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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19 13:43
  • 지나온 길은 모두 아름답다
  • 연규자
  • 해드림출판사
  • 2016년 12월 10일
  • 신국판
  • 979-11-5634-167-3
  • 12,000원

본문

수필가의 눈이 놀란 만큼 독자의 가슴은 감동한다!

어디서부터였을까, 안개처럼 일어난 불안감이 생각의 맨 앞줄에 서서 다른 모든 감각을 밍밍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러고 보니 자주 매사 이런 상태를 경험한다. 사람을 대하며, 일을 하며, 다가올 날들을 그려보며……


거짓말처럼. 누군가 임계를 넘었다.

이 한계를 넘어버리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

버스는 출발했다. 그녀의 머릿속이 바쁘다. 직접적으로 이일의 원인을 제공한 처음 행위는 누구에게서 왔는가. 누군가는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니, 각자 자신이 보거나 생각한 것을 정말 사실이라 굳게 믿는 것일까. 그녀는 무엇을 보았는가.
그녀가 본 것은 전부 사실인가.
그녀가 혼란스러운 것은 당당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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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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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누군가 임계를 넘었다. 이 한계를 넘어버리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
버스 안은 고요한 침묵에 잠긴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을 만지며, 창밖을 보며, 일정하게 흔들리며, 평상시처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기어이 이 일의 끝(진실이 아니다)을 알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머리말 4


1
마음

사람 꽃 10
믿고 받드는 일에 대해 14
기억의 계단 19
교동도를 걷다 25
두려움은 누구의 얼굴인가 31
저울 37
리즈시절 43
구일이 50


2


메타노이아 58
봄의 주인 67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77
행복을 찾아서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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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월호’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90
청림靑森을 기웃거리다 107
갯골길과 이웃한 마을이야기 122
엄마의 걸음 155


4
시선

짧은 소설 거짓말 166
에필로그 173

연규자

한국문인협회원
소래문학회원
시집 『그렇게 말해줘 고마워요』
산문집 『민들레 낱꽃』

포동浦洞 새우개마을
얼마 전 포동 새우개 마을회관을 찾았다. 동네 사랑방 분위기인 그곳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포동새우개마을 도당제 워크숍’ 현수막이 윗목에 붙어 있다. 하지만 방안 풍경은 ‘워크숍’ 이 주는 문구와 다른 분위기다.
현수막 아래 상을 여러 개 놓아 발제자 자리를 만들었고 나머지 디귿자 벽으로 동네 노인들과 관계자 여럿이 둘러앉았다. 할머니가 데려온 어린 손자는 사람이 많아 신이 나는지 앞에서 연신 재롱을 부린다. 주고받는 얘기에 아랑곳없이 방안으로 들어온 파리를 잡느라 여념이 없는 노인은, 이른 가을 손님맞이를 위해 방에 불을 넣은 마음과 이어져 정겨웠다.
지역의 한 사회단체가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진행한 이 자리는 한때 어업의 발달로 흥성했던 새우개마을을 오늘의 시점에서 조명하고자 마련되었다.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포동의 중심 마을 새우개는 1960년대까지 배가 드나들었던 포구였다. 당시 어업활동은 주로 조기잡이였는데 한창일 때는 황해도 연평도까지 조업을 나갔다고 한다. 포동새우개 일대가 조기잡이 어업과 염업으로 풍요했던 경제사정은 ‘소래 면장을 하느니 포동구장(이장)을 하겠다.’는 말이 나돌았던 점으로도 짐작 가능하다.
마을 중앙에 자리한 당집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과 7월 초 날을 정해 주민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제를 지냈으며, 서편마을과 동편마을을 지키는 장승 앞에서 장승놀이를 했다. 마을의 규모가 한창 커지며 번성하던 시절, 도당제는 주민공동체와 함께 숨 쉬는 놀이와 축제의 장이었다. 며칠에 걸쳐 치러지는 마을의 커다란 잔치였던 당제와 장승놀이를 기억하는 주민 수는 세월에 따라 점차 줄어들고 있다.
도당제는 어업과 염업의 쇠퇴, 그리고 생활양식 변화로 점차 위축되었다. 그동안 뜻있는 원주민들은 새우개도당제를 되살려보고자 꾸준히 노력하였다. 유교적 제례와 무속 굿이 섞여있어 학자들의 주목을 받던 새우개 도당제는 2006년까지 이어지다 중단되었다. 마을을 떠난 사람이나 인근의 공장들에 당제를 치르기 위한 비용을 추렴하는데, 대부분이 선뜻 동참하였다는 통장의 설명은 새겨볼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 통장, 현 통장, 부녀회장, 시청 향토사료실 상임위원과 주민 등이 모여 나눈 간담회는 시대의 변화를 읽으며 현실에 맞게 마을축제 형식의 도당제를 고민해보자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지난 8월에는 시흥시청 대강당에서 ‘새우개마을 민속극’ 공연이 있었다. 서도소리보존회 시흥지부가 주최한 공연의 일부에 새우개 노인회원이 출연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노인정에서 무대 위의 몸동작을 배우며 쏟아내던 함박웃음이 떠올라 지금도 미소가 번진다. 배치기 노래가사 중, ‘연평바다 널린 조기 / 양주만 남기고 다 잡아 들여라’하는 구절이 있다. ‘양주’는 바깥주인과 안주인을 말하는, 즉 부부夫婦를 이르는 말로 생명의 원천인 어미를 보호하는 뜻이 담겨있다. 눈앞의 이익만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던 선조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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