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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할아버지가 곁에 있어도 유진이 마음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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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해드림출판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1회 작성일 19-12-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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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한 할아버지가 곁에 있어도

유진이 마음은 아프다



 

일곱 살배기 손주가 ‘가슴이 아프다.’ 라는 말을 자주한다. 웃으며 귓등으로 흘리듯이 넘기는 척하지만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 표현인지 궁금할 뿐 아니라 때로는 나에게까지 아릿한 아픔을 안긴다. 그럴 경우 진정한 아이의 마음 상태를 알아보고 싶어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위로의 말을 건네며 그 이유가 뭔지 조곤조곤 물어보면 자기도 ‘왜 마음이 아픈지.’알 수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이다.


어제 일요일 초저녁이었다. 어울려 장난감 놀이를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럼에도 못 들은 척 무시한 채 방에 들어와 컴퓨터 작업을 마치고 9시가 지나서 거실로 나왔다. 제 제안을 깡그리 무시했다고 길길이 불만을 토로해 얼마간 지시하는 대로 충실하게 따르며 놀았다. 조금 시간이 자나면서 심드렁하고 내 역할이 애매해져 그를 핑계로 소파에 걸터앉아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도둑고양이 모양으로 슬그머니 내 품으로 파고들며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서둘러 보듬어 안고서 다독였다. 그때 녀석이 한마디 던졌다.


‘할아버지! 나 말이야, 병원에 가야겠어.’

‘왜?’

‘내 마음을 꺼내서 아픈 곳을 수술해서 잘라내려고.’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아이디어였다. 어떻게 병원에 가서 마음을 꺼내‘아픈 부분.’을 도려내는 수술을 통해서 치료를 한다는 기상천외한 묘책이 그 찰나에 떠올랐을까. 다양한 예를 들어가며 마음이 아픈 경우는 수술로 다스릴 수 없음을 이해시키려고 낑낑대며 엉뚱한 생각은 잘 못임을 이해시켜야했다. 그랬더니 내 손을 제 가슴에 갔다 댔다.


‘할아버지!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뛰지.’

‘누구나 가슴은 뛰는데!’라고 말하며 녀석의 손을 끌어당겨 내 가슴에 댔다. 하지만 아이는 단호했다.

‘나도 알아! 지금 내 가슴은 빨리 달렸을 때처럼 쿵쾅쿵쾅 뛰잖아!’

마음이 아프다고 끌탕을 치던 손주와 잠자리에 들었다. 나란히 누우며 옆 자리의 기색을 살폈더니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써 숨을 죽이며 훌쩍거리고 있었다.

‘손주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물었다.

‘왜 그러니?’

‘마음이 아파서.’

‘왜 아픈데?’

앞서 거실에서 했던 질문을 되풀이 했다.

‘왜 아픈지, 나도 몰라.’


깜깜한 잠자리에서 조용조용하지만 집요하게 캐물어 봐도 이유는 없으며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른다고 했다. 무단히 그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며 사탕발림을 해도 끝내 미궁을 벗어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마음이 아플 때’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곧바로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다짐해 두었다. 그렇게 하면 언제든지 기분이 좋아지도록 도와주겠노라고 단단히 약속을 했다.


-에세이집 [8년의 숨가쁜 동행] 중에서


***

좌충우돌하여 10년째 쌓은 손주 양육의 지혜를 담은 책, [은발할아버지의 손주 양육기]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아무 준비도 없이 갓 태어난 손주를 키우면서 겪은 애환과 지혜 등 손주 양육에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묶었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10여년 넘게 손자 유진이를 건강하고 밝고 지혜롭게 키워왔다.

어느 날 벼락 치듯이 저자 품을 파고든 파랑새와 밀고 당기며 수놓은 씨줄과 날줄의 흔적이요, 편린이며 적바림이다. 따라서 손주의 양육을 떠맡게 된 분들에게는 반면교사가 되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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