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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2-20 13:45
  • 서리꽃 피고 꽃 지고
  • 변경섭
  • 자작나무 숲에서 쓴 에세이
  • 2018년 07월 16일
  • 신국판
  • 979-11-5634-293-9
  • 13,000원

본문

평창군 방림면 대미 자작나무골로 이사 온 지 벌써 4년째이다.
은퇴하고 시골로 내려가 건강을 지키고 글을 쓰며 살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고향 근처를 알아보다 마음에 차지 않아 강원도 일대를 찾아다니길 6개월여 끝에 이곳을 발견했다. 아마도 하얀 피부의 자작나무에 홀려서였을 것이다. 바로 그날 계약하고 들어왔으니.
처음에는 사방이 산이요 밤에는 칠흑 같은 막막함이 무척이나 겁나고 적적하고 외로웠다. 그러나 꽃과 나무를 심고, 새싹이 트거나 잎이 돋아날 때마다 놀라고, 텃밭에 조그만 채소라도 심어 기쁨을 맛보고, 자연의 변화를 몸으로 체득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연은 내게 위안과 깨달음을 주었다

여는 글_하얀 피부의 자작나무에 홀려서 들어선 숲 4


제1부 산촌에 살며 마음공부 하다

서리꽃 피고 꽃 지고 13
겨우 밭 세 고랑 일궈놓고 19
밭 한 고랑을 더 일구고 바위만 한 돌 두 개를 캐냈다 23
자작나무의 육탈 26
게으름 피다 29
성취감 31
무녀리 배추 35
달리아 알뿌리를 캐다가 39
장작을 패다가 든 생각 42
난로 피우기와 외로움 달래기 46
도끼 50
과일나무를 심으면서 52
기다림 56
풀과 종족 보존 본능 59
비바람과 고추, 그리고 아버지 61
추석명절 고향에 다녀온 날 아침 64
김매기의 인간학 66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69
도움을 받아서라도 꿋꿋이 서라 72
공포의 근원 75
거름 뿌리기 79
풀매기와 인간 문제 81
발자국 84
폐가와 담배건조실 89



제2부 자연은 나의 스승이다

나방 94
꼬리조팝나무 꺾어다 심고(1) 97
꼬리조팝나무 꺾어다 심고(2) 100
군락으로 산다는 것 103
풀무치가 뛰는 가을 105
서녘하늘 황혼을 바라보며 107
꿀벌 112
가을, 곤충의 침입 115
구름 118
새들의 합창 122
눈 오는 날 125
마음에 달렸지 127
팔꿈치 통증 129
감사하는 마음 131
멀칭 하지 않을래요? 133
나는 아직 군자가 되긴 글러 먹었다 137
집의 의미 139
이소(離巢) 142
고라니와 까마귀, 그리고 인간 145
숲속을 바라보다가 149
씨앗의 인문학 152
다람쥐는 어떻게 사는가? 156
텃밭의 끈끈이대나물 159
산비둘기의 교미와 섹스에 대한 대화 162
상수리나무의 해거리 168



제3부 별빛 속에 눕다

계촌유인첩(桂村幽人帖) 174
태풍 고니가 올라온대요 184
쓰레기 치우는 날 186
배초향 차를 만들어요 189
별빛 속에 눕다 191
가을비 오는 날 194
고랭지배추밭 197
사마귀 199
다람쥐 201
못뽑이집게벌레 202
효자손 204
눈 온 날 친구가 왔다 갔다 206
이웃이 뭘까? 208
계촌의 봄눈 212
생명을 대하는 마음 217
곤줄박이와 다람쥐 219
버찌 익어가는 계절에 222
가래나무와 애벌레 230
제비 날라 왔다 233
좁쌀정원 235
상수리나무가 사람을 부르네 239
다람쥐와 상수리 243
꽃과 사마귀 246
고라니 소리 248
솟대를 만들어서 250
두더지의 죽음 253


제4부 홀딱벗고새를 아시나요?

자작나무골이 된 이유 258
조선자작나무? 사스래나무? 거제수나무? 260
야광나무 열매에 눈독 들이는 사람들 264
야광나무 열매와 새들의 만찬 267
이웃집 개 순이 269
가래나무와 봄 273
홀딱벗고새를 아시나요? 275
싸리꽃집 279
칡 캐는 사람들 284
가을밤 노랫소리에 소녀 감성 뚝뚝 떨어지네 289
삼둥이 292
자작나무골 백일홍 꽃길 조성하기 295
산벗꽃 휘날리는 봄날의 만찬, 그리고 음악회 299
이웃집 개 진순이 303
수달이 훔쳐간 줄 모르고 309

1986년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하였다.

민족민주운동연구소 <정세연구> 상임연구원,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회 교육문예창작회 간사, 문학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의 편집위원, 서울동부노동자문학회문학동인 등의 활동을 했으며, 현재는 강원도 평창 산골에 내려가 자연을 벗하며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새는 죽었다』 『자작나무 숲에 눈이 내린다』 장편소설 『종태』 소설집 『눈사람도 사랑하네』가 있다.
 

고랭지배추밭

강원도에 살 집을 알아보면서 돌아다닐 적에 인생의 가파른 길 고비처럼 경사진 산다랭이 푸른 배추밭을 보며 사람의 힘이 가해진 것도 아름답구나, 생각했다. 멀리서 풍경을 바라보는 나그네는 그저 눈에 피상적으로 들어오는 푸르름과 탁, 트인 조망을 바라보며 저 언덕 위 배추밭 옆에 집을 짓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 강원도에 와서 살게 됐다.
물론 나의 집은 산 중턱 조망이 좋은 곳에 자리 잡았지만, 언덕 위 배추밭이 아니다. 배추밭과는 떨어진 한가로운 숲속이다. 숲으로 둘러싸여 배추밭에서 일하는 사람과도 일정 거리를 둔 곳이다.
이제 강원도의 땅을 밟고 흙냄새를 맡게 되니 멀리서 바라보던 배추밭을 일상처럼 옆에서 지나치고, 봄배추, 여름배추, 가을배추 계절을 따라 순환하는 농사의 쳇바퀴를 느끼며, 그때마다 농약이 뿌려지는 냄새의 고통과 수확 후 상품성이 없다며 내팽개쳐진 배추와 버려진 시래기들이 썩는 냄새, 그런 냄새들을 사람들이 풍겨낸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배추밭에서 냄새를 풍길 때만 장마철 논배미 봇도랑에 미꾸라지 기어 나오듯 어디서 꾸역꾸역 나왔는지 모를 사람들을 만난다. 배추나 더덕, 기타 작물을 수확하고 갈무리하러 나오는 일꾼들이다.
뭉게구름 굴러다니는 하늘 아래 푸른 배추밭을 지나가다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일상에 들어가서 바라보니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도 그곳에서 삶을 일구는 사람도 일상의 고통이 일그러지는 배추밭이었다.
사람도 그럴 것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참지 못할 고역과 일상의 지루함과 삶을 지켜내려는 고통과 ‘나’만을 고집하고 지폐를 세는 손끝의 썩은 냄새를 맡으면서도 모르는 체 살아가는 일상의 고통이 하얀 종잇장 같던 마음속에 검은 줄무늬를 그려가고 있다는 것을 고랭지 배추밭을 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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