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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9 10:51
  • 조선의 꽃 열하일기
  • 조성원
  • 해드림출판사
  • 2016-03-30
  • 신국판
  • 979-11-5634-133-8
  • 18,000원

본문

조성원 작가가 연암의 ‘열하일기’를 에세이 영역 속으로 끌어들여, 좀 더 쉽게 흥미를 발산시키고 그의 사색을 호흡하며 감상과 해설을 쓰듯이 엮은 책. 연암과 저자, 독자들이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하듯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는 글
『열하일기』의 의미
진주를 얻으려다 다이아몬드를 발견하다 06

무대 조명 [舞臺照明]
1. 사행단의 구성 20 _2. 열하 무대조명·1 25_3. 열하 무대조명·2 29 _4. 『열하일기서』熱河日記序 38

도강록 [渡江錄]
5. 후삼경자後三庚子 46 _6. 압록강을 건너며·1 50 _7. 압록강을 건너며·2 55 _8. 자네 도를 아는가 63 _9. 망중한 구련성 노숙 70 _10. 치도곤을 먹이듯 엄포를 놓다 79 _11. 책문에서 하룻밤 84 _12. 봉황성에서·1 89 _13. 봉황성에서·2 94 _14. 통원보에서 6일 102 _15. 요동에 들어서며 111 _16. 구요동 땅 120 _17. 태자하를 건너서며 126

성경잡지 [盛京雜誌]
18. 심양에 들어서며 134 _19. 해찰 꾼 연암 선생 142 _20. 도강록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147 _21. 열하와 연행록 대조필·1 154_22. 열하와 연행록 대조필·2 159 _23. 심양고궁 166 _24. 7월 10일 밤 예속재에서 172_25. 상루필담 178 _26. 여행은 새로움이다 184 _27. 참외 장수에게 속임수를 당한 신민둔新民屯을 지나며 188 _28. 기상새설欺霜賽雪 197

일신수필 [馹迅隨筆]
29. 일신수필 서 206 _30. 실사구시 210 _31. 의무려산과 요택 215 _32. 북진 묘 관람기 222 _33. 아이와 귀뚜라미 228 _34. 송산 행산 명청 전투에도 조선의 설움이 232 _35. 영원성에서 239 _36. 7월 15일 부터 7월 18일 243 _37. 낙타로 보는 역사 253 _38. 증후소에서 261 _39. 의주 상인 266

관내정사 [關內程史]
40. 산해관에 닿을 때 274 _41. 장대, 돈대 그리고 오삼계 283 _42. 영평길 서학년의 집에서 288 _43. 윤순 탄핵 상소 295 _44. 백이숙제·1 303 _45. 백이숙제·2 314 _46. 고려포에서 320 _47. 호질 329 _48. 호질 고발장 그리고 판결 334 _49. 술을 낚는 연암 선생 341 _50. 영통교에 다다르며 348 _51. 연경의 잠자리 353 _52. 유정유일惟精惟一 359 _53. 유리창 그리고 전문대가 366 _54. 전문 대가에 ‘도일처’라는 곳 371

막북행정록 [漠北行程錄]
55. 열하 가는 길 380 _56. 생이별론 385 _57. 물벼락 맞은 날 밀운현에서 394 _58. 창대와의 재회 399 _59. 연암의 수작, 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 405 _60. 연암의 대표작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412 _61. 말을 믿고 말은 자기의 발굽을 믿으며 419

태학유관록 [太學留館錄]
62. 고달픈 사내들의 잠꼬대 428 _63. 황제 알현을 하려면 434 _64. 황제 알현 438 _65. 반선을 안 만나려 버티는 사신들 449 _66. 라마 불교로 본 동양사 455 _67. 달밤에 술 한 잔 홀연히 취하여 463 _68. 반선 친견 470 _69. 귀하신 몸, 화신이란 사람 475 _70. 황교문답에 대하여 483 _71. 자연과학으로의 초대 490 _72. 석별의 정을 나누며 496

환연도중록 [還燕道中錄]
73. 연경으로 돌아오는 길에 504 _74. 연경에 돌아온 날 511 _75. 북경에서 술꾼들과 더불어 517

연암의 자취소리
76. 열하탐구熱河探究·1 526 _77. 열하탐구熱河探究·2 533 _78. 열하 후유증·1 540 _79. 열하 후유증·2 545 _80. 여행 길잡이 그리고 가난 552 _81. 연암과 과거시험 560 _82. 진정한 친구의 의미 566 _83. 선비의 삶 571_84. 인생은 필연 577 _85. 관문에 들어서며·1 581 _86. 관문에 들어서며·2 590 _87. 이용후생 595 _88. 글쓰기 강좌 600 _89. 요술놀이 609 _90. 심양에서 연암은 왜 침묵을 했나 616 _91. 미처 못다 한 이야기 623 _92. 『열하일기』를 마치며 629 _93. 연암의 손자 박규수 641 _94. 열하일기가 갖는 의미에 대하여 650

Epilogue
연암과 나는 술꾼이다 654

참고문헌 · 660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한국수필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격월간 순수문예지 『그린에세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한다.

