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에덴의 이단자 > 전체신간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42148_9783.jpg 


작성일 : 2020-02-18 17:05
이미지 없음
  • 에덴의 이단자
  • 정인
  • 소설
  • 2015년 5월 30일
  • 신국판
  • 979-11-5634-084-3
  • 13,000원

본문

삶의 사슬이 된 인간 욕망을 원초적으로 그려낸 소설

태초부터 인간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에 살고 있던 두발과 하누리, 그리고 두 아들 오티오와 렉스. 이들은 자연을 벗 삼고 풍족한 양식과 땔감에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특히 두발은 지혜로웠으며 무술 또한 출중했다.
그렇게 신선처럼 살고 있던 그들. 그러나 어느 날 아들 둘이 사라지고 두 자식을 찾아 나선 부인 하누리도 행방이 묘연해진다. 5년을 기다린 두발은 황무지가 된 집을 떠나 가족들을 찾으러 산을 내려갔다. 알수 없는 울림을 따라 내려간 곳은 소돔과 고모라를 방불케 하는 곳이었다. 힘겨운 여정에 가족들의 행방을 찾게 되는데..

그들은 왜 산을 내려갔던 것일까?
앞으로의 두발의 여정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현실의 부패와 괴리를 잔인하게 드러내고 그들의 앞에 질문을 던진다.
혼란에 휘말리는 두발의 모습,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이 속에서 우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우린 왕의 압제를 타파하고 독재의 사슬에서 벗어나 인간의 권리를 찾게 되면 자유인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리하여 그토록 긴긴 세월, 유혈(流血)의 호수(湖水)를 건넜고 죽음과 마주하는 혁명과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침내 새벽이 다가오자 우리는 자유를 쟁취했다는 엄청난 환희에 도취되어, 날이 밝아오는 것도 모르고 잠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대낮이 되어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어느 사이 우리는 이전과는 확연히 모양이 다르고 낙인이 찍히지 않은 노예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이렇게 살찐 또 다른 노예가 되기 위해 우린 그렇게 긴 역사의 여정을 에둘러 온 셈이었다.

우리를 부려먹는 돈이라는 주인은 표정도 없고, 인자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뭘 강제하는 일도 없다. 결코 나서는 일도 없고 불같은 성화를 내지도 않는다. 붙잡거나 매달리는 일은 더더욱 없을 뿐 더러 감금하는 일도 없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주인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단 하나.
바로 우리들 마음 저변에 깔려있는, 건드리지 않으면 꿈틀대지도 않을 욕망이라는 무형의 존재, 바다를 다 삼키고도 결코 마침표를 찍지 않을 욕망의 꿈이었다.
주인은 욕망의 잠재 가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것만 움켜쥐고 있으면 어떤 권력이나 정의도, 도덕과 윤리마저 힘없는 허수아비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다.
이 욕망을 틀어잡고 있는 한 우리는 스스로를 얽어맬 사슬을 찾고(시간), 우리 스스로를 가둘 감옥(직장)을 찾는다. 이렇듯 사슬에 얽매어 감옥에 갇힌 우리는 욕망에 눈 먼 이가 되어버렸음에도 스스로 자유인이라 외친다.
-프롤로그 중에서

프롤로그

1. 하산(下 山)
2. 버려진 사람들
3. 인신매매
4. 노예, 자유
5. 노동조합
6. 하누리
7. 탐욕지수
8. 단 하나의 번호
9. 스칼렛 마을
10. 투석형

정 인

한국항공대학교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 졸업
육군항공학교 비행교관
육군 교육사령부 체계 분석처 체계 분석장교
문창화 국제 특허법률 사무소 근무
제2회 한국 인터넷 문학상 수상
현재 토론토 거주

