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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03-22 15:57
  • 도토리의 꿈
  • 이승훈
  • 수필in
  • 2023년 03월 22일
  • 문고
  • 979-11-92835-04-4
  • 8,000원

본문

고물가의 거품을 빼고 소박한 모습으로 돌아가다

 

우리나라는 도서 제작에 지나친 비용이 들어간다. 더구나 2023년 들어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었다. 작년 한해 동안 종이값만 40% 넘게 인상되었다. 책을 제작해 유통하는 출판사로서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물론 책 내용에 따라서는 높은 비용을 부담하여 출간해야 할 책이 있다. 하지만 소설이나 소설집, 시집이나 수필집 기타 에세이집 등 오로지 텍스트 중심의 책은 굳이 장정을 화려하게 제작할 필요는 없다.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승훈 손바닥 수필집은 먼저 책 크기를 줄였다. 가로 세로 100*150밀리로 한 것이다. 표지 또한 흑백으로 하였으며 날개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에폭시 등 표지에 가해지는 후가공도 생략하였다. 종이 재질도 가장 저렴하지만 가장 폭넓게 쓰는 모조지로 하였다. 무엇보다 수필집 한 권에 실리는 수필 작품 수를 30여편으로 줄여서 230~250쪽 두께로 맞췄다. 따라서 책 정가도 1만 원 이내로 하였다. 이승훈 손바닥 수필집 정가는 8,000원이다.

이 수필집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다. 아무리 공나물 시루 같은 전천 안이라도 스마트폰 꺼내 보듯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 없이 독서를 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는 책 장정이 화려해서, 또는 분량이 많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내용이 베스트 셀러를 만드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작품수를 넣기보다, 저자 스스로 가장 자신 있다는 작품을 엄선하여 싣는 게 중요하다.

책 장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특히 문학작품을 독서하는 데 사치스럽고 화려한 표지나 본문이 필요할까. 글은 오로지 글로써 평가하고 평가 받는다. 이번 이승훈 손바닥 수필집을 계기로, 소박한 장정의 책들이 독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서양에서는 사람의 외모를 책의 표지로 비유한다. 따라서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라는 표현을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고 한다는 것이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책이 사치스럽다. 그러다 보니 제작비 거품이 상당하다. 요 몇 년 사이 종잇값을 비롯해 책 제작하는데 드는 모든 비용이 치솟았다. 출판사를 하는 필자조차 책 한 권 출간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며칠 전 모 서점을 둘러보다 이번에 출간하는 손바닥 수필집과 같은 장정의 책을 발견하였다(손바닥 수필집은 필자가 이름을 붙인 것이다). 화려한 거품을 모두 빼고, 오로지 내용 중심으로 제작된, ‘진짜책이었다. 평소 필자의 생각과 일치하는 책 장정이었다.

기존 수필집이나 이 손바닥 수필집이나 독자에게 감동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아무런 차이가 없다. 종이책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쓰임이 뛰어난 문장과 긴밀한 관찰력

 

[설 전날 다녀왔던 밤길 트레킹을 일주일 지나 다시 나선다. 11시경 구일역에서 안양천으로 들어섰다.

어젯밤부터 내린 비가 지금까지 이어져 때로는 는개로, 때로는 이슬비로 흔들려 쌓는다. 봄기운처럼 여기저기 부유스름하게 서린 안개를 보니, 안양천 겨울 철새들은 모두 떠났을 것 같다.

애초 오늘은 멀리 나갈 생각은 아니었다. 몇 번이나 적당한 거리에서 되돌아가야지 하였지만, 밤길을 나서도록 빌미를 준 지인이 떠올라 발걸음을 자꾸만 떼어놓는다.

어릴 때도 비가 내리는 밤길은 어쩐지 음습하였다. 날씨 탓인지 인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날보다 어둠의 공격이 심해 일어날 수 없는 일의 상상이 전율을 일으키곤 한다. 중간중간 거치는 다리 밑에도 어느 때보다 칙칙하고 서늘한 기운이 가득하다. 밤길을 걷다 보면 특별히 수꿀한 기운이 스멀거리는 곳이 더러 있다. 그런 곳을 지날 때면 몸과 마음이 잔뜩 움츠러들기도 한다.

어둠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어떤 것일까.]_비 오는 샛강의 밤길 중에서

 

이 수필은 밤길 트레킹을 통해 느끼는 두려움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 쓰여진 글입니다. 글쓴이는 밤길을 걷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그것이 어떻게 실체 없는 두려움으로 형해화되는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글쓴이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의연하게 걷는 모습을 그려내며, 이를 통해 좀 더 지혜롭고 담대한 자신을 되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수필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글이기 때문에 자연과의 상호작용과 함께 글쓴이의 내면적인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자연과의 대화에서 그의 내면적인 갈등과 고민을 표현하며, 이를 통해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내면적인 성장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쓰임이 뛰어난 문장과 긴밀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이 수필은, 독자에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인식을 독자에게 더 깊게 다가가게 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또한, 글쓴이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내면적인 성장과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전반적으로, 이 수필은 글쓴이의 풍부한 경험과 관찰력을 바탕으로 잘 구성된 글로, 독자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좋은 수필입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손바닥 수필집을 펴내며 4