에세이집 『아내는 밥이다』(2013년 한국문화예술위 창작지원 도서), 『신라 천년의 자취소리』(2014년 세종도서) ,『고구려 9백 년의 자취소리』(이상 해드림출판사) 외 6권의 책이 있다.
문학저널 창작문학상과 소운문학상, 인산기행수필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13년 한국문화예술위 아르코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신라 천년의 자취소리』가 2014년 세종도서로 선정되었다.

7월 14일, 이날은 말복이다. 혹심한 더위를 피해 연암 박지원 일행은 새벽에 백기보(白旗堡)를 출발한다. 백기보를 출발해 이도정(二道井), 고가포(古家舖)를 거쳐 소흑산(小黑山)에서 숙박한다.
이도정과 소흑산 사이 십장자에서 연암은 백색의 삿자리로 만든 패루를 본다. 연산관에서 이미 본 바로 초상이 난 집을 직감한다. 유교에 말하는 관혼상제 중 하나가 아닌가. 지난번 통원보에서 혼례 행렬을 보았는데 이번엔 초상집이라, 당연 연암의 눈썰미가 치켜 선다. 웬만한 양반은 궁금할지라도 예서 말 일인데 연암은 불쑥 들어서 부의로 백지를 주고 상주와 절하고 음식 대접도 받고 문상을 한다. 그들은 혼례 때나 초상 때 상관없이 모두 악공들이 연주를 한다, 흑인들이 영가를 부르듯이.
이도정을 지난 연암 박지원 일행은 소흑산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초원이 넓게 펼쳐진 소흑산이니 자연 가축들이 많다. 그곳에서는 고기 값이 싸다는 소리다. 수나라 수 문제가 소주에서 북경에 이르는 운하건설을 생각해낸 것은 북의 목축산업과 남의 농경의 물자 교환 및 순환을 원활히 한다면 태평성대가 오리라 예견했기 때문이다. 수나라는 비록 운하건설과 고구려 침공의 과욕으로 망하였지만, 뒤를 이은 당나라는 그로 번창하여 정관의 치라는 별칭을 받기도 한다. 『열하일기』에 수육을 먹으러 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흑산은 평지에 작은 산이 있어 붙인 이름이다. 여염집이나 점포가 신민둔에 못지않게 번화하고, 푸른 초원에는 말, 나귀, 소, 양 수천 마리가 무리를 지어 있는 큰 고을이다. 하인들은 이곳에서 돼지를 삶아 먹는 관행이 있다고 하면서, 장복과 창대도 밤에 가서 먹고 오겠다고 한다.『열하일기』 성경잡지 7월 14일

그날 밤 연암 박지원은 여인들의 장신구 가게에 들어가 많은 사람 앞에서 다시 붓글씨 솜씨를 뽐내며 신민의 전당포에서 썼던 네 글자 '기상새설(欺霜賽雪)'을 다시 써 보인다. 전당포에서는 떨떠름해 했는데 과연 여기서는 어떠했을까. 연암은 저녁 달빛은 밝고 더위도 한결 물러갔다 싶을 무렵 혼자서 한 점포에 들어갔다. 가만 보니 탁자를 둘러싸고 네 사람이 앉아있고 그중 한 사람이 신추경상(新秋慶賞)이란 네 글자를 썼는데 솜씨가 매우 서툴러 겨우 글자 흉내 내는 정도였다. 속으로 연암은 쾌재를 불렀을 테다. 쓱 좌중을 살펴보고 연암은 단번에 '신추경상 '이라고 큼직하게 써보였다. 그러자 모두들 탁자 앞으로 뛰어와서 떠들썩하게 소리 지르며, "고려의 명필이다." "동이(東夷)의 글자 쓰는 게 우리와 같네." "글자 모양은 같아도 발음은 틀리다네." 하고 떠들어댔다. 좌중을 일시에 압도한 순간 연암은 슬그머니 일어선다. 이 또한 작전이다. 연암이 바라던 대로 여러 사람이 손을 잡고 만류하며 "수고스럽지만 좀 앉으십시오.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하며 난리가 났다. 연암이 이제 제대로 대접을 받으려는 그 상황 『열하일기』를 직접 읽어 본다.

