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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9 13:05
  • 놈은 수컷이다
  • 김창애
  • 해드림출판사
  • 2016-09-13
  • 신국판
  • 979-11-5634-151-2
  • 13,000원

본문

[놈은 수컷이다]는 억압되고 눌려있던 저항의 감정이 그 임계점을 넘어 거대한 괴성을 지르며 폭발하는 소설이다. 끊임없이 접근하고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는 수컷의 본능을 그렸다.
소설은 내내 ‘억눌려’ 있다. 그래서 조금은 비굴하듯 살아가는 ‘놈과 태영 그 밖의 인물’들은 이에 반항을 시도하지만, 매번 무산되고 만다.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억압의 질서에 갇혀 결코 웃을 수 없는,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삶의 태양들이 시린 듯, 슬픈 듯 그려진다.

<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는 수컷의 본능>


두 번째 장편소설 [놈은 수컷이다]를 발표한 김창애 소설가는 사회와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정당화된 세상을 살아온 세대이다. 저자 세대는 ‘권위’를 내세운 폭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적잖았고, 피해자도 그 보호자도 폭력자의 ‘권위’ 아래 숨죽이거나 비굴하게 외면하여 왔다.
하지만 지금 시대도 여전히 폭력은 흔하다.
폭력에 대한 무뎌진 의식의 주체들이 리더가 된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 순간에도 권위로 위장된 폭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최고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도, 소위 성전이라는 곳에서도 다양한 폭력은 행해지며, 심지어 저항의식조차도 없는 유아들의 어린이집에서도 어이없이 폭력이 행해지는 현실을 우리는 매일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행위가 폭력인줄도 모르던 시대에서 자라온 세대에게 전이 받은 잠재적 폭력자들 또한 예외가 아니다. 아동 학대, 성적 학대, 가정 폭력, 갑질, 언어폭력,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학교 폭력 등등 ‘폭력’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드러나는 요즘이다. 오랜 세월 관습과 권위로 짓눌려진 그에 대한 저항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모양새다.

작은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놈은 수컷이다]에서 ‘놈’과 태영 그 밖의 인물들이 삶의 질곡을 벗어나고자 처절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탄탄하게 짜여 있다. 소설은 내내 ‘억눌려’ 있다. 그래서 조금은 비굴하듯 살아가는 ‘놈과 태영 그 밖의 인물’들은 이에 반항을 시도하지만 매번 무산되고 만다.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억압의 질서에 갇혀 결코 웃을 수 없는,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삶의 태양들이 시린 듯, 슬픈 듯 그려진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수컷의 본능'은 모든 것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폭력을 의미할 수도 있고, 그 폭력에 굴하지 않으려는 저항일 수도 있고, 미시적으로는 끊임없이 발기되는 수컷의 성적 본능일 수도 있다.


< 손거스러미 같은 저자 기억 하나>

[놈은 수컷이다]의 소설가에게도 과거에 목격한 폭력 하나가 거스러미처럼 일어나 있다.
저자는 학창시절 무식한 선생님을 만났다. 스승을 향해 무식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무식하다고 할지모르지만 그럼에도 그 표현 외에 저자는 딱히 당시 상황에 어울리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한다.
교사가 제자를 그처럼 무지막지하게 때릴 수 있다는 게 저자는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체육시간, 그날 남학생들은 선생님과 피구를 하고 있었으며, 여학생들은 화단에 앉아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사제지간을 뛰어 넘을 만큼 경기 분위기가 과열되었던 듯싶었다. 평상시 같았으면 제자가 스승에게 해서는 안 될 멘트를 했다는 것만 저자는 기억한다. 그 한마디로 경기는 중단되었고, 야구 배트와 같은 몽둥이가 선생님 손에 쥐어졌다.
한 대, 두 대, 세 대... 열 대..스물...
학생들은 더 이상 숫자를 세지 않았다. 덩치가 우람했던 아이가 흙먼지 자욱한 운동장에 꼬꾸라졌다. 친구들은 그 아이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한동안 아이는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누구도 선생님의 그 행위에 항의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 그 부모조차도 자식의 잘못을 받아들이며 선생님을 용서했다. 모두가 비겁했지만 그때는 그게 비겁한 줄조차 몰랐던 시대이다.