 

1

안양천 어둠 속에서 10

밤길 묵상 16

비 오는 샛강의 밤길 25

도로테아 순례길 34

 

2

사랑할 수 없는 불빛 78

브리칭 84

썹써구를 아신다고요? 91

겨울 아궁이와 어머니 100

재스민 105

그곳에서 자고 싶다 111

외로울수록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된다 122

해들임 하는 아침 125

이상한 출판사 블로그 132

 

3

가난한 출판사 사장과 가난한 노 시인 141

60, 이 청년이 사는 법 154

볏단소녀 160

거북이 사랑 167

명동교자 170

꿈과 원의 미학 180

원주 치악고시원 187

태몽 193

 

4

도토리와 나비의 꿈 202

길을 가다 100만 원을 줍다 210

희망의 다음 칸이 닫혔을 때 214

개 한 마리 키우기 222

 

ㆍ순천 생

ㆍ해드림출판사·도서출판 수필in 대표

 

저서

산문집 :어머니,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2022)

다이어리 시집:우리는 누구에게 절박한 무엇이 된다(2022)

실용서 :자비출판(2018)

실용서 :국어사전에 숨은 예쁜 낱말(2017)

산문집 :외삼촌의 편지(2016)

수필집 :도토리의 꿈(2023),가족별곡(2010)

며칠째 사무실 동창(東窓)에서해들임을 한다. 여름이라 해가 일찍 뜨긴 하지만 바다도 아니요, 산도 아닌 빌딩 숲에서 시작하는 도시 일출은 아무래도 늦고 짧다.

사무실 동창의 해들임은 내가 자주 밤길을 걷던 한강, 그 가운데 국회의사당에서 63빌딩으로 샛강이 흐르는 여의도의 일출이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면 건너뜸처럼 보이는 곳이다.

밤길 트레킹을 나서지 못한 요즘, 그곳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 함께 떠오르는 숨결들이 있다. 꽁꽁 얼어 쩡쩡 소리를 내던 깊은 겨울밤의 샛강, 소나기가 쏟아지는 데도 아랑곳없이 걷던 샛강의 깊은 여름밤 길, 밀림 같은 샛강의 어둠 속을 걸을 때 엄습하던 짜릿한 두려움, 그 샛강의 순간들도 당장 느끼고 싶을 만큼 떠오르는 것이다.

햇살이 쏟아지면, 마당 가 대밭 그늘에서 뜨거운 된장국에 밥을 말아 땀 흘리며 먹던 어린 시절 아침도 생각난다. 지각할까 봐 숟가락 놓자마자 자개바람을 일으키며 사립문을 벗어나게 하던 저 태양이 한 오십 년 여기까지 나를 데려왔나 보다. 또 날마다 저 태양을 따라 나는 어디까지 가게 될까.

나는 좀 일찍 사무실 책상에 앉는 편이다. 그런데 언제나 아침이면 커튼(vertical blind)을 치기 바쁘다. 여섯 시 반이면 햇살이 눈부시게 사무실로 들어와 커튼을 쳐야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토요일인 오늘은 여유가 좀 있으니, 여의도 빌딩 숲 하늘이 붉게 꿈틀거릴 때부터 잠시 아침 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요 며칠은 날마다 맞이하였을 아침 해가 마치 새로운 듯 다가왔다. 해들임의 소품처럼 작은 화분을 창틀에 올려놓은 채 카메라로 순간순간 일출을 찍으며 동살을 감상하였다. 하지만 아침 해는 금세 빌딩 숲에서 뚝 떨어지듯이 솟아버린다.

우리 해드림출판사 사무실 구조는 동창을 향해 기다란 직사각형이다. 편집장이 화초를 잘 가꾸어 책장 위며 사무실 구석구석 푸른 이파리들이 풍성하게 자란다. 그런데 오늘 아침 우연히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두었는데 햇살이 사무실 깊숙이 들어와 푸른 이파리들을 환히 비치는 것이다. 소르르 들어온 햇살이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이파리마다 앉아 있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평소 햇볕을 받지 못하는 화초들인데 햇살이 쏟아지면 일한다는 핑계로 커튼을 쳐서 햇살을 빼앗아버렸으니 이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그러고 보니 커다란 베란다 유리창에 방풍한다며 3년 전, 붙여 둔 뽁뽁이(Air-Cap)가 여태껏 아침 햇살을 가리고 있었다.

햇살이 거침없이 들어오도록 베란다 문을 좀 더 활짝 열었다. 그리고 유리창마다 붙은 뽁뽁이를 모두 떼어 내고 유리창 물청소를 하였다. 내일 아침부터는 제대로 된 해들임을 해주자 싶었다. 잠깐일지라도, 화분의 화초들이 햇살을 받을 수 있도록 매일 아침이면, 이제 새로이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간 출판사 해드림의미 가운데 하나인 해들임을 스스로 막은 셈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에서야 사무실의 해들임을 깨우치게 하다니. 내일 아침부터 화초들이 발씬발씬 웃을 생각을 하면 벌써 가슴이 환해진다.

_본문 해들임 하는 아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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