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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계묘년은 쌍춘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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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판암 댓글 1건 조회 682회 작성일 23-03-2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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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은 쌍춘년


계묘년(癸卯年)은 쌍춘년(雙春年)이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야 할 개념이 계묘년이라는 개념 자체가 십이간지(十二干支)를 바탕으로 생성되었기 때문에 음력(陰曆)을 뜻한다. 그러므로 음력으로 계묘년은 쌍춘년인 까닭에 양력(陽曆)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다. 한편 쌍춘년이란 ‘한 해에 입춘(立春)이 두 번 들어있는 경우’를 의미하며 쌍춘절(雙春節)이라고도 칭한다. 


쌍춘년이 발생하는 이유는 윤달(閏_ : 閏月)*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음력으로 한 해는 354일 이다. 윤달이 드는 해에는 354일에 한 달이 추가되기 때문에 384일이 된다. 그런데 계묘년에는 2월에 윤달이 들어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계묘년은 ‘양력으로 1월 22일(음력 1월 1일)에 시작되어 양력으로 2024년 2월 9일(음력 12월 30일)’까지이다. 여기서 계묘년엔 입춘을 두 번 맞게 되는 이유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양력으로 2023년 2월 4일(음력 1월 14일)에 첫 번째 맞는다. 이어서 양력으로 2024년 2월 4일(음력 12월 15일)에 두 번 째를 맞는다. 이를 양력의 관점에서 보면 해가 바뀌었지만(2023에서 2024년으로) 음력의 관점에서 볼 때 같은 해(계묘년)에 ‘1월 14일’과 ‘12월 15일’에 각각 입춘이기 때문에 결국은 한 해(계묘년)에 두 번을 맞는다.


전문가들의 전언에 따르면  쌍춘년은 극히 드물게 온다고 한다. 이렇게 오는 귀한 해이기 때문일까. 예로부터 중국권의 나라인 중국이나 대만을 비롯해 홍콩 등에서는 쌍춘년에 혼인을 하면 백년해로의 축복이 내린다는 속설을 굳게 믿어 길하고 상서로운 해로 여긴다는 전언이다. 우리의 경우 다양한 자료를 찾아 봐도 눈에 띄는 기록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예식업을 하는 분야에서는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 드는 상술로 부추겨 활성화를 꾀해 한 몫 잡으려는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원래 봄이란 소생과 약동의 계절이기에 꿈과 희망이 충만 하는 분위기가 혼인과 찰떡궁합을 이룬다는 맥락에서 적령기의 젊은이들을 설레게 만들기 마련일 게다. 이 처럼 한 해에 봄이 두 번씩이나 들어있어 축복도 두 배가 되리라고 생각되어 더더욱 귀하고 상서롭게 여겨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택일(擇日)을 해서 이사 따위를 했거나 혼인 날짜를 잡았던 적이 없는 관계로 그다지 실감되지 않은 속설 중의 하나일 따름이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좋다면 구태여 시시콜콜 따지며 중뿔나게 처신해야 할 이유도 없기에 수굿하게 전해오는 통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상이 험해진 때문일까 아니면 가치관의 변화가 원흉일까. 옛날에는 이혼하면 큰 흠을 가진 사람 취급을 당해 가급적이면 피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오늘날엔 잉꼬처럼 다정하던 부부가 어느 날 느닷없이 남남으로 갈라서는가 하면 오랫동안 가정을 잘 꾸려오던 노년층의 황혼 이혼도 놀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들 모두는 샅샅이 드러내기 어려운 사연이 있을지라도 가정 파탄에 이르는 이혼은 개인적으로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그 흔적은 영원히 지우기 어렵다. 이런 견지에서 쌍춘년인 계묘년에 혼인하는 경우는 단 한 쌍도 파경(破鏡)*을 맞는 경우가 없었으면 더 바랄게 없으련만. 그렇게 보장만 된다면 이 좋은 해에 결혼하라고 사방팔방에 널리 알릴 터인데.


녹록치 않은 세상을 살아가며 정신적인 위안을 받을 이런저런 속설 중에 하나가 쌍춘년이다. 이를 믿고 따르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행여나 미신을 신봉한다고 핀잔을 하거나 탓할 바가 못 된다. 왜냐하면 사사로운 잇속이나 사(詐)가 낀 경우가 아니라면 순수한 영혼의 믿음을 북돋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소의 모순이나 무리가 따르더라도 콩켸팥켸 따짐은 공연한 감정 낭비라는 일깨움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분명 음력으로 계묘년의 일인데 그런 사실은 슬그머니 뺀 채 양력으로 새해 들어서기 바쁘게 무조건 ‘2023년은 쌍춘년’인 양 호들갑을 떠는 데 어이가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2023년의 쌍춘년은 음력으로 계묘년’ 얘기로 양력에는 이런 개념이 전혀 없음을 밝혀둔다. 어찌 되었든지 상서로운 해에 짝을 지어 가정을 꾸리는 경우만이라도 가정 파탄 없이 해로하며 천수를 누리는 축복을 온새미로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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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달(閏_ : 閏月) : 윤년에 드는 달. 달력의 계절과 실제 계절과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해서 1년 중의 달 수(數)가 여느 해보다 한 달 많은 해를 이른다. 즉, 태양력에서는 4년마다 한 번 2월을 29일로 하고, 태음력에서는 19년에 일곱 번, 5년에 두 번의 비율로 한 달을 더하여 윤달을 만든다.

* 파경(破鏡) : 파경(破鏡)은 그 옛날 중국의 당(唐)나라 맹계(孟棨)가 지은 본사시(本事詩) 정감편(情感篇)에 처음 나오는 말로서 파경중원(破鏡重圓), 반경중원(半鏡重圓), 반경환원(半鏡還圓), 파경중합(破鏡重合), 경파(鏡破)라고도 칭한다. 지금은 남녀가 헤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아울러 헤어질 때 나누어 가진 거울을 지니고 있던 부인이 배반하자 까치로 변했다는 이야기의 경화작비(鏡化鵲飛)와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현대작가, 제15집, 2023년 3월 6일

(2023년 1월 7일 토요일)


             

댓글목록

김춘봉님의 댓글

김춘봉 작성일

녹록치 않은 세상 함께 살아온 집사람에게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노래를 불러줄 때가 간혹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