가파른 산길을 따라 헤쳐가길 한 시간여. 마침내 그들은 아주 작은 하나의 불빛이 가까스로 새어 나오는 인가를 발견했다. 동네도 아니었고 다른 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 채의 오두막이 숲과 계곡에 싸여있어 낮이라면 사람들의 눈에 전혀 띄지 않을 그런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북쪽의 가파른 절벽 아래에 지어진 작은 통나무 집 같아 마치 배수진을 친 참호처럼 보였다. 두발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수한 작전 지도가 펼쳐지고 있었음이리라.
“자, 이리로. 긴장도, 흥분도 안 됩니다. 버무 당신은 특히 더 그렇소. 난 저기 불빛이 새어 나오는 오두막 같은 집이 우리가 찾는 곳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소. 지금부터 고양이처럼 소리 나지 않게 움직입시다. 우리는 지금 아홉이요. 내 말뜻은 동서남쪽으로 짝 지울 수 있다는 겁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그의 말을 예견하고 몽둥이를 굳게 잡았다.
“지금 내 눈에 동쪽과 우리가 접근해 나가는 서쪽, 그리고 남쪽을 막으면 나갈 길이 없어요. 북쪽으로는 절벽이니 접근할 수도 없거니와 접근할 필요도 없어요. 장티와 버무, 리함은 동쪽을 맡으시오. 찬서와 사독 시바는 서쪽을, 그리고 모리스, 바이돌…….”
바이돌을 바라보는 두발의 눈빛이 차갑게 움직였다.
“바이돌 할 수 있겠소?”
바이돌이 겸연쩍게 웃었다.
“아까는……. 아니요. 그만두겠소. 변명 같아서. 그렇게 하겠소. 두발 당신과 함께 움직이겠소.”
달빛 속에서도 두발의 눈동자가 매섭게 번뜩거렸다.
“고맙소. 그럼 바이돌과 나 모리스, 우리 셋은 남쪽을 맡겠소.
먼저 해야 할 일은 숲에서 낙엽이며 태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긁어모으시오. 가지를 꺾거나 하지는 말고. 소리가 나면 안 되니까. 집 덩이보다 더 많이 긁어모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계획대로 할 수가 없어요.”
두발의 계획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그들은 묻지도 않고 한 채의 오두막을 향해 생쥐처럼 다가가, 바스락 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태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긁어모았다. 두발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동시에 넝쿨도 있는 대로 모으시오. 그것은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중천을 넘어선 달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고요하게 빛났다. 모두가 긁어모으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동안, 두발은 살금살금 오두막으로 다가섰다. 방안에서는 어떤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이 자들이 잠을 자는 걸까? 그렇다면 수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지? 그들만 빼내어 오면 굳이 이놈들하고 싸울 이유도 없는데.’
그가 오두막 벽에 몸을 바싹 붙이고 작은 틈새 사이로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다행히 방안 전체가 희미하게나마 한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는 열 명 남짓한 장정들이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분명치는 않으나 수나와 몇몇 여자들이 로프에 결박되어 옹기종기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발의 심장이 두 방망이질을 했다. 이때 들고양이 같이 바이돌이 두발 곁으로 기어 왔다. 두발이 자리에서 비켜섰다. 바이돌이 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한 눈으로 방안을 훑어보았다.
‘ 혹, 아는 자가 있느냐’ 고 두발이 소곤댔다. 바이돌이 두발의 손을 잡고 오두막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 나왔다.
“전혀 면식이 없는 얼굴들이요. 등을 보이고 있는 놈들은 볼 수도 없고. 내 생각인데 저놈들은 분명……. 인신매매단일 겁니다.
다시 말해서 살인, 강간, 장기매매, 약탈, 방화 같은 것을 식은 죽 먹듯이 하는 놈들이란 말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돈이 될 성 싶다 싶으면 무조건 잡아다 넘기죠.”
갑자기, 방안에서 왁자지껄 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발과 바이돌이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고 오두막 벽면에 몸을 의지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벽에 귀를 갖다 대고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 ‘3장 인신매매’ 중에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