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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작] 그 해 뜨거웠던 우리의 여름 이야기 - 홍은애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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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공모전 [입선작] 그 해 뜨거웠던 우리의 여름 이야기 - 홍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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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677회 작성일 19-11-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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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만남

여 느 날처럼, 메마른 기계음과 함께 해맞이를 하던 아침이었다. 버릇처럼 전원을 켠 15인치 LCD화면에선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나 인면수심 사건·사고들 혹은 정치에 대한 불평·불만들이 숨 막힐 듯 쏟아져 나왔다.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이게 수위 경쟁을 하는 기사들의 홍수 속에 사람의 생사조차 농의 화두가 되곤 하는 한 뼘 남짓의 21세기형 창은 내 마음 속 감흥이란 칼날을 점차 무디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마 침 그즈음이었다. 매캐한 연기로 가득한 마음 언저리가 '3도 화상'이라는 책과 운명 같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갑작스런 폭설로 황금 같은 휴일에 발이 묶이면서 무료함을 달랠 것이 필요했다. 얇고 쉬워 한 눈에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을 찾다가 며칠 전, 집에 들른 이모께서 선물로 받았다며 들고 왔다 놓고 가신 책이 생각났다. 평소 다양한 문학작품을 즐기시던 이모께선 요새 수필집에 푹 빠져계셨는데 언젠가 '문학 장르 중 가장 그 진심의 무게가 무거운 것은 수필이다'라고 하시며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들을 안겨주시기도 했다. 사실 아직 교과서 수필을 벗어나지 못한 나에게 수필은 지극히 신변잡기적이고 추상적 어휘들로 교훈을 주려 애쓰는 이미지에 머물러 있던 차였다. 텍스트의 무게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의 무게를 먼저 읽기엔 설익은 꽃띠 아가씨의 '3도 화상'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그리고.. 여행

일 단 부담 없는 두께와 아담한 크기의 책은 보통 문집의 경우 상상하게 되는 방대한 양에서 한시름 놓게 만들었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거친 표면의 나무 기둥은 어쩌면 시간을 인고하며 만들어낸 나무 나름대로의 삶의 화상은 아닐까? '강솔밭'을 시작으로 '흔적과 회한'이란 종착역에 이르는 '3도 화상'의 여정은 열여덟 빛 삶의 이야기가 담긴 아담한 정거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시 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강솔 밭을 통해 이젠 재개발 사업으로 황무지가 되어버린 내 어린 시절 순수가 만개하던 넓디넓은 들녘의 노을을 떠올렸다. 그리곤 겨울비를 맞으며 힘주어 안으면 곧 부서질 듯 연약했지만 한없이 사랑으로 충만하던 영혼과의 이별에 참 많은 눈물을 흘려보냈다. 늘 지금을 불평하고 내일을 불안해하던 나에게 채워지지 않은 2%를 찾아서는 부족함이란 나를 조금 더 정진시키는 미덕임을 알게 했으며, 서슬이 퍼런 날에 날카롭게 베인 가슴의 생채기를 평생 업으로 안은 세 남자의 작두무덤에 쓴웃음을 묻기도 했다. 문득 내 가슴에 피어있는 꽃 그 시린 그림자에 날아든 하얀 나비를 본 듯도 하다. 그림이 있는 문자를 받아보곤 만물상에서 엄마를 사고 싶다는 귀여운 오리가 부디 희망으로 자라나기를 바랐다.

내 안의 빙원에 도착하자, 누구나 작건 크건 제 나름대로 안고 있을 고약한 얼음 덩어리의 그 치 떨리는 상흔에 잠시 몸이 움츠러들었다. 실연으로 식음 전폐하다 응급실까지 실려 갔던 친구 녀석을 꼭 닮은 전영관님의 물색없는 사랑은 여전히 옮기지 못하는 보람줄 위에 걸려있을는지.. 미움의 강을 지나며 용서라는 진정성은 결국 죄 지은 사람을 물이 엎질러지기 이 전으로 아니 그보다 더 견고하게 다독일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믿는다. 검은 그림자를 통해선 우리들 가슴 어디매쯤 지어진 가족·친구 혹은 연인이란 이름의 따뜻한 안식처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날마다 생솔가지를 태우며 아직 승부조차 내지 못한 채 강렬히 생동하는 꿈이 가난이란 걸림돌에 좌초되지 않기를- 어린 날, 순수했기 때문에 더 무거웠던 상처의 짐이 이젠 박래여님의 어깨에서 노랑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기를- 바래본다.

