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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20 13:35
  • 문풍지의 노래
  • 이정희
  • 언저리 에세이, 유머와 위트
  • 2018년 05월 29일
  • 신국판
  • 979-11-5634-286-1
  • 13,000원

본문

2002년 첫 시집 출간을 기점으로 5권의 시집을 내었다. 그간 문학 활동을 꾸준히 해 왔고 작품 활동도 부지런히 해 왔기에, 어느 정도 나무와 꽃, 씨앗처럼 문학인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글을 쓰고 있다. 이번에 내는 「문풍지의 노래」는 ‘언저리 에세이’다. 해학과 유머가 곳곳에 깔려 있어 순수 에세이라고 말하긴 뭣해서 ‘언저리’ 단어를 살짝 덧붙인 것이다. 나의 성격이 밝고 활달해서이기도 하지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 4


1부 : 봉숭아 꽃대
산타클로스의 선물 - 12
봉숭아 꽃대 - 18
누룽지 - 24
달을 따라서 - 27
먹을 줄 아는데 - 30
튀밥과 커피 - 36
옥수수 식빵 - 40
우산 - 43
조기와 현충일 - 47
명품 몸빼 - 55
그리운 홍도 - 59
고위층을 접수하라 - 62
밤 한 톨 - 66
인기와 안개 - 70
끝없는 열정 - 74
잊히지 않는 그대 - 79



2부 : 문풍지의 노래
달빛 소나타 - 86
멍석을 깔라니까 - 88
문풍지의 노래 - 91
담장 위의 부침개 - 94
바람의 승천 - 98
장날에 만납시더 - 101
품앗이 - 105
새참과 고수레 - 108
자치기, 그럼 때려 봐 - 113
누룽지, 누룽지야 - 117
넝마주이를 따르라 - 121
장마와 참게 - 124
밸 밸 꼬아 가는 길 - 128
이엉으로 엮어 가는 情 - 132
갈비야, 솔가리야 - 138
볼링과 구슬치기 - 142
고구마 빼때기 - 146
원더우먼 보자기 - 151
딱지,
속 터지는 겨울 이야기 - 154



3부 : 싸라, 싸라니까요
도토리 아지매 - 159
싸라, 싸라니까요 - 164
적반하장 - 171
잘 맞은 자에게 길이 있나니 - 175
발발 기게 될 것이다 - 183
이것들이 어쩌자고 - 188
알아도 모르는 척 - 193
잠과 침묵 - 197
정리정돈 - 203
피워, 맘대로 피워 - 208



4부 : 요것 봐라
파리약,
그 카오스의 세계 - 215
고양이의 가출 - 221
비행(飛行) 소녀 - 227
요것 봐라 - 231
임신 - 235
거머리 - 242
화려한 등교의
빛나는 쪽팔림 - 248
어떤 거래 - 255
족집게 도사의 비밀 - 262
신(神)들의 전쟁 - 269
튜브 공주의 노래 - 274
주문(呪文) - 279
우편배달부의 노래 - 283
엄마의 이름 - 288
나 잡아 봐라 - 292
길파라치 - 297
꿀 먹은 벙어리 - 302
까마귀 - 306
산중수도승(山中修圖勝)의
파계(琶溪) 이야기 - 309
쌍 바윗골의 비명 - 317
문풍지의

 

                

저자소개

호 : 溫鄕, 시인
・계간 「한국작가」로 등단(시 부문) - 2005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종로문협 이사
・「산성문학」 편집국장

| 수상
・제9회 경기 신인문학상 수상(시)
・성남여성 기・예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시)
・경기지방공사 수필공모전 우수상 수상
・노동문화예술제 문학부문 우수상(시)
・경기여성 기・예경진대회 우수상 수상(시)
・성남예총 문화예술 공로 표창장 수상

| 저서
・시집 :「 자색목도리」,「 꽃으로 살라시면」
「 나이테」,「 달빛 소나타」
・사투리 시・산문집 : 「도시 지렁이의 노래」
・에세이집 : 「문풍지의 노래」

