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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7-25 09:51
  • 빛이 내리는 집
  • 정해정
  • 해드림출판사
  • 2022년 08월 01일
  • 크라운판
  • 979-11-5634-511-4
  • 15,000원

본문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로 살고 싶은 바람

 

88 서울 올림픽 열기가 다 사그라지던 때.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나이 오십이 다되어 남편과 큰아이는 두고 어린 두 아이를 끌고 빈손으로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이민 초창기 어리둥절할 때 우연히 한국 마켓에서 고향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가 등 떠밀다시피 해서 생계 수단으로 LA 다운타운 한 귀퉁이에 좌판을 펴고 핸드백 노점상을 시작했다. 사람이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통 큰 짓을 했을까 깜짝 놀란다.

장사하고는 먼 집에서 자랐고, 장사를 해 본 경험도 없고. 더구나 영어나 스페니쉬는 한마디도 못 했으니. 낯선 땅에 와서 뿌리를 내리자니 너무나 힘들고 무서웠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길가로 어떤 젊은 남자가 인솔하는 한국 아이들이 줄을 서서 여기저기 구경하는데, 내 좌판 앞에 와서 그 남자가 하는 말이었다.

저거 봐라. 우리 동포들이 이렇게 힘들게 산단다.”

! 나는 문득 생각이 스쳤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누군가? 여기는 어딘가?’

나를 찾자나를 찾자그리고 뭔가를 남기자.

그 후 신문에서 비교문학 박사인 고원 선생님의 <글마루 문학원>에 등록을 하고 글공부를 시작했다. 미주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는 한국일보 문예공모에서 시 바람개비가 입

상을 해 자신이 좀 붙었다. 다음에는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LA 다운타운 이야기 애플 에비뉴의 비둘기들이 당선이 되어 한결 자신감을 얻고 두 신문사에 한 3년을 열심히 칼럼을 쓰기도 했다.

주변에서 장르 하나를 정하라는 충고도 있었는데 워낙 늦게 시작한 글이라 이것저것 다 해 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동화 작가 남소희 선생님을 만났고, 동화를 써 보니까 나하고 맞는 것도 같고, 다른 장르에서 맛볼 수 없는 재미와 보람도 있었다. 어린이에 대한 어떤 교훈을 준다거나 하는 거창한 것보다는 내 남은 생애를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살다가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한국의 전문 아동 잡지 아동문학상을 받고, 열심히 쓰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책을 엮었다.

46년을 함께 지내다 작년에 먼저 간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 책을 드린다.

 

후원을 아끼지 않은 우리 세 아이, 고향에 있는 가족. 고원 선생님, 남소희 선생님, 작고하신 서울의 정채봉 선생님,

임원재 선생님, 박종현 선생님 등에게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

 

사실 이 책은 17년 전 한 번 출간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책이 그러하듯 금세 묻혀버리고 말아 내내 아쉬움을 안고 있었다. 내게는 아주 특별한 작품들이어서 시간이 흘러도 그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해드림출판사 이승훈 대표가 원고를 검토하더니 다시 한번 독자와 만날 기회를 준 것이다. 결국, 작품을 좀 더 다듬어 다시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책머리에 -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 바람 4

 

아기와 방울토마토・ ・・・・・・・・・10

빛이 내리는 집・ ・・・・・・・・・・・23

재미있는 전쟁・ ・・・・・・・・・・・39

황제펭귄의 소리・ ・・・・・・・・・・54

앵무새와 별똥별・ ・・・・・・・・・・70

민들레와 클로버・ ・・・・・・・・・・88

파리는 삭 삭 삭・・・・・・・・・・・103

매미의 오늘 살기・ ・・・・・・・・・・118

 

전남 목포 출생

 

1993년 미주 한국일보 문예 공모에서 로 등단.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소설이 당선되었다.

한국 아동 문예 아동문학상, 가산 문학상,

고원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동화집 빛이 내리는 집, 수필집 향기 등대, 시집 꿈꾸는 바람개비가 있고, 동인 작품으로 참 좋다, 다섯 나무 숲, 사람 사는 세상, 재미작가 5인 스마트 소설집이 있다.

 

미주 아동문학가 협회 회장 역임.

현재 글마루 문학회 회장.

미주 가톨릭 문인 협회 회장.

