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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9 10:19
  • 악마들의 천국
  • 전혜성
  • 해드림출판사
  • 2016-01-15
  • 신국판
  • 979-11-5634-123-9
  • 13,000원

본문

그곳도 우리가 사는 세상 일부

20대 미혼 처녀의 몸으로 장애인 시설을 전전하며 겪었던 질곡들, 전혜성의 [악마들의 천국]은 육신이 불편할 뿐 온전한 이성의 저자가 어쩔 수 없이 육신도, 정신도 파괴된 장애인 시설에서 수년 동안 봉사와 희생하고 또한 온갖 수모를 겪으며 살아온 적나라한 흔적들이다.

1990년대부터 비롯된 이야기지만, 이런 상황은 지금도 일부 현재진행중일 것이다. 세상 사람이 속속들이 지켜보지 못하는 곳에서 얼마나 불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저자가 겪은 질곡의 세월을 읽다보면 안타깝고, 슬프고, 화도 나기도 할 것이며, 또한 내내 답답하고 우울할지 모른다.

미혼처녀의 몸으로 저자가 전전하였던 장애인 복지시설, 당시는 관계기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여 더욱 열악한 환경인데다, 후원을 얻고자 종교를 이용하였을 뿐, 진정한 신앙인도 아닐 뿐더러 복지 사업 전문가들도 아니었을 테니 장애인들의 기본적 인권조차 지켜졌을 리 없었을 듯하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자신보다 더 못한 장애인들을 끝까지 보살피며 견뎌온 저자의 삶이 참으로 대단하다.
저자 자신에게는 가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분께서 저자를 훌륭한 사회사업가로 세우기 위한 연단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미칠 정도이다.
오랜 세월의 고통을 통해 장애인들의 아픔을 속속들이 알고,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방향으로 장애인 복지 시설이 운영되어야 하는지 등 장애인의 진정한 동반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저자에게는 충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힐링이 되기를 소망한다

다들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 단지 불편할 뿐이라고 한다. 젊고 건강할 때는 저자도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병마에 사로잡히고 보니 그 말은 뇌세포가 부족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임을 알 수 있었다. 가난은 죄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돈이 없으니 악마 품에서조차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
그것은 지옥 생활을 의미한다. 이십여 년, 악마에게 할퀴고 짓밟히다 보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한이 쌓였다. 저자의 지난 공동체 생활은 견디기 어려운 굴욕이었다.
그 한풀이로 예전의 지옥 생활 기록을 책으로 남겨두고자 한 것이다. 그런다고 한이 조금이라도 떨어져 나갈지는 모를 일이다.

지금도 적잖은 시설의 장애인들은 을씨년스러운 그늘 아래 짓눌려 지내는 게 일상이다. 책 내용이야 지난 이야기지만 이런 상황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빛보다는 어둠이 깊이 서려 있는 군상들, 직접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르는 시설 안의 일이다.

이 [악마의 천국] 출간을 계기로 이제는 저자의 삶도 힐링이 되기를 소망한다.
영혼 깊숙이 뿌리박힌 어둠은 빠져나가고 빛으로 충만한 영혼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장애로, 병마로 오랫동안 고통의 일상을 겪는 이 땅의 모든 이에게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따사로운 햇살이 깃들기를 바라는 게 이 책의 소망이다. 비록 어두운 기록이지만 작은 빛이 되는 기록이길 이 책은 바란다.

펴내는글 /4

01 /11

02 /115

03 /199

전혜성

저자는 시골 어느 완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이십대 때부터 류마티스을 앓으며 고행의 삶을 살게 되었다.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 주던 이들이 이 비참한 처지를 알게 될까 봐 숨어 지내듯 살고 있다.

아침 다섯 시 오십 분, 이 전도사라는 이가 예배 시간이라며 문을 두드렸다. 더러운 침구를 사용한 탓에 전신이 찝찝했다. 이 전도사가 예배를 인도 했다. 그의 설교는 열변을 토하는 듯한 김 전도사의 설교와는 달리 옆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듯 조용조용 했다.
예배가 끝나자 엊저녁 예배 후와 똑같은 광경이 벌어졌다. 정하원이라는 형제는 벽을 짚으며 힘겹게 일어섰다가 바로 선채로 쇠기둥처럼 꽝! 하고 넘어졌다. 정 형제가 신음을 토하면서 괴로워하며 힘겹게 일어섰다가 다시 넘어지기를 세 번 반복한 후에야 정상인인 박 아저씨라는 이가 신경질을 내면서 부축을 하여 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얼마 후 식사 시간이라고 해서 식탁으로 가니 최강진이라는 아저씨가 정 형제에 대해서 욕설을 퍼 대고 있었다. 대소변 처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더러운 놈이라는 것이었다. 정 형제는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지도 못해 예배 때 박 아저씨의 부축을 받아 교회에 가고 예배 후 벽을 짚으며 일어섰다가 넘어지는 것이었다. 팔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매우 부자연스러웠고 시각장애에 지적장애까지 안고 있어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박 아저씨까지 ‘도움을 줘도 고마운 줄 모르는 짐승 같은 놈’이라며 최 아저씨 욕설에 가세했다. 기독교 단체라서 사랑이 넘치리라고 여긴 내겐 예배 후의 광경과 마찬가지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식사는 식판에 담겨 나왔다. 보리가 섞인 밥과 콩나물국에 두부부침과 멸치볶음이었다. 국을 포함한 반찬이 세 가지로 반찬소 하나는 비어 있었다. 주방 일을 하는 이는 이 전도사와 정 선생(나를 방으로 안내 했던)이라는 아가씨였다. 식사가 끝나고 한참 후 김 전도사가 나타났다. 그는 잠시 후 박 아저씨에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욧!’ 하고 벼락같은 호통을 쳤다. 성난 남자가 하는 듯한 거세고 사나운 호통이었다. 사십 대로 보이는 김 전도사의 호통에 육십 대로 보이는 박 아저씨는 ‘할게요, 하겠습니다.’ 하고 순순히 응답했다. 나는 속으로 ‘내게는 저런 사나운 호통을 안치시겠지. 나는 병자인데다 정신적 고통도 극심한 걸 전도사님도 아시니까.’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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