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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후배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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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93회 작성일 21-06-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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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과

윤복순

 

후배의 전화다. 있는 약속도 취소하고 나갈 판이다. 코로나19로 적조했다. 전화 한 통으로 내 기분은 연분홍 봄바람이다. 다음 날, 날짜와 시간이 변경되었고 나를 데리러 오는 사람도 여약사회장이 아니라 익산시 약사회장이란다.

머릿속이 빨라졌다. 이리저리 맞춰보다 답을 찾지 못해 후배에게 물었다. 회장까지 초대하는 것은? 나와 여덟 살 차이 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네 회갑이니? 나는 나이가 많고 휴대폰이 없어 정보에 늦다. 다들 알고 뭐라도 준비했는데 나만 아무것도 모른 채 참석했다가 뻘쭉해질까봐 걱정이 되었다.

동네 아주머니가 핸드백을 만들어 주었다. 색깔도 모양도 예쁘다. 받는 순간 나같이 촌스럽고 선머슴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누구든 어울릴만한 사람에게 줘야겠다고 맘먹었다. 집에 가지고 가지도 않고 약국에 두고 있다. 그녀에게 주면 금상천화다.

S약사 고마워. 자기 덕분에 추억거리도 많고 새로운 것도 배우고 즐겁고 행복했지.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해. 꾸준히 이렇게 이어가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 그 웃음소리 자주 들려주고 이벤트도 틈틈이 하고 건강하고, 내 얼굴엔 미소 짖게 해주고. 나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두루두루 고맙습니다. 쪽지를 넣었다.

열다섯 살 스무 살 차이 나는 후배들도 왔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반갑다. S가 책을 냈고 출판기념식을 하는 자리다. 5인 이상 모임금지인데 다섯 명이 모였다.

5월 하순의 수목원엔 무슨 꽃이 피었을까. 디기탈리스꽃이 한창이다. ‘행복한 사람 타샤투더책에서 처음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실물로 보고 싶었다. 이 욕망을 채워준 사람도 S. 오래 전 전주 수목원에 그 꽃이 있다는 것을 안 그녀가 약사연수교육 날 일찍 출발해 눈 호사를 누리게 해 줬다. 딱 두 그루가 있었다.

이 수목원에는 산책로 양 옆으로 쭉 있다. 그 길을 걷는다. 밝고 다채로운 아름다움에 여왕이라도 된듯하다. 긴 종모양의 꽃이 여우장갑처럼 생겼다 하여 foxglove란 영명이 있고 프랑스에선 노트르담의 종이라 한다. 생약시간엔 강심이뇨제 심부전 치료제로 배웠다. 꽃이 아니라 잎을 말려 사용한다.

찻집 발코니에 앉아 탁 트인 평야와 모악산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맛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이 좋은 시간에 후배들의 그간 있었던 일들을 듣는다. S는 수필집을 출간하고, L은 아들딸이 취직을 하고, 또 다른 똑똑 새 L은 출연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났단다. 시청률이 올랐다며.

만나기만 해도 얼굴만 봐도 좋은데 이런 좋은 일까지 있었다니 내 일처럼 어깨가 들썩거린다.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L이 약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아무개네. 남편이 잘 아냐고 물었고, 나는 친하다고 대답했다. “아니 저 약사도 당신 잘 아냐고?” 전국여약사대회 때마다 거의 같은 방을 썼다며 그때도 목에 힘을 주었는데.

야외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날씨도 좋고 해질 녘의 분위기가 나까지도 아름답게 만든다. S의 수필집 서평을 써준 평론가 겸 시인인 K와 수목원 사장까지 한 팀이 되었다. 수필을 소리 내어 읽고 평론가의 평론까지 들으며 문인의 밤이 만들어졌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남이 읽어주니 대접받는 기분이다. 같은 노래라도 가수에 따라 가슴에 와 닿는 맛이 다르듯.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후배들도 먹먹하긴 마찬가지인 듯 목소리에 물기가 배어있다. 막내 후배는 자기 아버지가 교련 선생님이었는데 교련시간이 없어지니 세계사를 공부하여 세계사선생님이 되었단다. 여러 자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직장에 더 다니기 위해 전혀 다른 공부를 하시느라 애쓰시던 모습이 되살아난다며 울먹였다.

수목원 사장이 목화와 금화규 모종을 판 채로 주었다. 금화규는 처음이다. 막내가 얼른 찾아 꽃을 보여준다. 황금해바라기로 불리며 식물성 콜라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콜라겐꽃이라고도 한다. 꽃차로 마시거나 꽃을 우린 물로 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나는 S가 마당에 금화규꽃이 가득할 때 초대해 주기를 기대한다.

 

발걸음도 가볍게 출근을 했다. “선배님 아무래도 S약사님 출판기념식 때 아무것도 못해서 떡을 해야겠어요. 선배님께도 보낼 테니 받아 주세요.” “그래, 고마워 잘 먹을게.”

약사들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까지 끝나면 후배들을 불러 밥이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배는 어떻게 떡 생각을 해 냈을까. 이 후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예의 바르다,이다. 난 오늘도 그녀보다 한 발 늦다.

떡을 박스 채 받았다. 손이 작은 나는 깜짝 놀랐다. S에게 라면 몰라도 나에게 까지 이리 많이 보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따끈따끈하다. 이리저리 전화를 했다. 동네잔치를 하자.

웬 떡이냐고 묻는 이웃들에게 이만저만 어제 있었던 얘기를 했다. 아들딸을 그리 잘 키웠으면 떡을 박스 채 낼만하다고들 한다. 나는 내 아들이 변호사 딸이 약사인 것 마냥 하루 종일 흐뭇했다. 많은 사람들이 떡을 나눠 먹고 덕담을 해줬으니 그녀의 아들딸 앞날이 탄탄대로일 거라 믿는다. 점심대용으로 먹은 떡 두 개가 내 몫이었다.

S의 수필을 읽으며 많이 위로 받고 공감하며 행복할 것이다. 똑똑 새 후배도 방송한 것 강의한 것 블로그에 올린 글 등을 모아 ‘L약사의 건강이야기책을 냈다. “언니, 형부한테 내가 더 좋아한다고 말해요.” 이 말도 잊지 않는다.

센스쟁이 S, 예의바른 L, 똑똑 새 막내까지.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오직 관계와 소통 속에서만 존재한다.”

 

2021.5.23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선후배들의  아름다운 선린이 무척 싱그럽고 부럽습니다. 게다가 선생님의 겸양과 시샘이 날 정도로 각자의 몫을 훌륭하게 하시는 세 후배들의 멋진 모습과 당당함을 상상해 봅니다. 세상을 살면서 주위에 믿을만한 친구나 후배를 몇몇 두면 성공한 인간관계라고 누군가 얘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인간관계는 선생님의 후덕함에서 비롯된다는 이치를 생각할 때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선연 영원히 지속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