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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20 13:39
  • 오늘이 그런 날이다
  • 김혜경
  • 애틀란타에서 쓴 에세이
  • 2018년 06월 20일
  • 신국판
  • 979-11-5634-285-4
  • 13,000원

본문

사람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 생각을 해 보기도 전에 운명처럼 내 삶 속으로 타박타박 걸어 들어온 것이 있었다. '노인 거주공동체'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누군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있다는 게 행복해서 코끝이 시큰했다.
글을 썼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면 모든 시름이 사라졌다. 내 삶속에서 소소한 행복감이 잔잔한 물결처럼 밀려왔다. 배운 적이 없는 글쓰기로 부족한 실력을 탓하면서도, 완벽한 글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글을 쓰는 게 그냥 좋다.

들어가는 글_ 내 인생 드라마의 반전 04


1부 혼자만의 시간

할머니 졸업생의 편지 18
나무는 고요 하고자 하나 바람은 멎지 아니하고 22
살아갈 하루가 아직 내 앞에 26
귀신은 바다를 못 건넌다 30
먼 하늘에 나타나는 무지개처럼 34
세상사 모든 일 마음먹기 나름 38
진정한 친구란 42
코드 레드(Code Red) 46
주홍글씨 50
편지 한 장의 미학 54
혼자만의 시간 58
필요할 때 찾아오세요 62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 66
떠나고 나서야 그리워지는 것 70
족집게 여사의 평범한 하루 74


2부 그들이 남긴 자리

낡은 금반지 80
행복하게 사는 비결 84
관계 정리의 미학 88
엄마의 뒷심 92
침묵의 의미 96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100
순간순간마다 새로 시작하듯 104
게으름을 위한 변명 108
사랑의 역주행 112
아날로그적 삶을 그리며 116
한 잔의 차와 아침 사이 120
단 한 번 만나는 인연 124
제2의 인생 128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132
그들이 남긴 자리 136


3부 처음부터 그러하였듯이

버팀목 142
평범한 삶이 주는 선물 146
고독을 즐기는 이유 150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154
낯선 어둠 속에서 158
사는 동안 줄 수 있는 것 162
여름과 이별하기 166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170
추락이 날 주저앉게 하기 전에 174
삶이 저물 무렵 178
내 마음의 문턱 182
나는 어떤 친구일까 186
생각의 고리 190
처음부터 그러하였듯이 194
길 위에 떨어진 단풍잎 한 장처럼 198


4부 생각을 바꾸는 일

공짜에 대하여 204
흔들의자에 앉아 보기 208
모래알을 품은 조개처럼 212
생각을 바꾸는 일 216
겨울 숲을 바라보다 220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224
내 인생의 미래를 함께 갈 친구 228
공존의 법칙 232
일상을 벗어난 또 다른 일상 속에서 236
위로의 메커니즘 240
삶의 길목에서 어둠을 만날 때 244
시절 인연 248
돌고 도는 285번 순환도로 252
만 불짜리 수표 석 장 256
동백 아가씨 260

김혜경(金惠京)
1955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나 한강을 바라보며 자랐다.
간호학을 전공한 후, 1981년 첫사랑 남편과 함께 도미했다. 남편 덕분에 소비가 미덕인 삶을 즐기며 한동안 착한 여자(?)의 행복을 누리며 살았으나, 1999년 겨울 갑작스러운 유방암 선고로 삶의 바닥에 주저앉고서야 자신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았다. 암 투병하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에 인문학을 만났고, 그 후 삶의 방향을 ʻ착함ʼ에서 ʻ자유로움ʼ으로 바꾸었다.
지금은 가장 나답게 사는 것, 더 얻으려 하기 전에 비우고 깨닫는 것에 삶의 초점을 맞춘다. 자신을 ʻ행동파 낙관주의자ʼ라고 부르며, 내게 가진 모든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동원해서 오늘을 산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글쓰기 외에 명상과 걷기, 베이스 기타 연주와 태극권을 즐긴다. 가족으로는 다니엘과 크리스티 그리고 영원한 반려자인 남편 성준이 있다. 간호사를 했던 경력 덕분에 2004년부터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에서 양로원 ʻ아도니스ʼ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멀리서 들리던 새벽길 차 소리가 잦아들었다.
빛바랜 나뭇가지 사이로 볕뉘가 고개를 내미는 아침, 식구들의 북적임이 사라진 집안이 썰렁하다. 심심해진 마음은 밖을 향하지만,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커피잔을 들고 창문 가로 바투 다가선다.
앙상한 나무 밑 낙엽 더미 위에서 겨울 채비를 하는 다람쥐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빈 뜰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우두커니 서 있는 겨울나무처럼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 젊은 날엔 결코 생각할 수 없던 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한가함을 당당히 즐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직업적 제약에 지배당하지 않는, 정해진 원칙 없이 내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지금. 삶의 무게를 던져버린 것처럼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내 나이 삼십 대 초반 즈음, 엄마에게 “사는 게 어쩌면 이렇게 행복할까. 엄마도 내 나이엔 이랬어요?”라고 여쭤본 적이 있다. 그때 엄마는 “너 사십이 되고 오십이 되면 더 좋다. 살면 살수록 더 좋은 게 인생이야.”라고 대답하셨다.
돌이켜 보면, 삼십 대에 내가 ‘행복’이라 생각한 것은 오로지 ‘물질적 풍요’가 아니었을까. 남보다 조금 더 넓은 집, 유명 브랜드의 큰 차와 사업의 번창에서 오는 성취감, 사다리를 타고 오르듯 살면 십 년 후, 이십 년 후 언제까지라도 행복할 거라는 믿음은 아마도 ‘치기’였으리라.
꿈을 이루려 나를 담금질하고, 목표를 위해 위만 보고 달리던 젊은 시절의 삶이 수직적이라면, 평범한 일상에서 여유를 즐기는 지금은 수평적 삶이라 할 수 있겠다.
어느 날 사는 일에서 숨을 고르는 여유가 생겼을 때 내 삶이 건조하다고 생각했었다. 갑자기 단조로워진 일상이 오히려 무의미한 삶처럼 느껴져서 스스로 부끄러웠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어떤 위로도 세상을 통해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의미 없는 어울림은 되레 외로움만 더 크게 만들 뿐이라는 것도 알겠다.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서 얻는 것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수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친구들과 함께 지리산 어디쯤 있는 황토방에서 밤을 지낸 적이 있었다. 시차 적응을 하지 못했던 나는 혼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캄캄한 밤, 난생처음 들어본 한밤중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별들로 휘덮인 먹빛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다음 나이 들어 은퇴하면 지리산 자락에 집을 짓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했었다. 나이든 지금 나는 지리산 자락은커녕 숲도 개울도 없는 동네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집 가까운 공원 숲 사이 산책로를 걷고, 구름 좋은 날 저녁엔 공원 옆 덤으로 붙은 호숫가에서 노을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라도 자연과 만나는 일이 내 삶의 특별한 행복이다.

‘살아갈 하루가 아직 내 앞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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