잔혹하게 드러난 폭력, 모욕적으로 표현된 언어폭력마저도 그것을 정당화하고 합리화가 되는 세대에서, 저항할 수 없었던 정신적인 폭력의 상처는 누구도 치유해주지 못하였다,
저자는 그런 세대를 살았다. 폭력이 죄가 아닌, 훈육의 한 방법으로 세뇌되어 버린 시대를 살아온 저자는 작금의 상황들 앞에서 잠시 길을 잃고 허둥댔다. 오늘도 저자는 자신의 의지로 저항할 수도, 숨을 수도 없는 대상들의 훈육 앞에 맞닥뜨려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자 자신의 어쭙잖은 훈육이 피보호자들에게는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앞서도 잠시 언급하였지만 사회 전반에서 폭력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회자된다. 막혀있던 봇물이 한꺼번에 터져 밀려 나오는 현상은 아닐까. 유교적 관습에 의해 억압되고 눌려있던 저항의 감정이 그 임계점을 넘어 거대한 괴성을 지르며 폭발하고 있는지 모른다.
성폭력으로 범의 심판대에 올라 고개를 숙인 남자들의 초라함도, 물리적 폭력에 의해 생명이 스러져간 사건을 대하면서도 저자는 여전히 답답하고 억눌려 있다. 소유해보지 못한 권리, 표출되지 못하는 자아가 스멀스멀 가슴을 타고 울화처럼 엉기어 온다. 또는 그들의 의도하지 않는 폭력에 의한 상처로 저자는 죽을 만큼 아프다.
언젠가는 그 얘기들을 해 보고 싶었던 것이 [놈은 수컷이다]라는 소설이다.

프롤로그 _04

Part 01. _10

Part 02. _57

Part 03. _109

Part 04._ 186

김창애

•여수 출생
•2002년 KB국민카드 사이버 문학상 동상수상
•2004년 시사문단 소설 ‘안개늪’으로 신인상 등단
•한국 농어촌 여성 문학회 총무 역임
•테마수필 동인

저서
•소설 『녀석, 바다에 가다』
•수필 『에덴을 꿈꾸다』

물론 새삼스레 놀랄 말은 아니다. 그동안 놈의 의중을 짐작하면서도 태영은 모르는 척했다. 태영은 짐짓 화가 난다는 듯 마지막 남은 소주를 잔에 부어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그 소주잔을 방바닥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말을 하지 않고 쏘아보는 태영의 눈빛을 의식한 듯 놈은 실실 웃었다. 그 면상을 향해 태영이 주먹을 한 대 날렸지만, 놈은 얼른 고개를 돌려 피했다. 이미 태영이 주먹질로 자신을 공격할 거라는 것을 짐작했다는 듯이.
“니 동생 이제 누가 거들떠도 안 봐. 미친년을 누가 좋아하겄냐?”
태영은 놈이 많이 교활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놈은 히죽거렸다. 그 웃음의 의미를 태영은 알고 있었다. 놈이 혜영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은 놈을 재회하던 그날부터 알고 있었다. 어쩌면 놈이 태영에게 호의적인 것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자면 혜영에 대한 놈의 음흉한 흑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태영은 은근히 놈의 흑심을 이용해 놈에게 갑의 우월감을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대놓고 그 흑심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내보이는 것에 대해, 또는 놈이 언감생심 감히 그런 마음을 품는 것조차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는 것을 태영은 놈에게 표현해야 했다. 그 허무한 표현이 어쩌면 태영이라는 인간에게 마지막 남아 있는 자존심 같은 건지도 모른다.
놈의 표현대로 혜영은 미친년이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평상시에 혜영을 잊고 사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 직접 혜영의 근황이나 상처를 건드리면 태영은 명치끝이 아려오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 통증은 하루가 지나야 겨우 멈출 만큼 긴 시간 동안 그에게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때도 되었다고 스스로를 다잡곤 했지만, 그것이 또 쉽지 않았다.
놈은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얘기할 뿐이다. 그러니 놈이 혜영을 향해 품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오빠인 태영에게 표현한다 해도 그건 놈의 자유다. 태영이 놈의 감정이나 마음의 생각마저 참견할 아무런 명분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다. 최소한 혜영은 놈이 집적거릴 상대는 아니다. 태영은 철석같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 최소한 태영에게 있어서 그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다.

-소설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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