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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20 10:07
  • 그리우니까 살 수 있다
  • 곽병희
  • 시/산문
  • 2017년 12월 5일
  • 변형신국판
  • 979-11-5634-239-7
  • 12,000원

본문


 

                 출판사 서평

《기온이 내려가 웅크리고 외출한 날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달고나를 팔고 있는 나이 든 여인을 보았습니다. 어느 날부터 길에서 물건을 파는 그늘 진 얼굴의 나이 든 사람들이 더욱 눈에 들어옵니다. 라면 박스에 굵은 펜으로 정성 들여 쓴 삐뚤어진 ‘달고나’ 세 글자가 바람이 아니래도 눈이 시렸습니다. 바람과 햇빛을 피해 재료를 가리느라 펼친 까만 우산은, 절대로 보이지 않으리라 하던 고단한 속내를 무심결에 드러낸 거 같아 차마 더 바라보기가 미안했습니다. 장사라기보다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세상과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지켜 내는 방법일는지도, 처음에는 손님을 기다려 보다 나중에는 어쩌면 달콤했던 어느 순간의 꿈과 기억을, 눈이 짓무르도록 그리운 누군가를 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 펴내는 글 ‘그리움이 담긴 차 향기’ 중에서》

당신은 그리움이 있는가?
곽병희 저자의 [그리우니까 살 수 있다]가 출간됐다. 저자의 시간과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시/산문집이다. 더하거나 빼는 것 없이 인생의 순간들을 느낌 그대로 담아냈다. 느낀 점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시와 에세이의 장르 특성 덕분에 책은 시간과 인생을 말하면서도 기분 좋게 가볍다. 첫 번째 부분은 시다. ‘라벤더 꽃 뒤로 기차가 지나간다’, ‘편지 쓰는 날’, ‘자전거를 멈추고’, ‘우체통 옆에 두고 온 우산’까지 4개의 분류 속에 총 38개의 시가 담겨있다. 끊임없는 인생에 대한 물음과 그에 대한 답변을 정제된 시어 속에 솔직하게 써 내렸다. 특히 반짝거리는 추억의 아름다움 그리고 완벽하게 대비되는 인생 뒷길의 고독감을 인상 깊게 표현했다. 이런 표현들은 에세이에서도 이어지는데, ‘사루비아 꽃그늘’, ‘머물지 않은 것처럼’, ‘인디안 썸머 한 잔을 마신다’까지 3개의 분류 속, 총 22개의 수필 속에서 잘 나타난다. 부모님, 유년의 추억, 베를린 공항 등의 소재로 쓴 수필은 시와 마찬가지로 가볍지만 잔잔한 감동이 묵직한 여운으로 남는다. 특히 부모님에 관한 수필은 ‘누군가의 자식’인 모두에게 큰 공감과 감동이며, 유년의 추억에 관한 수필은 ‘겪은 이’에게는 즐거운 회상을 ‘못 겪은 이’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을 전해준다.

[그리우니까 살 수 있다]란 제목과 같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그리움’이다. 그리움에는 힘이 있다. 사람의 가슴을 아리게 하며 긍정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사람을 살게 한다. 누군가는 ‘추억에 얽매인 사람은 미래가 없다.’라고 얘기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사람은 추억을 먹으며 사는 동물이다.’는 것과 같이 상반된 주장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당신은 그리움이 있는가?
그리움을 그리워하고 있는가?

차례

펴내는 글·그리움이 담긴 차 향기 ‥ 4



라벤다 꽃 뒤로 기차가 지나간다

허수아비 ‥ 18
예순 살 ‥ 19
나이를 먹는다는 것 ‥ 20
사랑합니다 ‥ 22
겨울잠 ‥ 24
가을 하늘 ‥ 25
상처 ‥ 26
마음 ‥ 27
꽃이어라 ‥ 28


편지 쓰는 날

아코디언 랩소디 ‥ 32
체념 ‥ 33
세월이 간다 ‥ 34
관계 ‥ 36
빛바랜 기억 ‥ 38
그대 ‥ 39
정선 5일 장터에서 ‥ 40
삶 ‥ 42
어머니 ‥ 43
단풍잎 ‥ 44


