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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3-04-03 17:04
  • 40년 삶의 시작
  • 백문현
  • 수필in
  • 2023년 04월 05일
  • 신국판
  • 979-11-92835-05-1
  • 15,000원

본문

인생의 황금기 60

 

60대 막바지에 들어서며 지난 십 년을 어떻게 살았는가 돌아보고 싶었고,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삶을 반추하며 자아 성찰의 기회로 삼고, 내 인생의 한 시기에 대한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 이 글은 나의 지난 10년간의 세월과 영혼을 담고 있다. 틈틈이 써 온 글을 간추리고 더 보태고 다듬는 지난 과정은 산고産苦를 겪는 고통이었다기보다 즐거움이었다. 이 글은 평범한 일상이지만 기록할 필요가 있는 것을 고르고 골라 엮어 놓은 나의 역사다. 일손을 놓게 된 사람들의 생활은 비슷하다. 온실에서 밖으로 나온 서글픔과 두려움에 젖게 되는가 하면 그동안 간직해 온 꿈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부풀게도 된다. 그리고 서서히 저마다 정착한다. 이런 대동소이한 패턴에서 나라고 다를 바 없다. 60대 후반기에 전대미문의 코로나 19라는 세계적인 대재앙이 왔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삶의 방향과 행태가 달라졌고 적응해 왔다.

 

60대가 인생의 절정기는 아닐지 모르나 황금기인 건 맞다. 머지않아 이 길을 거쳐 갈 사람들과 지나온 사람들에게 내 글이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는 감히 기대치 않는다. 다만 저물어 가는 서녘 하늘을 쳐다보며 무언가를 조금은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러나 이러한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내 글을 읽는 대상을 손자들에게 맞추었다. 나하고 대체로 6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그 애들에게도 닥칠 60, 할아버지도 비슷한 즐거움과 고민을 하며 살았다는 걸 알려주려고 했다. 이런 마음으로 쓰니 교훈적인 이야기를 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한결 편해졌다. 내 바람대로라면 그들이 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고 의미를 찾게 될 날은 2070년쯤 될 것이다. 내 나이 120, 아무리 애써도 그때 나는 없다. 손자들이 어찌 이 시대를 산 나를 알아주기 바라겠는가. 그 나이가 되어야 그 사람, 그 시대를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기 마련이다. 신의 한 수 같은 인생은 없다.

 

그렇게 살지도 않았다. 돌아보니 흠과 실수투성이다. 괴롭고 힘든 일은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고 슬쩍 건드리기만 했다. 한편으론 이 책을 읽는 누구에게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주고 싶었고 남은 날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을 담아 마무리했다.

 

손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긴다는 생각을 하니, 사뭇 진지해지고 엄숙해졌다. 내 지난 행적을 기록하되 손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읽기 쉽고 편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혹시나 궁금하지 않을까 싶을 때는 부연 설명을 간단히 했다. 내가 쓴 추억담을 읽고 손자들이 어린 시절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내 삶의 흔적에서 좋은 점은 이어갔으면 좋겠다. 살아온 70년이 손바닥에 고인 물처럼 망각의 늪으로 술술 빠져나간다. 뇌리에 박힌 기억들을 뭉쳐봐도 한 줌 거리, 그 조각들을 하나씩 이어봐도 말로야 얼마나 오래 하겠는가. 꿈같은 세월이란 말을 뼈저리게 느낀다. 일단 써놓고 고치며 여러 번 보태고 버림으로써 좀 더 온전해지려고 노력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10년만을 돌아보고도 총명한 기억이 무딘 기록만 못 하다(둔필승총 鈍筆勝聰).’라는 말을 절감한다. 시답잖은 내 삶의 기록에 대해 출간을 고민했다.

 

 

 

프롤로그 / 인생의 황금기 604

 

1.

은퇴라는 이름의 열차를 탔다 16

선행학습 21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24

앞날을 어찌 알겠는가 28

꽃자리 32

핏줄 35

손자와 같이 살다 39

라떼 이스 호스 43

삽화 46

작은 습관 50

글을 쓰고 책을 읽다 53

다산과 추사 59

아는 게 병 65

인생은 아름다워 69

무료함을 깨다 73

붓글씨를 쓰다 77

80

코로나와 같이 살다 83

 

2.

하로동선 88

버림 91

새막골 95

수족관의 미꾸라지 99

한밤의 독백 101

나이 듦의 역설 104

세월은 흐르고 106

석양을 바라보며 109

로맨스그레이 112

황당 116

연명치료 120

순망치한 124

어느 90대 노부부의 이야기 127

 

3.

여행 133

서울 순례 135

검봉산 137

금오도 139

덜렁덜렁 142

독도 144

서라벌 147

청량산 151

속리 153

울산, 해파랑길 157

석모도 159

그래도161

한탄강 165

중국 몇 곳 167

라오스와 캄보디아 173

다시 178

오타루와 오사카 185

다낭과 세부 188

하롱베이 191

시드니 195

블루 마운틴 200

카니발 스플렌더 202

트라무라 206

태즈매니아 208

봄의 교향악 213

시드니여, 안녕 217

 

4.

