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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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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언홍 댓글 1건 조회 714회 작성일 21-10-1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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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변 식당 입간판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라 씌어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라...   문득 주간 정보지 칼럼난에 쓰여 있던 어느 목사님의 글이 생각난다. 그분의 학창시절 때 이야기다. 옆에 앉은 급우가 점심시간이면 도시락에서 자꾸 무언가를 골라내며 밥을 먹더란다.
  하루도 아니고 매일 그러는지라 어느 한날 유심히 지켜보니 머리카락을 골라내고 있더란다.  얼굴 한번 찡그리는 법없이 머리카락을 골라내며 밥을 맛있게 먹는 친구를 보며  도대체 그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기에 만날 자식의 밥에 머리카락이 들어가는 것일까? 궁금해 지더란다. 어느 한날 그 친구의 집을 방문 하게 되었는데 방문을 열고 내다보는 친구 어머니는 시각 장애인이었다. ' 비록 앞을 잘 못 보지만 어머님이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하던 친구. 그 친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보리밥집이 들어선 건 꽤 오래전이건만 보리의 '보'자 만 봐도 머리가 우지끈거리는 나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한동안 보리밥집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나치며 살았다.
 보리밥은 내겐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밥 중의 하나였다.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가 임시 의지처로 삼았던 곳은 외가였다. 아버지의 생사도, 할머니와 큰아버지네 소식도 모를때였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두 딸을 데리고 친정에 잠시 의탁을 했었는데,  외삼촌댁이 퍼주는 밥은 늘 한 숟가락이었다. 어머니가 당신 밥을 얼른 한술 떠내 내 밥그릇에 덜어주면 외삼촌댁의 눈초리가 샐쭉해지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얻어먹는 밥이 왜 그렇게 달고 맛있었는지. 배를 빵빵 채워도 허기가 질 어린 나이에 밥 한 숟가락의 의미는 내게 큰 것이었다.
  어느 날 식구들이 모두 들에 나간 뒤 부엌에 들어가 가마솥 뚜껑을 낑낑대며 밀어놓고 보니 어린 내 주먹 하나 들고날 틈새로 누런 보리밥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한 그릇 들어있었다. 앞뒤 돌아볼 새도 없이 정신없이 그 밥을 훔쳐 먹고 나니 배가 빵빵했다. 식곤증이 밀려와 차디찬 마룻바닥에 누어 잠이 들었다가 그만 급체를 해  며칠을 끙끙대며 앓았다. 그 뒤로는 보리냄새만 맡아도 골이 아프니 훔쳐먹은 죗값 탓일까.
  어린 시절의 헛헛함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  늘 무의식적으로 표출이 되곤 한다. 모임자리에 가면 밥그릇을 제일 먼저 비우는 건 으레 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어떤 맛일까. 우리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할머니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 한다.  밥은 지은이의 사랑은 물론, 먹는 이가 진심으로 감사해 할 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맛을 내지 않을까.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어느덧 두세 해쯤 지났지 싶습니다. 저는 세상에 제일 맛 없는 꽁보리밥으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할 곤궁한 처지 때문이라면 동정이라도 받을 터인데, 그렇지 않고 당(糖)이 심해질 가능성 때문에 의사 선생님 권고로...... 아예 집에서 저 혼자 먹는 보리밥을 별도의 밥솟에 하는데 아내나 손주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외면 한답니다. 이따금 손주 유진이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함께 밥을 먹으며 한 번 먹어보라고 권하면 하나 같이 못 볼것을 본듯한 표정을 지으며 도리질 하더군요. 나도 하얀 쌀밥 맛있게 먹고 싶지만.... 그래도 어지하겠습니까. 꽁보리밥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으로 생각하고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