그 러다 한 철 구성지게 울고 가면 그 뿐인 매미, 그 울음소리에 내 영혼은 지난날과는 또 다른 울림으로 울음을 울었다. 이별은 준비한다고 상처받지 않는 것이 아니기에, 노랑나비를 따라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어느 순간 생명줄을 놓고만 그 야속한 영혼 앞에서 사람들은 간절히 희망한다. 너를 기다릴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우 리는 지금도 곪고 있는 화농을 두 손 가득 끌어안고 크건 작건 뜨거운 열병을 앓는다. 언제부터인가 흔적과 회환으로 얼룩진 상처는 완전히 치유하려 하기보다 진득하니 딱지로 눌러 앉는 것이 항생력 있음을 알아버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네 뜨거웠던 그 해 여름의 상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내일의 상처에 탱글탱글한 새 살로 대항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어 느덧 '흔적과 회환'이란 종착역에 도착하면서 3도 화상의 짧은 시간 긴 여정이 끝났다. 처음 쉬이 여겼던 길들이 중간 중간 감당하기 힘든 진심의 무게들로 나를 한숨짓게 할 때면 기꺼이 역전에 정거하며 마치 삶을 살 때 호흡하듯 여유 있는 템포로 걸음을 옮겼더랬다. 특히 얼마 전, 큰아버지를 잃으면서 사람이 죽고 사는 덧없음에 큰 상실감을 안았던 나로선 '너를 기다릴 수만 있어도 좋겠다.'에서 긴 한숨을 쉬었다. 나 역시 벽을 보고 선 채, 울음을 삼키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간 사람과 남은 사람의 어마어마한 그리움의 강 사이에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샌가 난 열여덟 작가들 모두와 술동무가 되어 있었고, 그 어느 이야기하나 내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 없었다. '3도 화상'안에서 작가들은 단순히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내 덧내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에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열정이며 그리워할 것이라는 의지였다. 대도시의 빌딩숲이 아닌 풀 냄새나는 자연을 회고하는 상처 입은 그들은 아직 순수를 잃지 않은 어린아이들이기도 했다. 또한 상처를 마치 예방접종처럼 보듬어 안는 그네들의 의연하고자함에선 상처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3도 화상'은 그렇게 마지막 표지를 덮을 때까지 상처 입은 우리네 영혼의 붉게 상기된 볼을 거짓되지 않은 투박한 손으로 한참을 어루만지다 사라졌다. 


* 수필에 대한 오해와 이해 그리고 기대

아 직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수필은 소설이나 시만큼 그 위치가 확고하지 못하다. 인기 있는 수필의 입지는 성공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을 닮기 위한 영웅모방심리에 기댄 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필이 언제부터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본받기 위해 읽었던가. 인생의 진내가 달큰하게 때론 고약하게 풍겨져 나오는 '3도 화상'을 읽으며, 그들과 나는 똑같이 한세상 희로애락 속에 사는 연약한 나비였다. '공감'이란 커다란 틀 안에 서로 쉴 세 없이 인생을 대화하며 읽을 수 있는 문학은 감히 수필뿐인가 한다. 강렬하진 않았지만 오래도록 가슴을 진동시키는 그 미세한 울림을 당분간은 꼭 끌어안은 채 있고 싶다. 다만 마지막으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필드림팀에게 바란다. 일상이 텍스트가 되고자 할 때, 그냥 흘려버리고 마는 일상보다 더 깊은 성찰로 삶을 대하기를.. 그 후, 다듬고 다듬어서 우리네 인생을 대표할 수 있는 기록으로 손색없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다음 수필의 테마는 상처 입은 영혼들의 아픔보다 풍진 세상사 그래도 웃을 수 있는 힘이 되는 이야기들로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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