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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9 10:47
  • 꽃이 되고 바람이 되어
  • 김언홍
  • 해드림출판사
  • 2016-03-19
  • 신국판
  • 979-11-5634-132-1
  • 13,000원

본문

중견수필가 김언홍 씨가 두 번째 수필집 ‘꽃이 되고 바람이 되어’를 해드림출판사에서 출간하였다.

여성이 지닌 섬세한 서정과 어조가 어우러진 너무나 솔직하고 인간적인 그의 작품을 대하면 독자들은 가슴을 몇 번이나 쓸어내려야 할 것이다. 적당히 감추기보다 충분히 드러내면서 환기된 소재들, 특히 사랑하는 이들과의 별한에서 그의 서정은 촛불처럼 흔들린다. 이러한 비감의 질감들은 거친 통성(痛聲)이 아니라 순화되고 고요한 아니마(anima)의 공명인 것이다. 호된 시련적인 체험 안에서도 정의(情誼)를 잃지 않았던 끈의 정체성이 김언홍 수필가가 끄집어내고자 한 미학이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수필집

인간의 생로병사를 다급해하지 않는 언덕에 올라선 그녀, 세상을 관조하는 따스한 시선이 사소한 풀꽃의 숨소리조차 품어 안는다. 나는 김언홍 수필가의 글이라면 읽다가 놓아 본 적이 없다. 발끝에 차이는 작은 돌멩이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막힘없는 글 흐름과 감동스런 몰입도 때문이다. 책을 닫으며 가슴에 끌어안으면 맑은 여음(餘音)이 속삭인다. ‘너를 사랑해’ 내 언니 같은 목소리다. -수필가 김종숙

그해 봄에도 꽃 피고 새가 울었던가.꼭 십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명지바람 살랑대는 이 봄날, 팝콘처럼 와르르 쏟아지는 벚꽃의 향연에 걸맞은 답가가 되어 줄 것이다. 윤슬처럼 잔잔하고 결 고운 수필집이 우리 곁으로 온다니 미리감치 손차양하고 나가 길마중을 할 것이다. -수필가 장은초

김언홍 작가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투명하게 닦아 놓은 유리창으로 보이는 풍경 같다. 내면이 고스란히 비치는 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리라 믿는다. -수필가 염혜순

◇삶의 높은 명상이 시현되는 듯한 수필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이 되어 새롭게 찾아온다. 아픈 기억들이지만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된다. 지나온 삶의 쉼표를 찍듯 써내려간 수필들. 작은 꽃이 되고 바람이 되어 한순간에 마음의 위안을 준다.

‘꽃이 되고 바람이 되어’에서 저자만의 특별한 감성은 자연과 기민하게 소통하고 있다. 작은 관심이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저자의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함께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시간들이다.

따스한 기분에 미소가 지어진다. 저자는 현재와 과거를 촘촘히 엮어 아름다운 태피스트리를 만들어낸다. 살다보면 재미있는 일도, 눈물 나는 일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따뜻한 시선과 웃음으로 추억을 그려 내고 있다. 그것은 모든 추억이 즐거웠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읽으면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이유는 저자의 여유로움 때문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저자의 이런 마음은 수필의 전반에서 드러난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마냥 시간이 지나간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우리는 늘 시간 속에서 특별한 것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저자의 시간 속에서, 시선 속에서 공감하면서 우리만의 특별한 추억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저자 소개

수필가 김언홍
서울 출생이다. 종합문예지 ‘문학저널’에서 수필과 소설 부문으로 데뷔하였다. 한국문인협회, 양평문인협회 회원이며 ‘테마수필’ 부회장이다. 전국 주부편지마을 회장, 수필사랑양평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수필사랑양평 동인이다. 개인 수필집 ‘아직도 새벽운무는 그 자리에 있을까’가 있고, 공저로 ‘거짓말’, ‘첫사랑’, ‘3도 화상’, ‘아리수 강가에서’ 1, 2, 3 외 다수가 있다.

