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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자취소리 1 > 전체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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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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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대간의 자취소리 1
  • 김기태
  • 산행 에세이
  • 2014년 9월 25일
  • 152*225
  • 979-11-5634-050-8
  • 15,000원

본문

백두산과 지리산을 잇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동쪽 해안선을 끼고 남으로 뻗어 내리다가 태백산을 거쳐 남서쪽의 지리산에 이른다. 한반도 산지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백두대간은 산행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한번쯤은 욕심내 볼만한 길이다. 하물며 산을 좋아해 모인 산악회 멤버라면 한 번쯤 백두대간을 염두에 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2012년 속초 신협산악회 멤버들이 의기투합하여 백두대간 산행 길을 감행했다. 5월 중순에 시작한 산행은 9월에서야 마무리 되었으니, 멤버들은 그해 여름을 통째 대간 길에 쏟아 부은 것이다. 산 좀 탄다는 사람은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백두대간 등반. 실제 그 길에서는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는 걸까?
산행대장 김기태는 멤버들과 함께 백두대간을 등반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백두대간의 자취소리>는 백두대간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백두대간에 자취-발자국-를 남긴 산행자들의 이야기라 하겠다.

“백두대간은 산행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살살 긁어 들쑤시면 하던 업을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하고 싶어 한다. 하물며 산을 좋아해서 모인 산악회 소속이면 늘 백두대간의 대장정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백두대간이 붐을 일으켜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전문 산악회도 생겨나 여러 번 산행을 했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백두대간이 ‘붐’을 일으켰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산행을 완주할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대자연의 기막힌 장관에 대한 낭만만 가지고 섣불리 길을 나섰다가는 애초에 계획했던 종주를 완성하지 못한다. 특히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 그저 취미로 산을 오르는 이들이라면 체력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작정한 산행을 포기하기 쉽다. 직접 대간 길을 걸으면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맞닥뜨리기도 했던 김기태가 <백두대간의 자취소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그 길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 중 으뜸은 멤버들 간의 팀워크라는 메시지인 듯싶다.

“모든 여건이 좋아지고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해서 산행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용기와 끈기나 의지만 있다고 가능한 것은 더욱 아니다. 우리처럼 기본적인 틀이 잡히지도 않은 중구난방인 상태이면 별의 별 일이 다 벌어지게 된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슬기로운 마음과 인내심을 쌓는 훈련이 먼저 필요하다. 백두대간이라고 해서 대자연의 기막힌 장관이 펼쳐지는 구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길을 못 찾아 헤맬 수도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여름철 밭에 거름을 내는 듯한 땀 냄새를 맡으며, 앞 사람의 어깨에 축 늘어진 고생보따리만 보고 막연히 걷기만 하는 지루한 구간도 많다. 탈출로도 없는 추운 산 속에서 바깥 온도와 같아지려는 체온을 유지해야 하고, 청승맞게 하루 종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고생만 하다 오는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하기 전 그는 “이제는 백두대간을 종주한다는 자부심을 갖기보다는 스스로 겸손해지려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라며 마음을 정비했다. 백두대간을 오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백두대간은 호연지기를 얻고자 즉, 자신의 마음을 닦고자 함이지 평생을 두고두고 써먹을 자랑거리를 만들고 보자는 식의 욕심을 채우고자 함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그의 조언이 필요할 것이다.

머리글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 5

촌닭 지리산에 가다 1 … 8
천황봉~벽소령
촌닭 지리산에 가다 2 … 23
벽소령~성삼재
울고 넘은 백운산 … 37
복성이재~영취산
깃대봉에 깃대봉이 있을까? 없을까 … 54
영취산~육십령
동엽령에서 만세를 외치다 … 67
육십령~동엽령
빼재에 우리가 있다 … 82
동엽령~빼재
삼도봉터널의 간고등어 … 94
빼재~부항령
바람도 비켜가는 석교산 … 108
부항령~우두령
낙엽이 된 가을과 함께 괘방령, 추풍령으로 … 121
우두령~추풍령
눈 쌓인 국수봉에 핀 한 떨기 꽃 … 139
추풍령~큰재
아이고 허리야! … 157
큰재~신의터재
행복 끝, 고생 시작 … 168
신의터재~갈령삼거리
까마귀는 그렇게 울었다 … 181
갈령삼거리~밤티재
나 집에 안 갈래! … 197
밤티재~버리미기재
악휘봉에서 황홀했고 희양산에서 용궁을 보았다 … 212
버리미기재~산성터 갈림길
사다리재에서 생일축가를 부르다 … 226
산성터갈림길~이화령
형, 올라와서 밧줄 걷어! … 241
이화령~하늘재
환골탈태(換骨奪胎)와 환골탈퇴(換骨脫退) … 259
하늘재~차갓재
내 이 길을 걷고 있음에 행복하다 … 273
성삼재~여원재

