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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복숭아에 얽힌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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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2건 조회 963회 작성일 21-09-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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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에 얽힌 일화


복숭아에 얽힌 일화 얘기이다. 지구촌에는 5백 여 종(種)이 자생할지라도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백도(白桃)와 황도(黃桃)를 비롯한 천도(天桃) 따위가 아닐까. 여름 과일로 널리 사랑을 받아왔음에도 그다지 달갑지 않는 사연의 얘기가 전해짐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이런저런 몇 가지의 간추림이다.


옛날엔 복사나무라고 부르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요즘엔 복숭아나무라고 호칭하면서도 꽃은 예전처럼 ‘복사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봄날 꽃구경은 거의가 복사꽃을 지칭한 개념으로 오늘날 벚꽃과 흡사하게 봄꽃의 제왕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옛날엔 그를 능가할 봄꽃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이유에서 ‘복숭아꽃이 만개한 정경’을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고 일렀다. 아울러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밑에서 맺은 아름다운 결의’라는 뜻으로 삼국지에서 도원결의(桃園結義)라고 했던가보다.


우리 선조들은 복숭아가 젊은 여인네 젖가슴이나 엉덩이를 닮아 남자의 음심(淫心)을 자극해 학문에 전념할 수 없도록 방해한다고 여겼나보다. 그래서 일게다. 선비의 집 울안에는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았단다. 서구 사상도 우리와 궤(軌)를 같이 하나보다. 복숭아 생긴 모습이 젊은 여인네의 신체적 특징을 닮았다는 이유였을까. 영어 단어 “peach”에는 ‘여성의 엉덩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단다. 또한 그 향기에서 비롯했는지 “peach”에는 ‘마음에 드는 여자’라는 뜻도 지녔다는 귀띔이다. 이런 삐딱한 뜻의 반영일까. ‘성에 대해 개방적이거나 문란한 여성’을 일컬어 “팔자에 도화살(桃花煞)*이 꼈다”고 말해왔다. 아울러 성인잡지를 “도색잡지(桃色雜誌)”라고 표현했다. 그보다 심한 비유는 복숭아 꼭지를 중심으로 정확하게 절반으로 가르면 딱딱한 씨 주변의 전체적인 형상이 기묘하다고 생각해 뚱딴지같이 엉뚱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관점 또한 오래 전부터 널리 퍼졌던가 보다*.


귀신을 쫓는 과일이라는 견지에서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그러한 관습은 중국 전설의 영향을 받았지 싶다는 얘기이다. 그 하나이다. ‘예(羿)’라는 활 잘 쏘는 망나니가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그를 복숭아나무 몽둥이로 쳐 죽였다. 그 이후 모든 귀신들이 복숭아를 무서워하게 되었단다. 또 다른 하나이다. 회남자(淮南子)에 따르면 하(夏)나라에 천자의 자리를 빼앗고 악정을 펼쳐 백성의 원망을 샀던 인물이 있었다. 어떤 이가 복숭아나무 방망이로 그를 때려죽였다. 그 뒤로부터 귀신이 복숭아를 무서워했다는 얘기이다. 물론 이 같은 전설이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축귀력(逐鬼力)이 조상신의 출입을 막기 때문에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그 생김새가 여인네의 특정한 신체 부위를 빼닮은 꼴이라는 이유에서 민망하다는 마음에서 구태여 피하려 애썼던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떤 이유였던 복숭아나무는 재앙과 귀신을 쫓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아울러 복숭아는 불로장생의 선과(仙果)로 여겨 신성시 여겨왔다. 한편 무속(巫俗)에서 동쪽으로 뻗어있는 도동지(桃東枝)는 부정이 발생한 곳곳을 쳐내거나 귀신이 씌여 아픈 사람을 때려서 잡귀를 몰아내는 무구(巫具)로 사용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복숭아나무가 오목(五木)* 중에 정기(精氣)가 가장 좋다는 믿음이 깔려 있지 싶다.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시기에 봄기운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잎이 돋아나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양기가 충만한 양목(陽木)이기 때문에 귀신과 음기(陰氣)를 쫓는 힘이 강하다고 믿었지 싶다. 한편 해가 돋는 동쪽은 만물이 약동하는 근원으로 양의 기운과 생명력이 가득하기 때문에 동쪽으로 뻗은 가지인 동도지가 힘이 강하다고 치부했으리라.