김언홍 지음
면수 248쪽 |사이즈 150*223| ISBN 979-11-5634-132-1 |03810
| 값 13,000원 | 2016년 3월 19일 출간 | 문학 | 에세이 |

1. 꽃이 되고 바람이 되어

012 봄에 기대어
015 꽃이 되고 바람이 되어
019 해후
023 까마중
030 피아노
033 떡 한입
038 내 가슴에 옹이가 되어
041 기념일
045 거짓말
049 행복한 사람
051 장마
056 궁리
060 3급 건망증
063 황토방
067 그해 가을
071 빗소리

2. 덧없음에 대하여

078 촛대 꽃 내 친구
081 낚시와 떡밥
085 C레이션
088 지키고 싶은 것
092 못 말리는 여자
095 덧없음에 대하여
099 아름다운 킬러
103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106 개미
110 물밥
114 무말랭이
118 돌아가 그 세월 속에 다시 선다면
123 배꽃 향기

3. 잊는 연습

128 못난 손
131 사랑에 대하여
135 블랙아웃(black out)
139 내 사랑
142 어머니
145 명경대
149 고개를 낮추니
153 흑장미 사연
157 잉꼬 새 짝을 만나다
161 바이오 팬티
164 산다는 건
168 잊는 연습
171 중용(中庸)
175 후회하지 않으려
179 마지막 사랑
185 살어리랏다

4.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192 약속
194 어머니의 ‘말이다’
198 서약의 허와 실
201 아내가 쓰는 남편의 군 시절 이야기
206 우리 집 삼식님
211 내려갈 때 아름다운 사람
215 물지게
220 인형의 집
223 곳간
226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230 점 하나만 찍으면
233 비둘기 집
236 깡통치마저고리
239 눈물 단상
243 다시 쓰기

김언홍

서울 출생
문학저널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04년)
문학저널 소설부문 신인문학상 수상(2012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양평문인협회 회원
테마수필 부회장
전국 주부편지마을 회장 역임
수필사랑양평 회장 역임
현 수필사랑양평 동인

저서
수필집 『아직도 새벽운무는 그 자리에 있을까』
공저 『거짓말』, 『첫사랑』, 『3도 화상』, 『아리수 강가에서』 1, 2, 3 외 다수

우리 집 거실 창문을 열면 마주 바라보이는 드넓은 과수원에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과수원 자락은 온통 눈이 내려 쌓인 듯 하얀 꽃밭이다. 코끝에 날아와 앉는 배꽃 냄새에 어질어질 멀미가 난다.
내 어릴 적, 외할아버지댁 뒤뜰엔 커다란 배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배가 익어가는 가을이 오면 할아버지는 기다란 장대를 들고 나무 곁을 오락가락하였는데. 극성스런 까치 떼가 잘 익어 단내 나는 배만 찾아 부리로 구멍을 낸 뒤 쪼아 먹고는 달아나기 때문이었다. 단것을 좋아하시던 할아버지네 뒤뜰엔 커다란 단감나무도 몇 그루가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유독 이 배나무를 아끼셨다.
1950년에 일어났던 동족 간의 전쟁은 우리 민족의 가슴에 아물지 않은 상처를 남긴 채 휴전으로 끝나고 말았는데, 전쟁이 지나간 마을 여기저기엔 시체들이 뒹굴며 악취를 풍겼다. 외할아버지네 마을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어느 날 마을 이장의 주도하에 곳곳에 널려있는 시체를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외할아버지가 가족 대표로 그 일에 동원이 되었다.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를 적의 눈을 피해 위험이 덜한 야밤을 틈타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푸른 달빛이 실눈을 뜨고 내려다보는 창백한 밤에 시체를 치우는 작업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부엉이조차 울지 않던 그 밤, 시체를 둘러멘 사람들의 저벅대는 발걸음 소리만 정적을 흔들 뿐이었다. 무섬증에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지만, 할아버지 또한 그 일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며 열심히 시체를 날랐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을까, 먼동이 트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할아버지가 메고 가던 가마니 안에서 느닷없이 ‘여보세요’ 하는 쉰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 왔다. 시체가 말을 걸어오니 얼마나 놀랐을까. 할아버지는 그만 넋이 빠져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사람들은 말했다, 할아버지가 들은 것은 환청이었을 것이라고. 그 길로 병을 얻어 자리에 눕고만 할아버지는 영영 일어나 보지도 못 하시고 세상을 뜨셨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뒤뜰의 배나무에 배가 열리지를 않았다. 가을이면 그리도 실하게 배가 열리던 나무였는데. 이태를 두고 배가 열리지를 않자 이웃의 한 노인이 삼베를 잘라 나무에 걸어봐 주라고 하였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외할머니가 삼베를 잘라 나무에 걸어주니 다음 해부터 배가 다시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무도 저를 아끼던 주인의 죽음을 슬퍼했던 것일까?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라고 누군가 내게 말한다면 나는 반박할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세상엔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몇 해 후 전란으로 망가진 집을 수리하면서 배나무도 결국 베어지고 그 자리엔 우물이 들어앉게 되었다.
할아버지도 떠나고 배나무도 베어지고, 세월은 모든 것을 쓸어안고 흘러갔지만, 코끝에 맴도는 배꽃 향기가 나로 하여금 오래도록 할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 ‘배꽃 향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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