알아낼 수 있다고 겁을 준 것은 아니었을까. 애들은 여리고 순수하기 때문에 죄인 취급 받는 그 자체로 학대가 될 수 있으니 항상 단어 선택 잘 하라고 당부를 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반에서 돈을 잃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도둑을 잡는다고 모두에게 솔잎 하나씩을 주었다. 손에 쥐고 눈을 감고 있으라고 했다. 돈을 가져간 사람의 솔잎은 그 사이 길이가 길어진다고 했다. 나는 어떻게 길어질까 호기심이 생겨 눈을 자주 떠 보았고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았다. 돈을 훔치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정서적 학대라는 생각이 든다. 돈을 훔쳐간 애는 알아냈는지 기억이 없다.

남편이 새벽부터 김밥 싸느라 고생할 것 없다며 목포에서 맛있는 것 사먹자고 한다. 식구가 많아 식당에 들어갈 수가 없다. 딸 직장생활 얘기를 들으며 싸다 보니 20줄도 금방 끝났다. 딸이 얼마 만에 김밥 도시락을 싸는지 모르겠다며 소풍가는 것이 실감난단다.

손녀들에게 스카프를 둘러줬다. 남편이 예쁘다며 차도녀 까도녀 이름을 붙여준다. 신안 날씨를 확인하더니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다. 안개인지 비인지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아 운전하기 나쁜 날이다. 남편이 운전한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날씨는 좋아질 기미가 없다. 여행에서 첫째는 누구랑 하느냐다. 두 번째는 어디에 가느냐다. 세 번째는 날씨다. 1,2번은 말할 수 없이 좋은데 3번 때문에 소풍 맛이 나지 않는다.

천사대교 앞에 조형물이 잘 되어 있는데 날씨 때문에 사진도 찍지 않고 그냥 올랐다. 대교를 지나 암태도에 도착하니 마법처럼 해가 쨍하고 나온다. 기온도 올라 전형적인 봄 날씨다.

한국인이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에서 보라섬을 알고 있었다. 내가 보는 신문에 상세하게 안내되었다. 진작 가보고 싶었지만 코로나19도 문제였고 무엇보다 남편이 왕복 6시간 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출발하지 못했다.

섬에서는 2차선인데다 길도 구불구불하다. 염치가 없어 아빠는 운전 면허증 반납할 나이라서 너의 신랑 써먹으려고 아껴두었다 오늘 간다고 하니, 딸이 엄마는 힘든 일 남편에게 시키려고 결혼 했고 가고 싶은데 운전하라고 사위본 거 아니야.” 한다. 두 남자들이 얼척이 없는지 큰 소리로 웃는다.

암태도 기동삼거리에 노부부의 벽화가 있다. 노부부가 사는 집 담벼락 바로 안에 동백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그 나무에 맞춰 그린 두 분의 초상화다. 머리가 동백나무 잎과 꽃이다. ‘동백 파마머리로 알려져 있다. 날씨가 좋고 때가 때라서 동백꽃이 활짝 핀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보라섬은 박지도와 반월도 작은 두 섬을 말한다. 박지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가 두 발로 걸어서 육지에 나가보고 싶다.”는 소망에서 안좌도의 두리마을 까지 목교가 놓아졌고 이것이 모태가 되어 오늘의 퍼플교가 완성되었다.

퍼플섬이 만들어진 것은 이 섬에 왕도라지 꿀풀 등이 지천으로 많아 보라색 꽃을 피웠다. 신안군 가고 싶은 섬 사업에 당선되며 지붕, , 다리, 버스정류장 등 모두 보라색이 되었다. 꽃도 라벤더, 루드비키아, 접시꽃, 아스타국화 등을 심어 보라꽃길을 만들었다.

두리마을에서 반월도까지는 부표에 다리를 만들어 바람이 심한 날은 건널 수 없다. 반월도에서는 퍼플교를 따라 박지도로, 박지도에선 옛날 목교를 건너 두리마을로 나올 수 있다. 2Km가 조금 안 되는 이 다리가 모두 보라색이다.

보라색다리가 바다와 어우러져, 주변의 작은 섬들과 어우러져 최고로 멋있음을 선물한다. CNN에선 사진작가들의 꿈의 섬이라 했고, Fox뉴스에선 독창성을 높이 평가 했다고 한다.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된다.

여덟 살짜리 쌍둥이 손녀들도 다리 아프다는 말없이 잘 걷는다. 서두를 것도 없이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바다 위를 걷는 맛이, 딸네 식구들을 죽 앞세우고 뒤따르는 맛이 꽤 넉넉함을 느끼게 한다. 원앙이 새끼들을 등에 태우고 더러는 옆에 데리고 물 나들이를 나온 맛이 이럴까.

딸도 3월은 1년 중 제일 바빠 숨을 어떻게 쉬고 살았는지 모른다며 좋다, 좋다.”를 연발한다. 일 만들기 선수, 친정에 오면서도 노트북을 가지고 오는 딸을 위해 가볼만한 곳을 잘 찾아놔야겠다.

보시 중엔 무외시(無畏施)가 최고라고 한다. 자비심으로 남에게 많은 재물을 베푸는 것보다 상대방의 마음에 평안이 깃들도록 해 주는 것이 최고의 보시라는 뜻이다. 오늘 퍼플섬의 바람이 햇빛이 풍경이 최고의 보시를 해 주었다. 민들레 제비꽃의 예쁨을 알아간다. 자연스럽다는 것이 최고로 아름답다는 것임도 터득했다.

난 무외시를 받은 것 같은데, 손자손녀들에게 이번 여행 어떠냐고 물었다. 보라색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단다. 점심식사가 늦어지고 나에겐 따뜻했는데 1시간 넘게 마스크를 쓰고 걷다보니 애들에겐 더웠나 보다. 나 좋자고 애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한 건 아닌가.

2021.3.31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내외 분과 따님 가족이 함께 떠나는 보라섬 나들이 길이 부러워 저도 슬쩍 뒤 따르며 물리도록 감상하고 즐겼습니다. 언제나 행복한 가족의 아름다운 모습 건네다보면서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엔 어떤 얘기를 어떻게 들려줄지 기대하면서 함께 했던 봄나들이 감사했슴에 다시 한 번 꾸벅 인사드립니다. 화사한 이 봄 더욱 행복하고 보람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