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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8 15:20
이미지 없음
  •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
  • 이강순
  • 사진 에세이
  • 2014년 9월 30일
  • 140*200
  • 979-11-5634-046-1
  • 13,000원

본문

이 책은 수필가 이강순의 사진 에세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엔 늘 작가의 꿈을 품고 있었던 그녀다. 현실의 길과 마음의 길이 방향을 달리하는 동안 숱한 갈등을 겪었을 테다. 이제 “돌아서, 돌아서 여기까지 왔다.”

젊음의 열정이 한 김 식고 난 그녀의 글은 단정하다. 그녀의 작가로서의 운명은, 그녀가 천성적으로 타고난 감성의 예민한 더듬이를 스스로 다룰 때까지 기다려 온 것인지 모르겠다. 그녀의 작품 중 ‘노을’을 읽고 수필가 이승훈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감성과 정서는 있다. 하지만 그 중정(中情)을 붓으로 드러냈을 때, 보석처럼 반조(返照)되는 수필은 드물다. 오랫동안 간직하던 물건을 까맣게 잊은 채 지내다가, 우연히 되찾았을 때 밀려드는 기쁨 같은 것이 여기에는 있다. 독자들은 저자의 수필에 적응하는 시차가 짧을 것이다. 이 수필집을 읽다보면, 금세 작품과 그 정서에 친숙해진다는 뜻이다. 다른 문학 장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수필의 묘미이기도 하다. …한 땀 한 땀 곡진하게 쓴 수필에서 군살 박힌 필치가 느껴진다. 수필 창작이 어려운 것은 저자가 한없이 겸손해져야 아름다운 수필이 나오는 점이다. 수필에서는 자신의 어두운 기저(基底)조차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솔함이 없으면 수필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다. 자신을 낮춘 채 독자와 마주하며 나누는 교감이 사품치는 수필집이다.”

수필집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에는 글과 함께 사진이 수록됐다. 작가가 자신의 책에 담은 사진은 낯설거나 특별한 대상을 찍은 것이 아니다. 평범한 곳, 일상이기에 무감각하게 흘려보내기 쉬운 시간 속에서 깨어있었던 그녀 감성의 발자취다.

십수 년 전 우연히 알게 된 동네에서 살구나무를 만났다고 한다. 그 나무에 꽃이 폈는지, 또 졌는지 묻는다는 게 그만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라는 엉뚱한 문자를 보냈다는 작가. 하지만 주인 분은 그 문자에 살구나무의 안부를 전해준다.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 안부를 묻는 그녀의 감성은 에세이집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다정함이다.

1. 산다는 것은 선물 같은 것

노 을…………………………………………… 12
겨울 오후……………………………………… 18
산다는 것은 선물 같은 것…………………… 25
아버지의 마음………………………………… 31
오후 4시… …………………………………… 35
애기괭이눈_소통……………………………… 41
참꽃처럼… …………………………………… 47
달빛 창가에…………………………………… 52
들길에서… …………………………………… 57
찔레꽃… ……………………………………… 64
입시 바람……………………………………… 70
4월에 부는 바람 ……………………………… 77


2.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

처음 마음……………………………………… 86
흙과 씨앗……………………………………… 91
봄 날…………………………………………… 96
한 장의 사진을 느끼다_엄마의 마당………… 102
된 장…………………………………………… 106
씀바귀꽃… …………………………………… 111
재 회…………………………………………… 115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 ………………… 121
수종사에서… ………………………………… 128
추 억…………………………………………… 133
풍경이 되다…………………………………… 138
해바라기와 나팔꽃…………………………… 143


3. 그 깊은 침묵처럼

겨울여행… …………………………………… 150
그 깊은 침묵처럼… ………………………… 156
길들어지다 … ……………………………… 160
꽃 신 … ……………………………………… 164
꽃을 피웠어요………………………………… 172
이 름…………………………………………… 179
유년의 풍경_장날……………………………… 184
유년의 풍경_눈사람…………………………… 189
유년의 풍경_보리곰팡내……………………… 194
유년의 풍경 _검정 고무신 …………………… 199
유년의 풍경_조팝꽃 필 무렵… ……………… 202
매운탕… ……………………………………… 207
세상을 바꾸는 힘… ………………………… 212
아버지… ……………………………………… 217


