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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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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잔의 시놉시스
  • 이석규
  • 타고난 노스탤지어, 낙타의 시인
  • 2014년 10월 24일
  • 신국판
  • 979-11-5634-054-6
  • 10,000원

본문

산골마을 순박한 영혼이 펼친 시정의 들판


60 중년의 시인이 첫 시집 [빈 잔의 시놉시스]을 해드림출판사에서 펴냈다. 도시와 아득히 떨어진 곳에서 불어온 바람이 시집의 책장을 넘긴다. 때 묻지 않은 시정이 바람처럼 고스란히 스친다. 격랑의 바다, 그 흔들리는 뱃머리에서 평형을 잡듯이 한 편 한 편 중심을 잡아 시를 써 묶은 것이 이번 시집이다.

시인은 꽃망울을 ‘시’라고 믿고, 그것을 피우는 농부의 땀방울을 자신의 몫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미약한 시작(詩作)의 힘은 내내 그를 고독하게 하고 절망에 빠트리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붓을 놓지 못한 시인은, 야박하면서도 성스러운 시 세계를 끌어안으며 골방에서 자주 밤을 지새웠다. 시인은 그 고통을 [빈 잔의 시놉시스] 안았다.

시인에게 시는 냇물 같은 것이었다. 냇물은 아직 바다에 들지 못한 낯선 어느 강 같은 것이었다. 시인은 그 강물이 바다로 가다가 곰 같은 자에게, 늑대 같은 자에게 더럽히지 않게 하려다가 소용돌이로 빠져들곤 하였지만, 꽃망울 하나만은 꽉 붙들어 틔우려고 기를 썼다. 그래서 금계국과 코스모스가 뒤섞인 가을빛의 시집 [빈 잔의 시놉시스]를 내놓았다.

시인은 시집을 펴내면서 문득 어머니 베갯머리에서 들은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떠올렸다. 당신의 유비와 제갈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시집이지만, 이제는 시인이 산소를 찾아가 당신께 읽어드릴 생각을 한다. 태양의 눈에 밟혀 구름 속에서 신음하던 날과 바다를 좋아하지만, 바다를 겉으로만 사랑했던 날에 대한 얘기, 그 행동에 관한 얘기를 들려드리려 한다.


타고난 노스탤지어, 낙타의 시인(김재천)

시인은 몸부림의 시인이다. 그는 노스탤지어의 시인이며 낙타의 시인이다.
바다에서 파도를 보고 그 집채만 한 파도 너머를 인식하고 있다. 그는 한 섬이 파도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섬은 온통 시로 이뤄져 있다. 그 시의 섬에 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 파도다. 파도이기는 하지만 예사의 파도가 아니라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공평한 파도다. 막 생각난 시 한 구절, 채 굳지 않아서 싱싱한 구절을 질겅질겅 씹으며 빈 배를 타고 파도에 진행을 맡긴 그의 심사가 왜 편안하게 읽히는 것인지 그건 아마도 그가 가 닿고자 하는 섬이 바로 그의 시의 고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이 노래하는 먼 바다의 우체국은 그와 세상을 잇는 매개물로서의 우체국이다. 다시 말해서 바다와 그를 매개하는 역할을 우체국으로 하여 맡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집배원이 없어도 죄가 되지 않아서 집배원을 내보내고 오롯이 자아만 남게 하고 썰물에도 그대 얼굴을 우체통에 가두는 우체국, 그 가없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그만 쨍그랑 울리는 느낌이다. 바다 다음으로 큰 구분을 할 수 있는 것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시인은 자신이 이루려는 시의 성취가 늦다고 여겨 자신의 걸음을 낙타로 삼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낙타는 준비된 여행자이다. 비록 느리긴 해도 사막의 가운데를 터벅터벅 견디며 걸어가는 끈기의 상징이다.

|목차|

펴내는 글 _ 구름 속에서 신음하던 날…04

서시 _ 06

평론 _ 타고난 노스탤지어, 낙타의 시인 김재천…142


제1부 바 다

바다에서…14
마산 어시장…16
썰물 우체국…18
청담대교 야경…19
부두…20
돛배…22
파도…23
낚시…24
등대…25
앵강 만…26
네잎클로버…27
심천…28
명태…29
물레방아…30
연꽃…31
우포늪…32
장맛비…33
내가 기다리는 그대는…34
섬 중의 섬…36


제2부 그 리 움

매미…41
고추잠자리…42
쑥버무리…43
고향이 그리운 것은…44
유채꽃…45
진해 벚꽃 장…46
정…47
봄비…48
발자국…49
호박꽃…50
봄길…51
벚꽃을 보면…52
스탠드…53
노래…54
길목…56
낙서…57
가객…58
선풍기…59
우리 사이…60
민들레 영토…61
텍스트…62
장미꽃…63
그대와 나는…64
설 떡국…65
귀띔…66
내 안에 장미 한 송이 산다…68
엘리베이터…70


제3부 낙 타

서울 낙타…73
석공…76
낙화일기…77
항아리…78
딸에게 부치는 가을 편지…79
봄단장…80
가을에…82
인력시장 박 씨…83
병실에서…84
황혼…86
양파…88
간판…90
피아노 앞에서…92
아궁이…94
공간…96
길에서…99
5월…100
가을에는…101
교차로…102
바보…104
사랑…106
경계에서…108
구상나무…110
까치소리…112
입동…113
달력…114
소묘…115
낙엽…116
겨울나무…118
계단…119
공원에서…120
가로등…122
시인의 가을…124
요행…126
종소리…130
고독…132
코스모스 …134
눈빛과 눈빛이 마주침…135
자화상…136
빈 잔의 시놉시스…138

이석규

1954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2006년 CHOL 문단작가와
2008년 月刊 시사문단으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썰물 우체국

나는 먼 바다의 우체국
우표와 집배원이 없어도 죄가 되지 않는 우체국
그대 부뚜막에서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안에까지
배달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우체국
멀리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살자는 우체국
그게 유일한 힘인 우체국
게와 바지락이 개펄에 나왔다가 다시 숨는 사이
아까부터 그대 얼굴이 보이게 우체통에 가두는
썰물 우체국.







눈빛과 눈빛이 마주침

눈빛과 눈빛이 마주침은 한마디로 섬이지요
외로움과 갈증과 번민을 단번에 녹이지요

사랑은 아무래도
술집에서 홀로 따르는 막걸리 잔에서 사는
낙타의 등에 난 혹 같은 거니까요.




빈 잔의 시놉시스

소리 없이 내리는 봄비를 보다가
그대와 나 사이에도
기회가 있음을 느낀다

들녘에서 시들고 있는 이파리에
이따금 비가 내리므로
조금은 위안이 된다

눈 감을 수 없다
나를 텅텅 비워놓았어도
배고프지도 않고
바람이 자꾸 나를 흔들어도
슬프지 않으므로

슬픔 때문에
내 꿈이 더욱 단단해지는데
그대는 멀리 떨어져 있고

바람과 돌과 나무밖에 보이지 않아도
그대를 그냥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
건배

아까부터 그대
낮게 깔린 안개를 헤치고 달려오는 소리가
탁탁탁
봄비 속에서 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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