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드림출판사

새만금에서 생긴 일 > 자유창작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고객센터
상담시간 : 오전 09:00 ~ 오후: 05:3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02.2612-5552
FAX:02.2688.5568

b3fd9ab59d168c7d4b7f2025f8741ecc_1583557247_0788.jpg 

자유글 새만금에서 생긴 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윤복순 댓글 1건 조회 464회 작성일 23-02-18 13:21

본문

새만금에서 생긴 일

윤복순

 

날씨가 심술 났다. 목요일 밤부터 내린 비가 일요일에도 잔뜩 화가 난 듯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오전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였는데 비는 오지 않는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실내에서 근무를 하니 일요일 하루 만이라도 바깥 구경을 해야 한다. 원래 계획은 새만금으로 해서 고군산열도를 갈 생각이었다. 2023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새만금에서 열린다. 공사는 얼마나 진행이 되었는지 군산 쪽에서 열리나 부안 쪽에서 열리나 나름 궁금한 것이 많다.

새만금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야미도와 신시도는 섬이 아니다. 2017년 말,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를 잇는 연육교가 놓여 다 육지가 되었다. 이곳은 경관이 아름다워, 바다가 보고 싶어, 선유도에서 살 수 있는 곰피(쇠미역)가 먹고 싶어 매년 한 번씩은 간다.

비가 오지 않아 출발했다. 지난 번 신시도에서 나오다 보니 새만금 호수 쪽으로 다리가 놓여 있다. 그곳으로 오려다 어디로 연결되는지 몰라 항상 다니던 길로 왔다. 오늘은 그 길로 가볼 생각이다.

무녀도를 찍으니 안내 김양은 옛날 길을 알려준다. 무시하고 심포로 갔다. 심포는 아주 많이 다녔다.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기 전 물때를 맞춰 조개 잡으러 자주 갔고, 그곳의 백합이 맛있어 친구들이나 손님이 오면 회 먹으러 갔다. 주위에 망해사가 있어 장관의 일몰도 볼 수 있다.

심포에 가면서 보니 중간 중간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심포에서 부턴 4차선 도로가 일직선으로 쭉 이다. 바다였던 곳은 어느새 갈대 등 육지화가 많이 되었다. 세랭게티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세계에서 제일 긴 방조제라고 무지무지하게 큰 농토가 생긴다고 하더니 광활함이 느껴진다.

얼마쯤 달렸을까. 배 모양의 다리가 눈을 확 끈다. 그 다리를 건너야 무녀도를 가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그 다리를 건너고 싶었다. 가까이 와서 보니 무녀도는 직진이다. 우회전을 했다. 순전히 그 다리를 건너보고 싶어서였다. 군산 가는 길이다.

중간에서 유턴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중앙분리대가 있고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할 수 없다. 군산까지 갔다 다시 돌아와야 하니 덕분에 이 다리를 두 번 건너게 된다.

특이하고 예뻐서 사진을 찍고 싶다. 자동차전용도로인 것 같은데 날씨 때문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지 차가 다니지 않는다. 겨우 두 대 보았다. 아무데나 주차해도 될 것 같다. 어디쯤에서 사진을 찍어야 다리가 다 나올까 이리 재고 저리 재다 적당한 곳에서 내렸다. 그때 까지 차는 한 대도 지나지 않았다.

배 모양인줄 알았는데 활을 뒤집어 놓은 초승달 모양이란다. 상부가 비대칭인 것은 인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의 하늘 길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부안에서 군산을 오가는 새만금 남북로의 리버스아치교로 새만금의 랜드마크라고 한다. 날씨는 여전히 진회색이다. 다리의 색깔도 비슷해 잘 나올지 모르겠다.

