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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대상] 임은애 -잊혀진 기억에 닿는 속삭임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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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공모전 [학생부 대상] 임은애 -잊혀진 기억에 닿는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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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737회 작성일 19-11-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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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기억에 닿은 속삭임


성암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1학년 임은애



바 다가 참 푸르다. 사진 속 바다가 그러했고, 미술시간에 그린 나의 바다가 그러했다. 그런데 어느 날, '비손'이란 따뜻함이 내가 잊고 지내던 작은 이치를 속삭여주었다. 바다는 푸를지라도 바닷물은 투명하다고. 듣고 보니 바다는 푸르지 않았다. 두 손 모아 담은 바닷물은 정말로 투명했다. 분명 그것은 소리 없이 잠깐 잊혀진 기억이었다.

어 머니는 참 강인하셨다. 그 누군가의 어머니가 그러했고, 나의 어머니 역시 그러했다. 집안이 힘들어도, 할아버지가 곁을 떠나도, 그 어떤 낭떠러지 앞에서도 어머니는 항상 강해보였다. 그러나 비손이 말하길, 어머니는 두 볼을 타고 흐른 것으로 바다를 만드셨고, 체통과 면목, 그리고 아내란 이름에 갇혀 덩실덩실 춤추고 싶던 몸을 한 속에 묶어두셨으며, 이루고픈 꿈도 여식을 위해 잠시 접어뒀다고 그리 내게 전해주었다. 그것이야말로 내겐 바다는 투명하다는 말처럼 잊고 지낸 중요한 존재를 상기시켜줬다. 그렇게 내게 속삭여줬다.



어 른들의 향수 속 어머니인데, 내가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걱정하며 잡은 책이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두고 있을 땐, 묘한 느낌마저 감돌았다. 천둥치는 밤, 꼭 쥐고 있던 어머니의 손이 소리 없이 풀리는 그런 느낌. 갑자기 이모에게 ‘엄마한테 잘 해줄 수 있을 때 말 좀 잘 듣지 그랬어.’ 라는 말을 들은 듯 한 그런 싸한 기분. 신비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괜한 긴장감에 다시금 책장을 되넘겨본다.



책 을 넘기다가, '이불'의 글귀를 먼저 떠올려본다. 꽃병 타령보단 준비물 타령을 했던 내가 공감을 했다는 감격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의 지갑을 넘보는 당돌함은커녕,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우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정말 내게도 이불은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주는 포근한 어머니, 질질 짠다고 날 야단치지도 않는 관대한 어머니였다.

철 없던 시절 매정하던 어머니를 원망하던 나는 이해라는 솜을 품은 '이불'속에 묻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진실을 알았다. 어머니의 매정함은 결국 날 위해, 가족을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아프고, 고난할지라도, 아끼고 아껴 손발이 닳도록 사는 사람. 그게 내 어머니였나 보다.

중 국으로 떠나는 무덥던 여름날, 가방이 무겁다던 내 손은 고추장, 김치에 서린 어머니의 사랑을 단호히 마다했다. 그렇게 떠났던 한 달 내내 마음이 편할 리가 만무했다. 나만 미안한 줄 알았다. 괜한 호의를 베풀어서 나를 신경 쓰이게 했다는 원망도 들었기에, 훗날 돌아가서 꼭 껴안아 드리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것도 싸줄 것을... 저것도 싸줄 것을...' 정녕 편치 않은 어머니의 마음을 배려하지 못 한건, 내 스스로의 이기심 때문이라, 이젠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애 장품을 가방 안에만 모아두는 것은 훗날 흐려질 기억, 치매를 대비한 것이라. 그렇게 혼자만의 틀 안에 가둬버렸다. 그랬던 터라, 예기치 못한 분실에 내가 더 흥분했다. 자주 손이 가지 않던 물건도, 제 손을 떠나면 만사일 제치고 떠오르는데, 그런 물건이라면 어떤 기분일지. 더 없이 마음이 아려왔다.

‘ 가방만이라도 찾고 싶다….’ 그것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각별한 애정을 가졌기 때문이라 다시금 혼자 넘겨 짚어본다. 각별한 애정을 쏟고 사랑을 부을수록 가방은 주인을 닮아간다고 생각한다. 그 개인의 취향, 그 개인의 향기…. 나의 어머니가 가방을 잃어버리는 날이 오면, 난 이렇게 위로하고자 한다. 어머니를 닮은 가방을 잃은 것에 슬퍼말라고. 그 가방보다 더한 닮음 비율을 지닌 내가 이렇게 옆에 있으니. 훗날, 내가 더 좋은 가방을 쥐어드리리라고. 그럼에도 찾을 수 없는 허전함을 알기에, 부디 그 가방을 찾으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본다.



아 프다는 딸을 위해 손수 만든 죽 앞에서, 사온 죽이 더 맛있겠다며 투덜거렸던 그 때. 그 땐 몰랐지만 ‘냄새의 집‘에 있을 때 비로소 나는 그 맛을 느꼈다. 당신의 손맛에서 자라난 딸에게 어머니의 맛을 주고 싶었다는 것을 그 땐 왜 몰랐을까. 내가 이렇게 모진 딸이었던가 생각하니, 새삼스레 눈물을 머금게 된다.

맛 있다, 맛있다 먹는 오징어에서는 날이 가면 갈수록 마요네즈가 더욱 듬뿍 묻어났다. 그럼에도 그 맛이 느끼하기보다 오히려 고소했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바쁜 공장일 후에도 늦은 시간 딸을 위해 만들었을 그 모습을 떠올리며, 남다른 감회에 나도 오늘만큼은 소리 없이 묵묵히 마요네즈를 삼켰다.



문 득 어머니를 붙잡고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할 때 제일 행복하냐며. 당신은 내게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그리곤 풀이 죽은 날 뒤로 하고 말을 덧 붙이셨다. 공부 하고 싶은 만큼 해서, 후회 없는 삶을 살라고. 나처럼 고생하는 일 안할 딸을 키우는 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 하셨다.

그래, 다른 사람은 뭐라 할지라도, 난 나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수십 번은 다짐했다. 나를 향해 피는 딸바라기 꽃을 위해서라도. 내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제야 알았다. 모두에게 그리 비춰지는 것이라도 그 속엔 다른 빛깔을 품고 왔다고. 투명한 바다는 제 알몸이 부끄러워 푸른색으로 옷을 덮어 입고, 한 여자의 눈물은 그렇게 어머니란 이름으로, 나는 괜찮다며 보이는 강인함으로 몸이 둔할 만큼의 옷을 껴입으셨다. 그러나 아직은 어머니의 그 두꺼운 옷을 벗겨 드릴 수가 없다. 어머니와 함께 같은 시간을 타고 흐른 후에야 비로소 그 옷이 나에게로 물려지지 않을까 한다. 그때가면 옷을 벗어 추울 어머니를 위해 따뜻한 옷 한 벌 지어드리려고 한다. 당신이 수십 년 앉아온 '덜덜덜'거리는 재봉틀 앞에 앉아, 이 순간토록 내 얼굴만 그려왔을 어머니를 그려보면서.



 
이제 더 이상 내 그림 속에 바다는 없다. 그 투명한 빛깔을 도화지 위에 옮기다가 행여나 맑은 물이 탁해질까봐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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