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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작] 내 삶의 벗이 되어 준 3도화상 - 최미애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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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공모전 [입선작] 내 삶의 벗이 되어 준 3도화상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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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769회 작성일 19-11-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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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좋고 물좋고 공기 좋은 팔공산자락에 보금자리를 튼지 삼년이 다 되었다. 산을 휘감아 돌아나온 강물은 햇살을 등에 업고 눈부신 은빛으로 종종 나의 발길을 유혹한다. 그곳에는 해와 달이 뜨고 지고 별이 가도 변함없이 나를 맞아주는 반가운 벗들이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키와 두 사람이 벌린 팔에 겨우 안기는 풍채를 가진 왕버들. 백오십년 세월의 풍파로 곧 쓰러질 듯이 서 있는 왕버들앞을 지날 때에는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오래도록 머물러진다. 모진 세월을 이겨내고 성자의 모습으로 거듭남에 숙연해지는 까닭이요, 한없이 넓은 품에 기대어 있으면 내 마음 깊은 곳의 아픔들을 말없이 읽어 내어 축 늘어진 가지로 토닥여 줄 것만 같기 때문이리라.

3 도화상은 이런 왕버들을 많이 닮았으며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낯설지 않았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내가 가진 아픔은 3도화상만큼 깊지 않지만 열여덟개의 상처들을 하나씩 만날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면서 눈물이 흘렀다. 고현숙님의 '겨울비'를 읽으면서 세상에 태어나 한 달 남짓 살다간 둘째아이가 생각나 한참동안 소매를 적셨다. 그 아이를 보낸지 벌써 열두해가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 점점 잊혀지려니 생각했지만 또래 아이들을 보면 그 아이가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걸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둘째 아이는 나만의 특별한 아픔으로 내 가슴속에 묻어 두고 지내왔는데 잠시나마 ‘겨울비’속에서 둘째아이와의 짧은 만남을 회상해보았다.

강 경자님의 '그림이 있는 문자'는 지금의 내 고민거리를 대변해주고 있어 마음이 후련했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고스란히 조카를 떠 맡아 연어처럼 좁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야하는 상황에서 독한 마음을 먹지 못하고 결국 가족과 형제라는 끈에 묶여져 세월을 낚는 자리로 몰린 처지가 어쩌면 그렇게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지. 지금 나는 네 딸아이의 엄마다. 주위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놀란 얼굴로 딸이 넷이나 되냐고 되묻는다. 사실 딸아이 넷중에 둘은 조카이다. 그럼에도 내 딸은 넷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을 거두어야 하니 조카는 내 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어떤이는 나더러 박애주의자냐라고 묻는다. 나는 박애주의자가 될만큼 마음이 넓지도 못하다. 조카애들을 기쁜 마음으로 거두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성취해야 할 일이 있는데 아이들로 인해 발목이 잡히고 있는 현실로 인해 내 마음은늘 복잡하다.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주위의 충고가 있었지만 내가 그 아이들을 거두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엄마없는 빈자리의 쓸쓸함이 너무나 클 것 같아 모진 마음을 먹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방황중인 나는 강경자님의 말씀처럼‘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을 믿으며 날개를 활짝펼 그날을 위해 조금씩 준비하리라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임 영숙님의 '검은 그림자'를 통해 대학교때 자치를 하면서 겪은 일들이 떠올랐다. 공부를 하기위해 여동생과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남의 집에 세 들어 자치를 했었다. 방을 구하기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던 일, 이사를 하기위해 보따리 사던 일, 무더운 한여름밤에도 무서워서 문을 꼭꼭 걸어 잠그며 지냈던 일이 스쳐지나면서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집없는 설움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어찌 알까?

남은 나와 다르므로 나의 삶 또한 특별히 다를거라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3도화상을 통해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겪으며 그것을 헤쳐나가기위해 열심히 산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껏 내가 가진 아픔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이라며 우울하게 살았던 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고, 상처속에서도 빛나는 영혼의 꽃을 피우고 더 값진 사랑을 만들어내는 여유를 배웠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열매조차도 새들의 먹이가 되어 상처의 흔적을 남긴다. 새들이 쪼아 먹은 과일은 그렇지 않은 과일보다 훨씬 맛이 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상처난 곳을 회복하기위해 나무는 특히 영양분을 더 많이 나르기 때문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고요함이 찾아 오듯 상처는 마음에 깊은 병을 남기지만 잘 승화시킨다면 더 없는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처 때문에 아파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보듬어서 내것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마음은 편안해질것이며 나아가 성숙한 나를 발견할 것이다.  

언 제부터인가 진실된 사람이 늘 그리웠다.그리고 한없이 기다려왔었다. 치장을 하지 않아도 멋이 나며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충분히 전해오는 그런 만남을 갈망했었다. 이제야 그 만남이 이루어진 것 같다. 삶에 찌들어 힘들어질 때 말없이 나를 다독여 줄 든든한 친구같은 존재가 내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없이 기쁘다.3도화상과의 만남은 황금돼지해의 크나큰 행운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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