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완료] [출간완료]낭산 이야기-이기순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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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701회 작성일 20-03-10 08:51진행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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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산(浪山)의 변(辯)
어려서부터 동산에 오르기를 좋아했고 숲 속을 헤짚고
다니면서 산밤이며 머루나 다래 따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또래들에 비해 잘했다.
엄마를 따라다니며 나물 뜯고 큰형님 뒤를 쫓아
버섯 따러 다니는 일이 좋았다.
열 살 정도 무렵 엄마와 함께 쌀을 등에 지고
고개를 넘고 산허리를 감돌며 절집으로
불공드리러 가던 그 산길이 그렇게도 포근했고
오래도록 추억의 영상으로 살아있다.
산골에서 나서 자란 탓인가 산은 늘 눈에서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짬쪼롬한 향수가 되어 나를 불렀다.
배낭지고 나서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산을 찾아 도는 일이 그냥 좋았다.
마을에서 보면 동쪽 박달산 위로 아침해가 떠올랐고
그 너머 월악산 영봉 위로는 한아름 보름달이 솟았다.
그렇게 박달산과 월악산을 바라보면서 유년시절의
동경심과 유랑심을 자극하며 한껏 키울 수 있었다.
그래 청년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가장 먼저
찾은 산이 박달산과 월악산이었음은 물론이다.
작은 산이든 크고 높은 산이든 가릴 것 없이
그 품안에 들면 그저 아늑하고 평안했다.
설악이고 한라며 지리 태백 같은
내 나라 내 땅의 명산을 찾아 헤맸고
고향을 더 알기 위해 어려서 올라보지 못했던
고향의 여러 산들을 정신없이 쏘다녔다.
산악회와 어울려 가는 경우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혼자서 산길 나그네로 흘러 다니는 게
마음 편하고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아서 좋았다.
시끌한 곳보다는 사람의 발길이 드문 외딴길이
산타령을 맘껏 흥얼댈 수도 있고 또 호젓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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