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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은상] 당신을 보았습니다. - 신유진 > 수상작 및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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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공모전 [학생부 은상] 당신을 보았습니다. - 신유진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해드림출판사 댓글 0건 조회 657회 작성일 19-11-2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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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았습니다



대일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신유진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용운님의 시 ‘당신을 보았습니다’의 첫 구절이다. 그리고 난 이 시를 읽을 때마다 2년 전 이 때쯤에 암으로 고생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신 우리 아빠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에 남겨진 엄마와 나, 여동생과 6살밖에 안된 막내 남동생. 아빠께서 남겨주신 돈으로 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아빠의 빈자리는 갈수록 크게 느껴졌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며 더 쌓이기만 하는 스트레스 속에서 난 엄마의 고마움과 힘겨움을 느끼기는커녕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불평하고 힘겨워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 기숙사에 들어가는데, 왜 나는 못 가게 하는지. 어째서 난 주말마다 동생을 봐야 하는지.

그런 나에게 ‘비손’은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고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난 비손의 여러 작품들에서 조금씩 다른 우리 엄마를 만날 수 있었고, 그런 엄마를 만날 때마다 이 때까지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중 나에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작품은 ‘마루에서 부르는 노래’였다. 앞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남편을 잃고 난 후 파마하러 다니고 제사상을 차리지 않는 작가의 어머니가 이상하게 여겨지기만 했다. 남편이 떠났는데 슬프지도 않은지, 구속에서 해방되었다는 느낌만을 갖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담배’와 ‘마루’. 이 두 소재야말로 어머니의 남편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남편 때문에 겪었던 시집살이를 싫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며 그것을 그리워하고 마루에서 떠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 뿌연 담배 연기 속에서 예전의 기억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으려고 하고, ‘아버지와 공유했던 시간 속에 갇혀 최근의 일들은 싸악 지워버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 엄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우리 엄마도 아빠가 못 견디게 그리우실 때면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신다. 건강에도 안 좋고, 동생한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내가 아무리 말려도 엄마는 막무가내시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시며, 담배를 피우고 계시는 엄마의 등에서 애처로움이 묻어나온다. 그리고 가끔씩 엄마는 아빠께서 엄마에게 했던 나쁜 일들을 나에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신다. 난 이때까지 엄마의 이런 말을 들으면서, 이미 지나간 일을 왜 그렇게 자꾸 끄집어내는지 들을수록 싫증이 날 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 역시 그 기억 속에 있으면서도 그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속이 상해서 잊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을 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게 잊혀지지 않으니까 담배를 피우며 옛 기억에 잠기고, 최근의 일들은 망각하게 되는 것일 거다.

또 ‘서른 아홉의 꽃으로’를 읽을 때에는 여린 심성을 가지고 계셨으나 자식들을 위해 강인한 모습만을 보이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작가가 어린 시절, 자식들 몰래 어머니의 우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마음이 어떠했을까? 가끔 내가 학교를 갔다가 돌아오면 엄마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부어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리고 잠을 자다가 엄마가 흐느끼시는 소리를 들은 적도 여러 번이다. 이 모두 자식을 위해 ‘어머니’로 살기를 택한 그 분들의 내면인 것이다. 자식들에게 만큼은 고생시키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주기 위해 이 때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에도 두려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뛰어들고, 자기 몸을 챙길 새도 없이 자식들 몸이 아플까봐 걱정하는 우리 엄마, 그리고 우리 모두의 어머니. ‘나는 괜찮다’에도 나오듯, 이것이 바로 모든 어머니들의 모습일거다.

나 는 시 ‘당신을 보았습니다’에서처럼 내가 겪는 시련과 고통에 대해 나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나를 위해서만 아빠를 그리워했다. 다른 가족들, 그리고 우리 엄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그러나 ‘비손’을 통해 나만 알았던 이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엄마의 행동과 엄마의 생각에 대해서도 돌이켜 볼 수 있었고, 엄마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당신을 보았습니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시적 화자가 단순히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당신을 보게 되었다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 절망적 상황이지만 그 곳에서 생존의 의미를 발견하고 희망을 얻게 된다는 거다. 그러나 이제 난 아빠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난 한 발짝 더 나아가 나와 함께 고통을 겪는, 아니 나보다 더 큰 고통을 짊어지고 가는 우리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희망을 찾아 나아갈 것이다. ‘비손’의 가치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열여덟 명의 작가 분들이 쓰신 작품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태도를 반성하고, ‘엄마’라고만 인식해오던 그 분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함께 삶을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동반자로 여기게 된다.
 

해드림 이승훈 출판과 문학 발행인 해드림출판사 대표 수필집[가족별곡](2012) [외삼촌의 편지] [국어사전에 있는 예쁜 낱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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