221

시산제 224

사량도 226

대청봉 228

선재길 231

보부상 길 233

민주지산 237

곤니찌와 239

영남 알프스 246

울산바위 248

나마스테 250

남한산성 257

 

5.

새해 소원 263

이판사판 266

하라하치부 269

개구리도 올챙이였다 273

사이 277

번개팅 283

 

6.

잔인한 봄날의 추억 288

노거수 292

동네 한 바퀴 297

가는 날이 장날 302

 

7.

연가 307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313

늦기 전에 317

투금탄 321

주례 324

가화家和의 상징 327

332

알면서도 335

잠언 339

삶을 사랑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고 가끔 글을 쓴다. 이 시기에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가 고심하며 60대를 보냈다. 물속의 달, 거울 속의 꽃, 아내와의 재혼에 이어 이 책을 펴냈다. 60대가 남은 40년 삶의 시작이란 생각으로 지난 10년을 보냈음을 덧붙인다.

 

인생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길벗을 만난다. 지금까지 길벗으로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같이 갈 것이다. 검증된 관계, 옳고 그름을 서로 다툴 필요가 없는 사이여야 인생길을 같이 걷는 길벗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흑산도, 홍도 일원 여행을 간다고 했더니 이곳에 가본 적이 있음에도 친구 부부가 흔쾌히 동행했다. 사는 곳에 따라 KTXSRT를 각기 타고 목포에서 만났다.

우리나라는 섬이 많다. 육지와 가까운 섬들이라든지 다리로 연결되어 섬 아닌 섬을 빼고서 섬 맛이 나는 곳, 파도를 가르며 뱃길로 두세 시간을 가야만 하는 곳으로 꼭 가봐야 할 곳을 그래도(), 내 나름 명명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래도한 번쯤은 가봐야 할 의미 있는 섬이란 뜻이다. 예를 들어 동쪽으로는 울릉도, 독도, 서북쪽으로는 백령도 대청도, 서남쪽으로 홍도와 흑산도는 그래도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다.

인생은 커피 한 잔과 같다. 처음에는 뜨거워서 못 마시다가 마실만 하면 금방 식는다. 식고 나면 맛이 없다. 미루지 않고 생각날 때 가기로 했다. 이것으로 그래도는 다 가봤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홍도까지 오는 115킬로미터는 서울서 목포까지 오는 고속전철과 비슷한 두 시간 삼십 분이 걸리는 뱃길이다. 곧바로 원추리꽃이 만발한 이 섬의 제일 높은 곳까지 올랐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으로 꼽힌다는 해발 365미터의 깃대봉 정상까지 오가는 길은 잘 닦인 등산로로 해발 0미터에서 출발하니 그렇게 낮은 산은 아니나 터벅터벅 적당히 땀을 흘리며 걸을 수 있었다. 정상에서 탁 트인 망망대해와 기암절벽을 내려다보았다.

흑산도와 가거도가 저 멀리 보이고 서쪽으로 쭉 가면 중국 상해다. 사면이 탁 트인 해상에 있는 작은 섬이 홍도다. 저녁노을이 비치면 바다와 온 섬이 붉게 보인다고 해서 홍도다. 일몰을 기다리며 바닷가에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에서 소주를 마시는 신선이 되었다. 노을을 배경으로 아내와 둘이 찍혔는데 이 사진을 SNS에 올리고 칭찬을 받았다. 사진작가가 시키는 대로 포즈를 취했을 뿐인데, 쑥스러웠다.

홍도가 우리나라에서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 것에 한 표를 던진다. 봉긋봉긋한 큰 섬이 무수히 많은 베트남 하롱베이도 좋지만 오밀조밀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홍도는 크기야 그보다 훨씬 작으나 오히려 더 낫다. 절편을 쌓아 놓은 듯한 바위, 하늘을 찌를 듯이 깎아지른 바위, 풀과 나무가 적당히 어우러진 바위, 형상에 따라 저마다 이름을 붙인 바위, 이름에 걸맞은 붉은 색 바위가 눈을 못 돌리게 한다. 사투리를 섞어 구수하게 설명을 하는 가이드의 말을 들으며 뱃놀이하는 옛 선비들의 기분을 냈다.

유람선에 어선이 접속하여 즉석 회와 소주를 파는 풍경은 처음이고 정겹다. 날씨가 좋아 평일인데도 갯바위 낚시꾼이 드물지 않다. 내려다 주고 데리러 온다는데 땡볕에 혼자 앉아서 얼굴에 해가림 마개를 하고 하염없이 찌를 보고 있는 그 재미를 딱하게 여기며 지나쳤다. 내가 어찌 이해하겠는가. 노란 신발을 갯바위에 놓아두고 그 신발만 사진 찍는 버릇이 있는 낚시광을 떠올렸다. 홍도는 화산섬이 아니다. 암벽에 서 있는 소나무는 해송이 아니다. 울긋불긋 물드는 나무가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 산꼭대기 하얀 고사목은 파도가 쳐서 죽은 것이다.

_본문 그래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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