미주 문인 협회 이사

 

아빠 펭귄은 뒤뚱뒤뚱 걸어가면서 콜록콜록밭은기침을 수도 없이 합니다. 엄마 펭귄은 걱정스럽게 말합니다.

여보, 의사 선생님 말씀이 폐가 너무 나빠졌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지요? 두 달씩이나 먹지도 못하고 추위 속에서 알을 품고 서 있어야 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미치겠어요.”

콜록콜록, 걱정하지 말아요. 별일이야 있으려고. 우리 아기를 만드는 일인데…… 콜록콜록, 걱정하지 말아요. 콜록콜록…….”

아빠 펭귄은 말끝을 맺기도 전에 기침을 계속합니다.

여보, 우리 아기가 태어나면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요.”

이름? 내가 생각했던 이름이 있어. ‘뒤뚱이’, 뒤뚱이가 어떻소?”

뒤뚱이, 그거 정말 예쁜 이름이네요.”

엄마는 아빠가 다른 어떤 이름을 댔어도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남편을 정말 사랑하니까요.

사이좋은 황제펭귄 부부는 온통 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의 들판을 뒤뚱뒤뚱 다정하게 걸어갑니다. 언덕진 곳에서는 가슴으로 미끄럼을 타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갑니다.

먼저 온 수많은 펭귄이 마치 유명한 인기 가수의 콘서트에서처럼 와글와글 법석입니다.

여기에서 엄마들은 아빠의 발등에 알 하나씩 낳아 놓습니다. 그리고는 알을 깨고 아기가 나올 때까지 약 두 달 동안 이별을 하지요. 엄마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서 바다로 갑니다. 바다에 가서 음식을 먹고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서지요. 이렇게 영양분을 섭취해서 돌아와 아빠와 교대로 아기를 기른답니다.

뒤뚱이 엄마도 아빠의 발등에 커다란 알 하나를 낳은 후 발길을 돌리지 못합니다. 다른 엄마들은 바삐 바다를 향해 걸음을 재촉합니다. 벌써 들판을 떠나서 아스라하게 보이는 엄마도 있습니다.

뒤뚱이 엄마는 폐가 매우 나쁘다는 의사의 말이 귓전에서 맴돌아 남편 곁은 떠날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내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 늦기 전에 어서 가라니까. 콜록콜록…….”

뒤뚱이 아빠는 말 한마디 하고는 콜록콜록또 한마디 하고는 콜록콜록하였어요.

내에 걱정하지 마알고 …… 어서 가아.”

다른 부부들은 안녕! 빠이빠이!’ 하며 기운이 넘치는데 뒤뚱이 부모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여보 사랑해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몸조심해야 해요. . 당신.”

 

이제부터 남편 펭귄들의 어렵고 고된 삶이 시작됩니다.

아내들이 발등에 낳아 놓은 알을 배꼽 밑으로 돋아난 폭신하고 부드러운 털로 감싸고 두 달 동안 그대로 서 있어야 합니다. 발등의 알이 살짝이라도 떨어지면 금방 얼어 깨져버리니까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서 그냥 버팁니다.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행여 알이 떨어질까 봐 온 신경을 발등에 모으고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다가 시도 때도 없이 알을 훔쳐 가려는 침입자가 노리고 있어 그것도 막으려니 보통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아빠들은 같이 모여 서서 태어날 아기를 상상하며 어려움을 이겨냅니다.

밤이면 눈보라가 시속 100마일 이상의 속도로 몰아치니, 펭귄들이 날아갈 정도랍니다.

그러나 오로지 아빠 사랑하나에 가슴을 녹이며 아기가 생긴다는 희망 하나로 선 채 이겨나갑니다.

그야말로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 밤이었어요. 아빠 펭귄들도 얼어붙은 것 같았어요.

그 넓은 하늘에 별들만 가득 차 금방이라도 얼음 구슬이 되어 우수수 쏟아질 것만 같은 춥고도 추운 밤입니다.

그런 밤에는 알을 훔쳐 가려는 도둑 새들이 영락없이 노리고 있습니다.

콜록! 콜록!”

뒤뚱이 아빠는 꼼짝하지 못하고 서 있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듭니다. 그래도 표시를 내지 않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뒤뚱이 아빠 머리 위로 큰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어요. 깜짝 놀라 고개를 젖히니 알 도둑 마귀 새입니다.

-‘황제팽귄의 소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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