4. 꿈을 꾸다

머위나물 ……………………………………… 224
4월 이야기… ………………………………… 227
봄이 오는 소리… …………………………… 233
몽당빗자루… ………………………………… 239
길_문경새재를 다녀와서……………………… 245
미치다… ……………………………………… 250
물끄러미… …………………………………… 255
꿈을 꾸다……………………………………… 260
아름다운 착각………………………………… 266
아름다운 구도………………………………… 270
얼 굴…………………………………………… 275

이강순 (수필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 앞에 늘 있었다.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비켜갔다. 마음과는 달리 다른 길로만 달음질하고 있었다.
보건행정을 공부하고 십여 년은 병원에서 의료보험 실무 일을 했다. 그 이후 도서관과 문화센터에서 어린이 독서지도를 했고, 중.고등 논술 그룹지도를 했다.
2002년 국민카드사이버문학상 공모전에 수필이 당선되면서 본격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회를 얻었지만 치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늘 갈급했다. 회피하고 밀쳐두었던 것을 결국은 붙잡게 되었다. 돌아서, 돌아서 여기까지 왔다.

[그래, 힐링이 살아갈 힘이다]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길들어지다

접시를 들고 음식 앞으로 간다. 잘 차려진 뷔페에서 평소 먹어보지 못한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바라보는 것은 저절로 입맛을 돌게 한다. 이번에야말로 새로운 음식을 먹어봐야지, 집에서 먹어보지 못한 음식부터 골고루 먹어야지, 그렇게 다짐한 마음과 행동은 언제나 엇갈린다. 어느새 내 접시에는 익숙한 음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누군가 한마디 한다.
“짐 뭐하는 짓이고. 그건 맨날 먹는 음식이잖아. 이런 데 와선 평소 못 먹어본 걸 먹어야지. 촌스럽기는.”
촌스럽다는 말에 자극을 받는다. 다시 접시를 들고 새로운 음식 앞에 선다.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색다른 음식 몇 가지를 집는다. 맛깔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내 미각을 흔들진 못한다. 결국, 나는 막장 한 숟가락을 퍼 담고 나물과 쌈 종류에 밥을 수북이 담아온다. 촌스럽다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내 입맛을 돋우어 줄 것은 어려서부터 길든 그 맛뿐이니까.
입맛을 말하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와 나는 너무 다른 입맛을 가지고 하나가 됐다. 그는 어부의 아들이고, 나는 농부의 딸이다. 그는 생선을 좋아했고, 나는 나물을 좋아했다. 그는 생선이 없는 식탁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나물이 없는 식탁을 견디지 못했다. 그는 나물을 먹지 않을 뿐 아니라 아예 그의 젓가락에 외면당한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갓김치였으니 말해 무엇 하랴.
처음에는 두 종류의 반찬이 식탁에 올랐다. 그러나 점점 사라져가는 반찬은 내가 좋아하는 유의 반찬이었다. 그나마 입이 짧은 내가 자꾸 남아도는 음식을 먹기란 더 입맛을 떨어지게 했으니 차라리 그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채우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싫어함에도 끊임없이 식탁에 올린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갓김치였다. 내가 포기할 수 없었던 유일한 것이었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닮아간다고 한다. 그건 마음뿐이 아니라 외모까지도 해당한다.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하는 말과 흡사할 것이다. 중년이 되면 외모도 마음에서 우러나와 완성된 하나의 인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습관이 되는 그래서 습관은 인격이 되고 그 인격은 결국 우리 인생이 된다는 말은 진리이다. 그렇다면, 부부가 닮는다는 것은 같은 생각과 꿈을 가지고 한 방향을 오래도록 함께 바라본 까닭일 것이다.
우리 부부가 맛으로 하나가 되기까진 17년이 걸렸다. 갓김치의 특이한 향을 견디지 못하던 그가 올해 들어, 갓김치의 맛을 알게 되었노라며, 갓김치 예찬론자가 되고 말았다. 매운탕의 비린내를 역겨워하던 내가 둘째를 가지면서 매운탕이 먹고 싶어 죽을 것 같던 심한 입덧을 치르고 매운탕의 시원한 국물의 진미를 알게 된 것처럼 그가 비로소 갓김치의 절묘한 맛의 깊이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 부부의 가장 큰 합일이다.
둘은 자연스럽게 입맛도 닮아가고 모습도 닮아가고 삶의 방식도 닮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길들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길든다는 것은 익숙해진다는 것이요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다.
길든다는 것, 그것은 결국 우리 인생을 결정짓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 어니스트가 큰바위얼굴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사상이 일상과 조화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듯 음식의 맛도 인생의 맛도 나의 길듦에 있다는 사실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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