달을 따라서

초승달이 앙큼한 눈짓으로 유혹하는 밤이 되면 나는 무슨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무작정 운동장에 나간다. 가로등 불빛이 나무 사이로 살짝 비취는 운동장, 그 운동장은 나의 밤으로 가는 사색의 마당으로 군말 없이 잠깐 자리를 내어준다.
아파트 숲을 사방 담장으로 삼은 초등학교 운동장은, 장미마을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덩굴장미로 계절의 여왕 왕관을 탐스럽게 쓰고 담장을 빙 둘러서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내는데, 그 향기로 가득 찬 밤공기는 별들의 끙끙거리며 반짝이는 속에서 맑아 있다.
아카시 말간 꽃가지, 라일락 그 은은한 향기도 장미의 무리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간간이 부는 바람결에 고독을 날려보는 문풍지의 데, 그 고독의 향기는 초승달 눈곱만큼만 느껴진다.
바쁠 것 없는 걸음걸이는 달 걸음에 맞추어 정사각형 운동장 맨 끝 가장자리를 돈다. 밤 풍경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또래들과 농구 골대 앞에서 오로지 공놀이로 팔짝거리는 아이들, 아직 귀여움이 묻어나는 어린 꼬마들은 그네뛰기로 작은 마음을 허공에 담아서 달에게 나아가는데, 어른들의 시끄러운 이야기로 동심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이런저런 모습들, 밤은 차별 없이 그들을 있는 그대로 다 포용한다.
초승달 짧은 밤 나들이가 그렇게 지나간다. 훤한 보름달이 뜨면 동녘이 밝다. 작은 별은 부끄러워 나들이를 못 하고 간이 큰 별은 홀로 빛을 내어 달빛에 반항을 해 보지만 보름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큰 미소로 그들의 빛을 깡그리 덮어버린다.
달무리 그 화려한 축제, 밤하늘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삼삼오오 관객들의 달돌이가 시작된다. 구름 따라 뛰는 사람들이 있고, 달그림자를 밟으면서 천천히 걸으며 낮에 있었던 속상한 이야기를 큰 소리로 떠들어 속을 떨어내는 여자들이 있는가 하면, 멍하니 앉아서 담배만 피워대는 아저씨도 보인다. 달을 맞이하는 모습이 다른 것은 그 달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리라.
나는 홀로 걷는다. 생각의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서이다. 아무 소리를 담지 않고 오직 마음의 소리를 담기 위해서이다. 저 달이 품고 있는 마음을 담기 위해서 가슴을 열어본다. 내 숨소리가 달에게 전달되었을까? 달무리의 문이 한쪽으로 살짝 열린다. 그 문속으로 빠르게 내닫는 내 의식은 그리움과 함께 빨려 들어간다.
비로소 달이 입을 연다. 맨 먼저 바람이 달려오니 구름도 몰려온다. 휘영청 밝은 달은 나의 그리움에 묻은 그윽한 이야기를 바람 구름에게 전해준다. 그들은 쏜살같이 이야기를 싣고 어디론가 달려간다. 내 걸음은 내가 걷는 것이 아니라 달이 걷는 것이다. 나는 그 달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가로등 불빛은 나무에 걸려서 한가롭다. 구름은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지 꼬리를 물면서 바람과 희희낙락거리고 달무리는 아직도 찬란한 빛으로 넋을 놓고 있다. 환상 속에 빠진 하늘이다. 보름달, 그 넉넉한 가슴에 마음을 담은 하늘은 그래서 더욱 정겹다. 그러나 즐거운 것은, 행복한 것은 그런 하늘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을 곱새기며 그윽한 향의 전파를 받으며 걷는 것이리라.
달이 황홀하게 빛나는 밤에 새겨진 생각은 별이 되고, 감동의 전파는 빛이 되어 가슴에 평온함으로 새롭게 자리 잡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걸음이 얼마나 달콤하겠는가? 달을 따라 걷는 사람은 그리움을 담아 함께 걷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즐겁고 발걸음도 가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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