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입선작] 아픔의 골짜기 3도화상을 읽고 - 조매애 > 수상작 및 심사평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90741_0112.jpg 

1회 공모전 [입선작] 아픔의 골짜기 3도화상을 읽고 - 조매애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759회 작성일 19-11-20 11:40

본문

아픔의 골짜기 3도화상을 읽고

 나이 사십을 넘어 수필을 만났다. 수필은 유방암 수술로 힘들어하는 나의 아픈 상처를 싸매어 주었다. 그 이후로 수필과의 짝사랑이 시작되어 갈급했는데 우연히 3도 화상 독후감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서점으로 달려갔지만 수많은 책들 속에 3도 화상이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힘이 빠져 돌아와 인터파크에 신청을 했다. 다음날 집으로 배달 된 책의 겉봉을 반가운 마음으로 뜯어보았다.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 나무에 깊은 상처가 나 있는 표지라니.......... 2년전에 유방암 수술로  깊은 수술자국이 남아 있는 내 몸을 보는 것 같아  한참 책 표지를 넘기지 못하고 들고 서있었다.  
  소파 한 구석에 앉아 3도 화상을  읽으면서  글들이 너무 매워 눈물이 났다.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한 비밀 이야기들을 슬쩍슬쩍 훔쳐보면서 내 속에 숨겨진 비밀들이 스멀스멀 일어나 작가들이 쓴 상처 앞에 모여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울어댔다.
 모든 글들이 다 공감이 가지만 특별히 강솔밭이라는 글은 어린 시절 추억의 강어귀로 성큼 나를 데리고 갔다. 우미정 작가가 숨을 죽이고 골목 어귀에 앉아 있던 그 골목에 나도 그림자처럼 서있었다. 할머니의 천식으로 헐떡거렸다는 말 같이 우리 어머니도 폐결핵으로 피를 토하셨다. 엄마가 폐결핵으로 쓰러지신 것은 가난 때문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대문 시장에서 빈대떡 장사를 하셨던 어머니는 매일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남동생과 나는 이런 어머니를 기다리면서 버스 정거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별을 헤아리곤 했다. 결국 여인의 힘에 부치셨는지 결핵에 걸리셨고 그 이후로 오랫동안 병으로 인해 고생 하셨다. 우미정 작가가 앞길을 막고 선 삶에게 떡을 주듯 건강한 육신을 하나씩 내어주고 젊음, 열정, 꿈 등 무형의 재산마저 다 내어준 뒤 아버지는 주름으로만 남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글에서 엄마가 척추암으로 돌아가시던 날 고통에 헐떡이던 모습이 떠올라 한참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내 기억 어드메쯤에도 강솔밭 같은 그늘을 두고 싶다. 표류하던 삶의 편린들은 그 속에서 추억으로 승화될 것이고 나는 흥에 겨울 것이라는 말처럼 나도 어린 시절 가난의 그늘을 두고 싶다. 그 그늘 속에 때때로 힘들고 어려웠지만 나의 추억의 삶이 숨을 쉬고 있다. 중년의 나이에 유방암이라는 지독한 질병을 이겨내고 살아 갈 수 있는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 가난의 그늘이 우미정 작가의 말처럼 추억으로 승화되어 흥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숨을 돌려 책장을 넘기다 눈이 다시 한 번 고정된 곳은 김창애 작가가 쓴 작두무덤이었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겨우 읽어 내려간 책 속에 젊은 날 아이 아빠의 사업의 실패로 친정식구들이 모두 지하실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김창애 작가가 동생은 보름 이상을 방안 에서만 지내야 했다. 죽음보다 더한 침묵이 집안 곳곳에 배여 있고 동생은 불안해하며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라는 글에 내 남동생의 깊은 한숨이 배어 나왔다. 동생은 대학교를 가야 하는 시기에 친정아버지가 남편의 빚보증을 서주는 바람에 대학을 갈 수 없었다. 채권단들이 몰려와 함께 밥을 먹고 날마다 남편을 찾아내라고 협박을 했었다. 우리 식구들은 모두 밥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그 긴 날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지 말이 없던 남동생이 더 말이 없어졌다. 그 속에서 대학시험을 치룬 동생은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는 몇 날을 고열에 시달리며 헛소리를 해댔다. 그렇게 열병을 치룬 동생은 군대에 가버렸고 나는 평생을 짐으로 떠안고 살았다. 친정의 집을 잃어버린 죄인으로 남동생 대학 못 보낸 죄인으로..........
김창애 작가가 쓴 글처럼 고통이 있다고 상처를 외면 할 수는 없다. 그런대도 나는 자꾸만 피하고 싶다. 그 기억에서 도망치고 싶다. 웅크리고 있던 고통은 언제 어느 때고 예고도 없이 툭툭 튀어 나온다.라는 글처럼 내 삶속에서 돈 문제만 나오면 대학 생활 이야기만 나오면 상처의 흔적이 튀어 나와 한동안 친정에도 갈 수 없었다. 오랜 세월 죄책감의 그늘 속에서 내 몸속에 암이 자랐나 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남동생도 자리를 잡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몸속에서 암을 잘라 내었듯이 죄책감속에서도 벗어나 김창애 작가가 소망한 것처럼 기억의 여백을 채우는 한 폭의 동양화 같았으면 좋겠다.
 3도 화상에 실린 수필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상처에 대한 눈물로 가슴이 아파 빨리 넘길 수가 없었다.  글 속에 수없이 난 상처와 함께 울다보니 내 속에 있는 어혈들이 풀린다. 눈물 뒤에 오는 정화 작업인가 보다. 흔적과 회한에 나오는 글처럼 참담하고 쓰라린 경험이 자극제가 되어 결국 돌고 돌아서 자기 길을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면서 이제는 내게 있는 상처를 글로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3도 화상과 같이 정화제를 제공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는다.
                                                  
 글쓴이:조미애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7건 4 페이지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