자전거를 멈추고

모닝커피 ‥ 48
내 이름은 무명씨 ‥ 49
타인 ‥ 50
빈 배 ‥ 51
잠 못 드는 밤 ‥ 52
뒷모습 ‥ 54
슬픔 ‥ 56
용서 ‥ 57
봄날 점심 ‥ 58


우체통 옆에 두고 온 우산

달님 ‥ 64
연민 ‥ 65
젊은 그대에게 ‥ 66
여인 ‥ 67
엄마 ‥ 68
기도 ‥ 69
가을비 오는 날 ‥ 70
병원에서 ‥ 73
글 자국 ‥ 74
흔적 ‥ 75



에세이

사루비아 꽃그늘

매운탕의 추억 ‥ 78
그리우니까 살 수 있다 ‥ 85
엄마의 지갑 ‥ 89
서러운 이름 ‘엄마’ ‥ 93
‘네’ 아버지 ‥ 99
우리 아버지의 갱년기 ‥ 102
빨간 스웨터 ‥ 108
아버지가 주신 힘 ‥ 113
엄마, 미안해요 ‥ 122
냄새의 추억 ‥ 125
울 엄마의 쌍꺼풀 ‥ 128


머물지 않은 것처럼

집 밥 ‥ 136
아이라인 그리는 여자 ‥ 139
질긴 정이 그립다 ‥ 143
비 오는 새벽 엘리베이터에서 ‥ 146
산사에서 ‥ 164


인디안 썸머 한 잔을 마신다

테겔 공항의 가족 ‥ 172
어느 무덥던 날 ‥ 177
이국의 온정 ‥ 181
아름다운 관계 ‥ 184
베를린 역의 모정 ‥ 188
백발의 청춘 ‥ 192

저자소개

곽병희

충남 여고 졸업
충남 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경기도에서 중학교 교사 역임
에세이스트

시월 이른 아침 카페 첫 손님으로
노상 의자에 앉아 차가움을 느끼며 마시는
커피의 첫 모금은
간밤의 잠 못 들고 되뇌이며 곱씹던
모든 번민과 허허로움을 차분하게 밀어내고
평정을 찾게 하는 냉정함이 있다
멈춘 오열이 품은 시려움

스치는 바람에 상념이 흩어지고
쓰디쓴 맛 인내로
비로소 씻겨 내려간 어둠의 흔적
빛바래 놓아 버린 가을 잎이 떨어지고
분주해지는 사람들 물결과 소음
기어이 살아 낸 첫 숨결 같은
편안함을 마신다.

_시 ‘모닝커피’ 전문




나는 어려서 입이 짧아 잘 먹지 않아서 사 남매 중에 혼자 비쩍 말라 딱히 아픈데 없이 약골이었으니, 부모님 속을 어지간히 태우게 했다. 소고기 장조림을 해서 고기 쪽쪽 찢어 간장 국물에 고두밥을 비벼 주면 그것은 잘 받아먹었다고 했다. 그러던 내가 생선 비린 맛에 맛 들여 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낚시 덕분이었던 것 같다.

시골에 살 때 언제 동네에 저수지가 생겼는지, 아버지가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거나 동네 둠벙 또는 냇가에서 미꾸라지나 크고 작은 붕어들을 잡아 오시면, 나는 우물가에 쪼그리고 앉아 아버지가 생선 다듬으시는 것을 다 지켜보았다. 시장에서 생선을 사다 반찬 만드는 거야 당연히 엄마 몫이었지만, 아버지가 잡아 오시는 민물고기는 아버지가 직접 다듬어서 색 바랜 누리끼리한 양은 냄비에 담아 엄마에게 주셨다. 어쩌면 아버지는 그것마저도 즐거워하신 것 같다. 커다란 양동이에 미꾸라지들을 넣고 소금을 뿌리면, 미끈거리는 진이 빠지며 부글부글 올라오는 거품 속에서 미꾸라지들이 튀어 오르며 버둥거리는 것도 나는 지켜보았고, 붕어들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가려내실 때는 비린내를 맡으면서도 꼭 붙어 앉아 끝날 때까지 구경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붕어의 비늘을 긁어내시며 “이건 아가미, 부레, 지느러미다.” 하고 설명해 주셨고, 생각해보면 어린 게 어찌 그리 딱 붙어 앉아 다 지켜보았는지. 아마도 호기심과 더불어 기다릴 수 없는 그 맛 때문에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_에세이 ‘매운탕의 추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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