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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9 10:29
  • 겨울새
  • 박옥순
  • 해드림출판사
  • 2016-01-25
  • 신국판
  • 979-11-5634-126-0
  • 13,000원

본문

생의 이면에 도사린 고통과 상실감,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적 의지 표현

단편소설 7편과, 중편소설 1편이 실린 박옥순 소설집 [겨울새]는 TV문확관이나 베스트셀러 극장에서 방영된 예술적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가시연꽃, 안개바다, 검은 목련, 유실물 센터, 환희의 송가 등의 단편과 그리고 중편인 ‘겨울새’가 특히 적잖은 영감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이 소설집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겨울새’는 특히 현장감 있는 소설이다. 힘겹게 살아가는 부부의 경제 문제와 사랑 이야기,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아프고 미워하고 그리고 화해해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겨울새’에서 펼쳐지는 체험과 힐링을 통한 화해의 길이 인상적이다. 이 작품에서처럼 서로 사랑이 멀어지거나 갈등이 심해질 때면, 단단히 눈을 가린 채 상대방에게 의지하여 깊은 밤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조차 든다.

[겨울새]가 들려주는 것

박옥순의 작품은 삶의 고단함을 롱컷으로 잠잠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남성과 가난이란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담장 너머 흐드러지게 피는 능소화와 정금나무 꽃이 울려대는 듯 아름다운 종소리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마침내 새들이 가지를 박차고 하늘 멀리 날아오르는 때를 맞이한다. 결코 지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우리의 어머니와 같은 소설집이다.
김학순(고려대 교수,·전 경향신문 논설실장)

박옥순의 소설은 건강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 주제의 기저에는 천주교적 박애주의가 깔려 있다. 등장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이요, 친구이면서 모범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소시민들이다. 이들은 때로 대립하고 갈등하며 방황하기도 하지만 종국에는 화해하고 포용하며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다.
박옥순 소설은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있다. 이야기를 과장되게 떠벌이거나 억지춘향식의 짜깁기로 독자들에게 읽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마치 맑고 잔잔한 강물이 햇살에 반짝이며 흘러가듯 다정다감하면서도 자연스럽다. 이것이 박옥순 소설의 매력이다. 이러한 매력은 탄탄한 구성과 정확한 문장, 심심찮게 발견되는 순수한 우리말 사용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한다. 앞으로의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다.
이연주(소설가)

작가는 생의 이면에 도사린 고통과 상실감,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적 의지를 간결한 묘사와 구성을 통해 흥미롭게 잘 풀어나가고 있다. 가시연꽃에서 보여주는 병들고 버림받은 존재로서의 언니나 안개바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기 일그러진 현실에 저항하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세상에 대한 사랑과 그 구원방식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독자들은 황량하고 거친 생의 바다에서 등대를 발견하듯 적지 않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희섭(소설가, 대구소설가협회회장)

박옥순의 이번 소설집 읽기는 치유의 여정이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내내 고요하고 따뜻한 감동이 끊이지 않았다. 뜻밖의 선물 같은 소설이었다. 단아하고 매력적인 문장과 아름답고 재미있는 묘사가 특별히 돋보였다. 특히, 어려움을 헤치고 일어서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소설의 재미와 의의를 새삼 되새기게 되었다.
신재기(문학평론가. 경일대 교수)

작가의 말 _04

가시연꽃 _08

안개 바다 _40

꿈 속의 극락조 _72

휘파람새의 선물 _102

검은 목련 _128

유실물 센터 _154

환희의 송가 _183

겨울새(중편) _209

박옥순

경북 상주의 아름다운 두메에서 태어나, 2000년 대구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환희의 송가’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88년 단편소설 ‘부활의 노래’로 신라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휘파람새의 선물’, ‘본향’, ‘검은 목련’ 등 다수를 발표했다.
대구소설가협회와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구생명의전화에서 전문가 상담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드디어 그녀가 호명되어 나간다. 궁체로 닉네임이 쓰인 혼백 앞에 그녀는 다소곳이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잃어버린 태아를 부른다.
“아가야, 안녕? 나야, 엄마. 어른들의 잘못으로 처참하게 너를 보내고, 이 엄마는 한순간도 마음 편해 본 적이 없었단다. 잠시 머문 세상에서의 일은 한낱 흉몽이었다고 잊어 주렴. 지금 엄마가 너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구나. 잘못했다 아가야,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내 예쁜 아가야. 이제 조금 뒤면 이 엄마도 네 곁으로 가게 되었단다. 그래도 이 엄마, 모른 척하지는 않을 거지…….”
유서를 거의 읽어 내려갈 때, 그녀는 또 명치가 저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남편의 말처럼 눈물이 가슴속으로 흐르는 것을 절감한다.

그런데 정작 호박씨만 한 눈을 가리고 보니 오히려 시야가 한 꺼풀 걷히는 느낌이다.
그녀는 비로소 ‘젊은 오빠’(깡패 출신의 닉네임)의 손을 힘주어 잡는다. 고맙다. 험한 길에 그가 있어 안심할 수 있어 좋다. 겉치레에 치중됐던 고정관념이 한순간에 깨지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것은 그녀에게 뜻밖의 수확이다. 삼십여 명의 훈련 행렬이지만 어디에서도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뽀드득뽀드득. 눈길을 딛는 발걸음 소리와 서걱대는 마른 풀 스치는 소리만 들린다. 그녀는 평온히 마음이 가라앉았고 파란만장한 지난날을 주마등처럼 돌려본다.

‘젊은 오빠’의 손은 투박하다. 그와 파트너로 정해졌을 때, 그녀는 순간적으로 손을 밀쳐 버릴 뻔했다. 신부와 스님, 교사, 목사 등, 많은 훈련생 중에 하필 점박이 사내라니. 그녀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게다가 사내가 주먹 세계에서 놀았다는 전력과 혐오감을 주는 외모가 구토를 일으킬 지경이다. 하지만 그의 손은 뜻밖에 따뜻하다. 투박한 손을 통해 전해져온 온기는 건장한 체격과 더불어 조금씩 신뢰감을 주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산을 오르면서 비로소 그가 든든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피상적으로 사람을 대했구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옛날 어느 장터에 마음을 찍는 사진기가 있었단다. 유명한 정치가를 찍었더니 돈다발이 찍혀 나왔고, 돈 많은 사업가를 찍었더니, 술과 여자가 찍혀 나왔다. 어떤 남자는 늑대가 되어 나오고, 예쁜 여자는 뱀이 되어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장터에 얼굴이 험상궂은 한 사내가 나타났다. 사내는 미역을 한 꾸러미 들고 있었다. 틀림없이 무시무시한 흉기가 찍혀 나올 거야! 사람들은 저마다 그렇게 속단했다. 그러나 사내가 사진기 앞을 지났을 때, 방긋 웃는 아기의 얼굴이 찍혔을 뿐 다른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지금 그녀는 ‘젊은 오빠’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다음 시간에는 역할을 바꿔 그녀가 그를 도울 차례다. 그녀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덕을 베풀어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준 일도 없다. 쳇바퀴 틀에 갇혀 정신없이 돌다 보니 시야를 들어 앞을 바라볼 틈이 없었다. 그런데 정작 호박씨만 한 눈을 가리고 보니 오히려 시야가 한 꺼풀 걷히는 느낌이다.
_‘겨울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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