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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사람들의 놀라운 어휘 구사력 8-싱건지가 사투리라고? > 자유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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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글 전라도 사람들의 놀라운 어휘 구사력 8-싱건지가 사투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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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2건 조회 19회 작성일 21-09-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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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기슭 고시원에서 공부를 하던 때, 나는 그곳에서 난생처음 콩나물밥을 먹어봤다. 쌀을 안칠 때 콩나물을 잔뜩 섞어 밥을 하여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이다. 물론 쪽파 등을 썰어 넣어 양념장을 잘 만들어야 콩나물밥의 제대로 된 식감을 느낀다.

 

콩나물밥을 먹을 때마다 떠오르는 게 무밥이었다. 어릴 때 나는 고구마밥보다 무밥이 더 싫었다. 무나물이나 총각김치, 열무 등 무 음식을 좋아하는데 유독 무밥은 싫었다. 무밥도 무채를 썰어 넣어 지었는데, 그 비릿한 듯한 냄새에다 양념장도 없이 먹으려면 고역이었다. 지금 무밥을 해서 참기름 넣은 양념장이 있다면 맛있게 먹을 거 같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어린 시절 이후로 무밥을 먹어보지 못하였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고구마, , 시레기, 수제비, 라면 등은 거의 주식이었다. 모두 쌀이 부족한 탓이었다. 그 가운데, 있이 살았던 집이든 없이 살았던 집이든 고구마는 증하게 먹어댔다. 고구마밭이 없어도 어느 집이든 대나무로 엮은 고구마 뒤주가 있었다. 밥그릇 3분의 2를 채우는 고구마밥이 아니어도, 겨우내 고구마를 쪄 먹는 게 일상이었다.

 

고구마를 먹는 데 빠질 수 없는 게 싱건지, 즉 동치미이다. 동치미 예찬론을 펼치려는 게 아니니 고구마와 싱건지의 환상적인 궁합 이야는 생략키로 한다.

동치미를 뜻하는 싱건지(신건지라고도 표현하지만 싱건지가 바른 표기이다)를 방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잖다. 어떤 국어사전에는 싱건지를 국물김치의 전라도 방언이라고 실려 있긴 하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싱건지를 소금물에 삼삼하게 담근 무김치.’를 뜻하는 표준어로 실려 있다.

 

전라도 사람들이 동치미를 싱건지라고 하는 이유는, ‘싱거운 지를 빨리 발음하다 보니 싱건지가 된 것이다. 싱건은 싱거운의 준말인 셈이다. ‘싱거운 지는 싱거운 김치라는 뜻이다. 묵은지 할 때 쓰듯 여기의 는 한문으로 김치 지()자이다.

싱거운 김치, 이 얼마나 사실적인 표현인가. 신장이 안 좋아 짜고 매운 음식을 피해야 하는 내게 싱건지는 최적의 반찬이기도 하다.

 

어릴 때는 금세 밥을 먹고도 뒤돌아서면 배가 꺼졌다. 어른들도 배 꺼진다며 뛰어노는 걸 말렸을 정도이다. 사실 배가 일찍 꺼지는 이유는 밥을 적게 먹어서가 아니다. 고봉은 아니어도 그들먹한 밥그릇의 밥을 이드거니 먹어도 배가 금세 꺼지는 이유는 그만큼 소화가 빨리 됐기 때문이다.

보리밥, 고구마, , 시레기, 김치, 된장국 등은 그만큼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다. 더구나 김치나 김칫국에는 유산균이 풍부한 것으로 안다. 요즘 같은 인스턴트 음식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헛것이 보일 만큼 배고픈 시절을 겪었어도, 이만큼 건강을 유지하며 사는 것은, 우리가 어릴 때 허천나게 먹었던 그 음식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6.25 전쟁 후유증으로 어렵게 살던 어린 시절의 추억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고구마, 시래기, 콩나물밥, 동치미 따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학업과 직장 문제로 타향을 전전했던데다가, 가정을 이루고 여태까지 아파트에 살다보니 된장이나 고추장을 비롯해 김치 따위를 제대로 담아 먹었던 적이 없습니다. 모두 누님이나 동생들이 보내줘서 먹고 살았기에..... 그 시절 고구마 동치미 등을 제대로 먹어보지 못하고 사네요. 살얼음 둥둥 뜬시원한 동치미를 마시며 따끈따끈한 고구마 먹어 봤으면...... 잘 살다보니 그런가요?  그 시절이 되레 그립습니다.

해드림출판사님의 댓글의 댓글

해드림출판사 작성일

네, 교수님. 그때는 가난해도 영혼은 맑았던 거 같습니다.
어린시절을 떠올리면 배고팠던 때도 소환되지만
자연과 더불어 뒹굴며 살던 때가 훨씬 더 떠오릅니다.

교수님,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