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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상] 누구에게나 흰 도화지는 있다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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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공모전 [은상] 누구에게나 흰 도화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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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809회 작성일 19-11-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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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흰 도화지는 있다

- 『3도 화상』을 읽고 -


검은 도화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보려무나.


아 이야, 나는 눈물이 많단다. TV나 책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 어김없이 눈물을 흘리곤 하지.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받았을 고통과 괴로움이 오롯이 떠올라 너무나 마음이 아프단다. 예전에는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내 눈물을 보여주기 싫어서 금세 눈물을 훔치곤 했었지. 하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가슴 아프게 운다는 것이 계산 없는 순수함이며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느낀 후부터는, 창피함보다는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고 가여워할 수 있는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3 도 화상』은 인생의 상처와 아픔에 관한 이야기란다. 18명의 작가가 풀어놓은 상처에 작가와 함께했던 이들의 아픔까지 포함된다는 사실때문에 나는 한참이나 먹먹한 가슴을 쓸어야만 했단다. 고모가 돌아가셨을 때, 생전 처음 보았던 아버지의 눈물을 기억하기에, 「너를 기다릴 수만 있어도 좋겠다」의 아이의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작가 남편의 마음마저 이해할 수 있겠더구나. ‘기다릴 수만 있어도 좋겠다.’라는 말의 깊이 때문에 눈물이 났단다.

모 든 것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작가는 어느새 ‘치유자’로 다가와 내 등을 토닥여준단다. 신기하게도 나는 작가의 입을 통해 내 상처를 들여다보게 되더구나. 나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던 시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과 세상에 대한 불신, 그리고 가족문제로 힘들어했단다. 내가 받은 상처 또한 삶의 일부란 것을 절실히 받아들이기까지는 많은 좌절과 희망이 반복되어야만 했었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외치는 박노해 시인의 말이 여느 작가의 마음속에 펄럭이는 깃발이 되었던 것처럼, 나 역시도 그 문장을 읊조렸던 적이 있었다.

아 이야,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세월과 시간이 상처를 희미하게 해줄 수는 있어도 깨끗이 없애주지 못한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게다. 젊은 날 극약을 먹고 부모님 마음을 놀라게 했던 작가와 집 나간 형부 때문에 생긴 8년의 상처가 아물 수 없었던 작가에게도 시간이 약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진정성이 전제된 용서’가 새살이라고 하는 여느 작가의 말처럼, 상처를 ‘포기와 망각’으로 덮기보다는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게다. 강송정으로 변한 강솔밭이나, 꽃비를 맞으며 한 줌의 재가 된 지수의 이야기나, 옛날과 같지 않은 그녀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채워지지 않은 2%를 찾아서」의 이야기는 내가 만날 똑같다고 불평하며 지루해하는 삶까지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었단다.

『3 도 화상』은 아픔의 나열에만 그치지 않더구나. 모순적이게도, 상처받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치유의 힘'을 느꼈으니 말이다. 스스로 삶의 의미를 묻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단다. 이 책은 내가 혼자가 아니며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인생 거울’ 같은 역할을 한 셈이지. 상처는 검은색 크레용이라 그 위에 다른 색으로 덧칠을 해도 소용이 없단다. 연필이 아니니 지우개로 도화지를 지울 수도 없지. 하지만 얼룩덜룩한 검은 도화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너는 흰 도화지를 꺼내 네가 원하는 그림을 다시 그리고 색칠하면 된단다. 그러다가 또다시 상처라는 검은색 크레용으로 도화지를 색칠하게 되면, 너는 슬며시 흰 도화지를 꺼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도화지가 한 장뿐이라고 생각하며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다른 도화지에 네가 원하는 새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모두 ‘마음’에 달렸는데 말이야.

진 실을 밑바탕에 둔 그들의 이야기는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더 값지고, 진솔하게 들리더구나. 테마수필의 첫 번째를 ‘상처와 아픔’으로 선택한 이유가 어쩌면 '이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 중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생각했단다. 작가의 체온을 통해 나는 진지하게 자신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마침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된 거지. 이것이 ‘수필의 맛’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좋은 수필을 만났으니, 결국 난 18명의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된 셈이다.

아 이야, ‘생을 살아가면서 육체적 상처로 남는 흔적이나 마음의 상처로 인해서 생기며 정신건강에 지극히 해로운 회한을 때로는 불가피한 공존의 존재로 받아들이고, 화해하며 다스리는 슬기로움을 깨우치는 도량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여느 작가의 말이 하필 이 책의 맨 뒤에 놓인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인간은 상처받으려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때문에 상처받는다고 생각하며 의연하게 살아가지 않으련? 그리하면 너는 ‘아슬아슬 외줄을 타면서도 끝내는 웃을 수 있는 게 인생이 아니냐.’라고 말했던 여느 작가의 말에도 웃음을 보낼 수 있을 게다.

가 슴 속 커다란 바위를 어떻게 부숴야 하는지 항상 고민했던 나는 잘게 부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커다란 바위와 어울리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쉬운 일이더구나. 커다랗고 딱딱한 바위 옆에 나무와 꽃도 심고, 그동안 듣지 못했던 새 소리도 듣고, 보지 못했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때로는 흘러가는 시간을 더듬어보는 것도 좋겠구나.

아이야, 상처의 아픔보다는 생명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던 작가의 말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 2007. 1. 10 흰 도화지를 건네며 -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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