차에서 내리니 다리보다 먼저 부처님이 내 눈을 잡는다. 비가 온 뒤라 도로는 젖어 있고 염주가 두 줄로 묶여 있는 자그마한 통과 금빛 찬란한 작은 부처님이 널브러져 있다. 다리 사진이고 뭐고 얼른 부처님을 주웠다. 불자도 아니고 종교도 없는 내가 그래도 부처님인데 오늘 같이 추운 날 이렇듯 한데에서 무참하게 내동댕이쳐져 있는 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과 통에 뭍은 가는 모래들을 털어내고 후후 불어 물기를 말렸다. 조심스레 다운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어떻게 이곳에 부처님이 떨어져 있을까. 차 사고가 난 흔적은 없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는 부피가 조금 크다. 원래는 통속에 부처님이 들어 있어야 하는데 떨어지면서 분리가 된 것 같다.

이런 도로에서 부처님을 주울 수 있는 확률은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다. 내가 내린 곳에 부처님이 있다는 것이 마음 쓰였다. 무슨 사연이 있는 부처님일까. 절에 다니지 않는 며느리에게 절에 다니길 바라며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준 것일까, 속 못 차리는 아들에게 마음잡으라고 어머니가 준 것일까, 간소하게 결혼식을 사찰에서 하면서 증표로 마련한 것일까, 딸의 진학을 기도한 것일까, 아들의 진급을 기원한 것일까,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바란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누군가에게 간절한 마음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

무녀도에 차를 놓고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까지 걷기로 했다. 바람이 더 세지고 날라 갈 것 같다. 다행인 것은 내가 뚱뚱하다는 것이다. 모자 위에 코트에 달린 모자를 덧쓰고 양손으로 모자를 잡고 걸었다. 서해안쪽으로 왔다고 눈발이 하나씩 날린다.

선유도에서 점심을 먹었기에 장자도 대장도를 들러 돌아 나오는 길에 선유도 중앙 길이 아닌 차들이 다니는 길로 나왔다. 산들을 깎아 만든 길인데 잠깐 앞이 툭 트인 곳이 나왔다. 먹구름 사이로 햇빛이 보이면서 햇살이 쭉쭉 빛살을 그려 놓는다. 그 빛살이 바로 바다에 꽂히면서 은빛 윤슬로 반짝인다. 이 광경은 순간이었고 마침 툭 트인 곳을 지날 때였다. ‘나의 행운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부처님이 보여주는 행운일까.

집에 와 부처님과 염주를 단 통을 알코올에 담가 소독을 했다. 자세히 보니 통엔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라고 쓰여 있다. 통 전체에 깨알 같은 글씨가 빽빽이 적혀 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찾아보았다. 줄여서 반야심경이라고 하고 270자로 예불이나 각종의식에서 초종파적으로 독송하는 경전이다. 중심은 공()이고 주불은 관세음보살, 팔만대장경을 압축하면 반야심경이고 이 반야심경을 한 자로 줄이면 심()이란다. 통엔 반야심경이 적혀 있는 것 같다.

무슨 인연으로 이 부처님이 내 손에 오게 됐을까. 양심 속이는 일 없이 마음 단단히 잘 먹고 마음공부 열심히 하라는 뜻인가 보다. 너나나나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챙겨 먹으면서 마음건강은 얼마나 챙길까. 이번 참에 반야심경 공부도 좀 해 봐야겠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운 날이었다면 부처님을 주워왔을까. 누구의 손을 거쳐 간 줄도 모르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이었으니 버린 것일 텐데. 관세음보살은 중생들의 음성을 다 듣는다고 한다. 원 주인의 안 좋았던 상황을 듣고 해탈을 도와줄 수 있도록 내가 대신 잘 보관해야겠다. 새만금에서 부처님을 주워왔다 아니 모셔왔다.

 

2023.1.15

 

 

 

댓글목록

한판암님의 댓글

한판암 작성일

한 번도 발길이 닿지 않았던 새만금 구경 잘 했습니다. 대학 시절 서천과 군산에 친구가 살아 몇 차례 놀러 갔을 뿐이고, 방조제가  완성된 이후엔 한 번도 가보지 않아 마음은 가보고 싶은데, 현실 발길은 쉽지 않네요. 하여튼 선생님 따라 구경 잘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