저자 김기태는 1966년 생으로 유통 도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속초 신협산악회 산행대장인 그는 지난 2012년 산악회 동료들과 함께 백두대간 산행을 감행했다.

대장정의 시발점인 지리산으로 어서 달려가고 싶어 설렜던 시간도 흘러 이제는 빼도 박도 못 해 무조건적으로 대열을 따라 발을 내디뎠다. 자원입대한 군인이 전장 터까지 끌려와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출발장소에 속속 도착하는 대원들은 약간 긴장한 탓인지 하나같이 상기된 얼굴에 굳은 표정이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 싸늘한 날씨여서 그런가? 어디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벌렁벌렁 요동친다. 다행스럽게도 간간이 농담이 오고 가던 중에 웃음소리가 들려 긴장감이 사라졌다.
5월 11일 오후 6시, 드디어 응원 나온 회원들의 배웅을 받으며중산리를 향해 출발했다. 내가 탄 쇠달구지의 엔진소리에 힘이 잔뜩 실렸다. 웃고 떠들며 쉬엄쉬엄 가면서 중산리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 날 0시 40분이다. 밖에 나와 도끼 같은 눈으로 감시하는 관리공단 직원이 무서워 주차장에서 노숙하려던 계획을 바꿔 매표소 옆 상가의 민박집을 구했다. 아마도 주차증을 발급하기 위해 밖에 나왔던 것 같았다. 차량이 드나드는 주차장에 노숙을 허락할 리 없지만, 우리도 춥고 귀찮아서 그럴 생각이 없었다.
짧은 시간이라도 따뜻한 온돌방에서 편하게 쉬자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대원은 하나도 없었다. 뭐든지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돈으로 해결하면 간단하다. 잠이 덜 깬 민박집 주인은 야밤중에 생각지도 않은 돈이 넝쿨째 굴러들어왔음에도 무뚝뚝했다. 경상도 사나이는 원래 그러려니 해야지, 아쉬운 쪽은 우리여서 할 말이 없었다. 한 명당 만 원씩, 십만 원에 큰 방 한 칸이다. 여기 민박집 주인에게 아침 밥상과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미리 주문했다. 수많은 등산객을 상대했던 경험으로 우리들이 가려운 곳을 잘도 긁어주며 척하면 척이라 밉지 않았다.
예정대로 오전 5시에 기상했을 때 탱탱한 모기 한 마리가 머리위로 힘겹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낙민 형님이 피를 하도 많이 드셔서 그렇다고 농담을 하는 데도 아무도 동조하는 기색이 없어 냉랭하기만 했다. 그저 피곤해서 만사가 귀찮을 따름이고 오늘 할 중노동을 생각하면 기가 차다는 뜻이다. 아침밥은 음식이 짜고 소태를 먹은 것 같이 입에 맞지 않았다. 밥하고 식수만 빼고…. 점심으로 먹을 김밥이라도 짜지 말아야 될 텐데 걱정되었다. 내륙지방의 음식이 대체적으로 짜다는 건 다들 아는 처지라 어쩔 수 없었다.
산행은 법계사에서 운영하는 버스로 들머리까지 이동 후 시작되었다. 오전 6시 40분,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이 모여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 여기서 시작하면 법계사까지 2.8km이고, 천황봉까지 4.8km이다. 약간 흐렸어도 시원한 날씨라 산행을 하기엔 딱 좋은 조건이었다. 지금까지 지리산 아홉 번 중에 종주만 다섯 번을 한다는 성춘 누님이 벌써부터 숨이 차다고 너스레를 떤다. 24년 전, 처녀 땐 운동화 신고 주먹밥에 소금을 발라서 가지고 다녔단다. 초반부터 산죽 사이로 난 오솔길에 울퉁불퉁한 돌을 깔아놓은 등산로가 계속 이어진다.


-‘촌닭 지리산에 가다 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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