민속에서도 동도지 얘기가 보인다. 정월 대보름날 동도지를 꺾어다가 둥글게 만들어 소의 목에 걸어주면 더위를 막고 귀신을 쫓는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술을 담근 뒤에 동도지로 저어 술맛이 나빠지는 것을 막았다”는 기록도 있다. 또한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의하면 “복숭아나무는 백귀(百鬼)를 제압하므로 선목(仙木)이라고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편 조선실록에도 복숭아나무에 대해 여러 차례 나타난다. 그 예 중에 하나이다. 숙종실록(肅宗實錄에 “임금이 상가를 방문할 때 복숭아나무와 갈대 이삭으로 잡귀를 쫓았다”는 기록이 눈에 띄기도 했다.


무조건 부정적 이미지만 씌워진 게 아니라 회춘하거나 장수를 하는가 하면 불치병을 낫게 하는 효험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 옛날 중국에서 동방삭은 천도를 먹고 삼천갑자(三千甲子)를 살았으며, 손오공도 천도를 즐겨 먹었으며, 봉신연의(封神演義)에서 천도를 많이 먹으면 도사가 된다고 이른다. 아울러 옥황상제들은 반드시 천도•반도(蟠桃)*만을 장복했다는 얘기도 무척 흥미롭다. 한편 결이 조금 다를지라도 복숭아벌레를 먹으면 예뻐진다고 하여 동양에서 여성들은 ‘복숭아는 밤에 먹는 것’이라고도 여겼단다. 또한 도교(道敎)에서는 퇴마(退魔)의 힘이 있다는 믿음에서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도목검(桃木劍)이 설화나 전설에서 대요괴용결전병기(對妖怪用決戰兵器)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귀신이 무서워하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울안에 심는 것을 꺼렸는가 하면 제사상에도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오래된 고택의 앞뜰이나 정원에는 매화나 살구나무는 보여도 복숭아나무는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인가 보다. 이런 알쏭달쏭한 현실을 빗대서 여도지죄(餘桃之罪)*란 말이 생겨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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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화살(桃花煞) : 여자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사별하거나 뭇 남자와 상관하도록 지워진 살(煞)을 말한다.
* 원래는 입에 담기 껄끄럽게 직설적으로 나타내고 있어 완곡한 표현으로 대체했다.
* 오목(五木) : 오곡(五穀)의 풍흉을 점칠 수 있다는 다섯 종류의 나무로서 대추나무(棗), 버드나무(陽), 복숭아나무(桃), 느릅나무(楡), 회나무(槐)를 일컫는다.
* 반도(蟠桃) : 삼천년마다 한 번씩 열매가 열린다는 선경에 있는 복숭아.
* 여도지죄(餘桃之罪) : 같은 행동도 사랑 받을 때와 미움 받을 때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뜻이다. 애증지변(愛憎之變)이라고도 한다. 직역하면 ‘남은 복숭아의 죄’, ‘먹다 남은 복숭아를 왕에게 먹인 죄’라는 의미이다.


2021년 9월 1일 수요일

댓글목록

장은초님의 댓글

장은초 작성일

선생님, 잘 계시는지요?
어제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종일 내리더니 오늘은 청명합니다..
복숭아에 얽힌 이야기들과 종류도 알게 되었군요.
저는 과일 중에 복숭아를 특히 좋아합니다. 황도든 백도든 천도든 말이지요.
이렇게 맛있는 복숭아에 왜 저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을까요?
맛있고 영양가 많은 복숭아가 얼마나 서운할까 싶네요.
선생님, 환절기 건강 주의하십시오.
날시가 선선해 등산하기가 한결 좋으시죠? ㅎㅎ

김재형님의 댓글

김재형 작성일

복숭아의 종류가 500여 종으로 다양함과 복숭아에 얽힌 사연
등, 복숭아에 얽힌 일화에 푹 빠저 제삼 감상 했습니다.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가을로 접어 듭니다. 선생님 조석으로 기온차가 심합니다.
건강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