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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8 18:11
  • 마술모임
  • 홍수영
  • 해드림출판사
  • 2015-09-30
  • 소설
  • 979-11-5634-106-2
  • 15,000원

본문

수상한 종교집단인 재림회.
이곳에서 일어난 의문의 자살사건.

진실이 인위적 가공물로 전락한 세상에서
새롭게 움트는 기대와 차가운 현실의 대면!

석연찮은 세화의 죽음의 실체를 밝히려는 지우와 혜원 그리고 하명의 노력이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집요하게 이어진다. 그 죽음의 배경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구르는 눈덩이처럼 자꾸만 새로운 옷을 입고 커지는 준호의 음모가 드러나고, 적잖은 등장인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음모에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들이 재림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반응, 세화의 죽음과 움트는 음모들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각기 다르다. 각자 몸집을 불리면서 재림성회라는 하나의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사건은 하나지만, 여전히 그 숨겨진 의도와 세화의 죽음의 배경은 남아 있다. 하명은 이것을 찾아내는 것이 진실을 찾는 길이라 생각하고 다시 매진한다. 그가 찾아낸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 종료되고 시간이 지난 후 지우의 내면에서 새롭게 눈뜨는 것은 무엇일까. 사칙연산처럼 명쾌한 결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불가해한 현실에서 지우는 의지할 곳을 찾을 수 있을까.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일상의 소소함부터, 나라를 흔들 사건과 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함정에 빠져 있음을 느낀다.
현실에서 하나의 객체를 둘러싼 시선은 두 개, 아니 세 개, 네 개의 진실을 잉태하고, 이것들은 서로 마주해 싸운다. 힘의 논리에 의해 정리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 대부분은 의혹과 의문을 남긴 채 흐른다. 상식적인 생각은 필요하지 않다. 현실의 권력은 상식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

< 마술모임>에서는 진실이라는 게 존재할까? 그걸 추구하는 게 가치 있는 것일까? 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당돌하고 무엄하게도 세상을 사기라고 서슴없이 단정 짓는다. 그 근저엔 진실이 뒤엉켜 흘러가는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 의도란 것이 개입되는 순간, 의도는 일부를 과장시키고 일부를 폐기한다는 데 있다. 그렇게 진실은 가공된다. 의도는 깊은 불신을 불러일으킨다.

한 인간을 쪼개어 둘로 나눌 수 있다면, 그래서 한 가지 선택 지점에서 서로 다른 판단을 한다면, 이 둘의 향후 여정은 어떻게 다를까.
비슷한 종자의 두 사람이 있다. 대학 동문인 이들은 한 사건을 통해서 다시 만난다. 이들이 처한 입장은 정반대다. 준호는 사이비 종교에서 꿈을 꾸고, 하명은 진실을 추적하며 사이비 종교에 대적한다. 미스터리 기법을 쓰고 있는 이 소설은 사건의 실체를 꽁꽁 숨겨놓고, 말을 통해 드러난 인물들을 갈수록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 각 인물들의 의도가 무엇일까. 결국 그들의 지금 행동은 의도가 드러남으로써 이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의도란, 한쪽이 지극히 현실도피적이라면 다른 한쪽은 지극히 맹목적이다.

한 여자가 죽고 일 년이 흐른 뒤, 그들의 얘기는 시작된다.

1장 마술모임 _ 9
2장 재림성회 _ 149
3장 눈뜨는 일주일 _ 333

홍수영

1966년 서울 출생
1994년 국민대학교 졸업
1997년부터 영화 기획 및 행정, 정책 분야 종사
현재 과천시 거주

마술모임을 처음 접하던 날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봄을 마중하는 비였다.
준호 선배를 따라간 곳은 중세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강남의 한 바였다. 레드와인을 쏙 빼닮은 조명이 안개처럼 퍼져 있는 그곳엔 이미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유영하듯 느릿한 동작을 섞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세화는?”
자리에 앉으면서 준호가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묻는다.
“좀 늦는다네.”
그중 남자가 준호의 말에 답했다. 준호는 그러냐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멀뚱멀뚱 옆에 서 있는 지우에게 의자를 빼준다.
지우는 결례가 되지 않게 남자와 여자를 차례차례 훔쳐보았다. 푸른 사파리 점퍼에 심드렁한 표정의 남자는, 금테 안경 속의 눈을 자주 깜박거렸다. 여자는 한눈에 봐도 이목구비가 가늘고 시원한 것이 제법 눈길을 끄는 미모였다. 볼륨을 숨긴 검정 원피스도 라인을 드러내는 데는 인색하지 않았다.
“신참?” 남자가 곁눈질로 지우를 본다.
“그거야 여러분들 의사에 달렸지.”
귀에 익은 팝송이 바를 물먹은 천처럼 휘어 감고 있었다. ‘I can’t tell you why-’ 지우는 뇌 속에서 벌레가 스멀스멀 블루스를 추는 것 같은 간지럼 증을 느낀다.
준호는 대학 후배이자 증권맨이라고 지우를 소개했다. 그러자 남자가 돈 좀 만졌수, 하면서 농담을 건다.
“전 그런 부류에는 끼지도 못해요.”
“그러지 말고 좀 찍어 줘요. 개미가 달래 개미가 아니지만, 꽁짓돈 부푼 적이 한 번도 없어.”
멱살을 쥐어 잡혀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그들만의 리그, 그들은 중생들이 악다구니 치며 살고 있는 지구 주위를 떠도는 인공위성과 같다.
웨이터가 얼음 바구니를 테이블에 내려놓는 바람에 잠시 대화가 끊겼다. 웨이터가 물러가자 남자가 익숙한 솜씨로 반쯤 남아 있는 위스키 마개를 따고 온더록스를 만든다.
“영화사를 운영하는 김형호 사장. 여기서는 최고령자지.”
“고삐리도 아닌데 나이는…….” 김형호라고 소개받은 남자가 입술을 쑥 내밀었다.
“최고령자라는 말이 듣기 좋지는 않은가 봐?” 김 사장을 힐긋 본 여자가 깔깔깔 웃는다.
“육체와 정신이 항상 같지는 않은 법이니까, 그 차이가 가장 큰 사람이란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나잇값 못한다는 얘기네.”
김 사장이 짐짓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을 받자 모두 재미있다는 듯 웃어댔다.
“하여튼 김 사장님은 젊게 살아. 느와르와 스릴러를 혼합한 영화 한 편을 의욕적으로 준비 중이고, 대박 터지는 날 우리 모두를 와이키키 해변으로 초대할 분이기도 하지.”
여자가 와이키키를 위하여 한잔하자면서 잔을 들었다. 지우는 준호와 김 사장을 따라 잔을 들고 와이키키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
“다음은 묘령의 여인, 이은주. 돈도 많고 또 매력 덩어리야. 남자를 휘어잡는 자질도 천부적이지?”
“좀 그렇기는 해, 가진 거라곤 돈과 이 육감적인 육체뿐이니까.”
여자의 자화자찬에 김 사장이 심드렁한 얼굴을 풀고 살집에 안 어울리게 키득키득 웃는다.
“꿈이 많은 여자야.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소유한 건물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지. 지우보다는 한 살 많을걸?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 목돈이 생기면 우리를 위한 아늑한 전원주택을 제공하기로 했지.”
“와우, 꿈의 공간!”
이번엔 김 사장이 꿈의 공간을 위해서 건배를 하자고 제안했다.
- ‘마술모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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