내가 이름을 써 보여주니 모두 기뻐한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달갑지 않게 보더니, 내가 쓴 글씨를 보고 난 뒤에는 서둘러 차 한 사발을 내오고, 담배에 불을 붙여 권하며 태도가 확 달라졌다. 또 한 사람이 붉은 종이를 가지고 와서 글씨를 부탁하며, 친구들을 불러오는 바람에 사람들이 점점 불어났다. 내가 "붉은 종이는 글씨 쓰기가 좋지 않으니, 흰색을 다시 가져오시게." 하니, 금방 몇 장의 백지를 가지고 왔다. 나는 종이를 잘라서 구양수(歐陽修)의 취옹정기(醉翁亭記)와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에서 한 구절씩 따와, '翁之樂者山林也 客亦知夫水月乎(노인이 즐기는 것은 산과 숲이니, 손님도 저 물과 달을 아시는가)'라고 적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두 환호하면서 다투어 먹을 갈며, 분주하게 종이를 들고 왔다. 나는 종이를 펴는 대로 마치 재판문서 꾸미듯이 글씨를 척척 써 내려갔다.
한 사람이 "손님께서는 술을 마십니까? " 하고 묻기에, 내가 "말술인들 사양하겠소?" 하고 답하니 모두 크게 웃고 좋아한다. 즉시 술 한 단지를 들고와 연거푸 석 잔을 권한다. 나는 "주인은 왜 안마십니까?" 하니, 마실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나는 어제 전당포에서 '기상새설' 네 글자를 써 주었을 때 주인이 심드렁하게 나온 기억이 되살아나, 오늘 이 자리에서 어제의 수치를 설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에게 "점포에 걸 현판 글씨가 필요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점포 주인이 "아주 좋습니다."라고 한다.
드디어 '기상새설(欺霜賽雪)' 네 글자를 써 놓았더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모두 얼굴만 서로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것 참 이상한 일이다.' 라고 생각하며 "상관없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주인은 "우리 가게는 부인네들의 머리 장신구를 취급하는 곳이지, 밀가루를 취급하는 가게가 아닙니다."라고 한다. 나는 그제야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깨닫고, 어제의 일이 매우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도 알고 있지만, 그냥 시험 삼아 써보았습니다."라고 얼버무렸다.
이때, 전에 요동 시장에서 본 '계명부가(鷄鳴副珂)'란 황금빛 글씨가 생각이 나서 곧바로 '부가당(副珂堂)' 이라고 세 글자를 썼다. 여러 사람들이 환호하며 소리쳤다. 주인이 "무슨 뜻입니까?"라고 묻기에, 나는 "지금 그대의 점포는 부인들의 머리 장신구를 취급하고 있으니, 시경에 나오는 '비녀를 지르고 장식을 한다.'는 뜻의 부계육가(副笄六珂)라는 글귀에서 따온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주인은 "우리 가게를 이렇게 빛내 주셨으니 영광입니다. 무엇으로 그 은덕을 갚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한다. 다음 날 북진묘를 구경하기로 되어 있어서 일찍 돌아왔다. 일행에게 조금 전의 광경을 이야기했더니 포복절도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이후로 '기상새설'이란 간판을 만나면 모두 국수를 팔고 있었다. 주인의 심지가 고결하고 깨끗함을 말하려는 것
이 아니고, 국숫발이 서리보다 가늘고 눈보다 희다는 것을 자랑하려는 것이다. 가루에서 나오는 국숫발, 가루라는 것은 우리말에 이른바 진말(밀가루)이라는 것이다.
『열하일기』 성경잡지 7월 14일

읽은 그대로 수순은 그러했다. 점포에 들러 일단 그들 수준을 살펴보고 마음속에 든 글씨를 잘 써 보인다. 눈이 휘둥그레질 때 일어서는 척을 하면 못 가게 잡게 되고 그런 때 바로 인기몰이에 돌입하며 흥행에 성공을 거둔다. 공짜 술에 칭송도 받고 연암은 역시 다방면으로 유능하며 임기응변에 순간 포착이 실로 뛰어나다. 그러니까 기상새설이란 말은 우리 선조들이 즐겨 쓰던 글귀가 아니었으며 그만큼 교류가 뜸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연암 박지원도 그 내용을 잘 몰랐던 것이다. 곧이곧대로 뜻을 파악하는 것과 상징적인 의미를 찾아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는 이야기인데 한자 뜻풀이가 유행 좇아 달리 해석되어 벌어진 해프닝이 우습다. 요즘은 중국에 가면 내걸린 외래어 간판이 주목을 받는다. KFC 肯德基, 맥도날드 麦当劳, 롯데리아乐天利, 미스터피자 米斯特比萨, 스타벅스 星巴克. 중국어의 외래어 표현은 거의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다. 그래서 가끔 말도 안 되게 우스운 것들이 많다.
- ‘28. 기상새설欺霜賽雪’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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